먹는 걸 좋아하는 사진가와 맛있게 얘기하는 셰프가 함께 책을 썼다. 조선희와 최현석의, <카메라와 앞치마>다.1 (1)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음식을 함께 먹거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그중 확실한 방법이다. 사진 찍는 조선희와 요리하는 최현석은 그렇게 나눈 이야기를 묶어 책을 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두 사람이 번갈아 이야기를 풀어놓는 구성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지만 곧 익숙해지면 성격도 성별도 캐릭터도 하는 일도 문체도 다른 두 필자의 세계를 번갈아 맛보는 재미가 있다. 마치 스타일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코스 요리가 동시에 서브되는 것처럼.
각 챕터의 주제는 다양한 식자재나 메뉴들이다. 잔치국수 한 그릇부터 푸아그라에 이르는 공통의 화두를 놓고 두 사람은 식자재의 생김새나 속성부터 그 음식에 얽힌 추억, 어떤 상황에서 먹고 싶어지는 메뉴의 심리적인 차원까지 건드리며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문어 이야기를 하며 문어발처럼 뻗친 자신의 일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기도 하고, 바닷가재에 대해 쓰다가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주는 갑옷과 같이 단단한 의지에 대해 언급하는 식이다. 주방에서 잔뼈가 굵어온 셰프, 그리고 촬영만큼이나 스태프들과의 진한 뒤풀이를 좋아하는 사진가가 음식을 주제로 쓰는 문장도 맛깔나지만 이 책이 주는 진짜 재미는 각자의 분야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룬, 그리고 어느 정도는 성깔 있는 독재자로 유명한 두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해 담백하게 털어놓는 데서 온다.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시련과 도전, 경험과 통찰, 자존심과 고집, 그리고 불안과 갈망까지 녹아 있는 문장들은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