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앤 브레드(Born and Bred)’ 는 장안의 고기 좀 먹는다는 사람들의 새로운 성지다. 마장동에서 1983년에 태어나고 자란 정상원 대표가 자신의 태생에 무한한 긍지를 담은 이름을 지었다. 37년이 된 아버지의 회사, 가업인 축산업에 그는 젊은 피를 흘려넣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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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약은 모두 끝났습니다.” 여름에 본 앤 브레드에 예약을 시도했다가 들은 답이다. 서울에서 고기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이곳은 예상보다 훨씬 작고 은밀한 공간이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한가운데,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있는 본 앤 브레드는 본격적인 식당이나 고깃집은 아니다. “거래처 손님이나 지인이 오면 소규모로 고기를 구워서 대접하며 같이 고기에 대해 연구하는 공간이 원래의 구상이었어요.” 지인들만 초대하던 공간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일반인에게 반응을 얻고, 운영에 탄력을 받은 것. 83년생인 정상원 대표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브랜드 ‘한우고향’ 이 젊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했다. 본 앤 브레드는 온라인 몰과 부티크 정육점, 그리고 일종의 팝업 공간처럼 운영 중인 고기 바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 6명이 앉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바, 그리고 그 앞의 불판이 전부인 본 앤 브레드에는 정 대표가 직접 고기를 구워 놓아주는 오마카세 코스 한 가지만 있다. 지나치게 인기를 얻으며 단 한 명에게라도 고기에 대해 잘 설명하고 알리고 싶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을 우려해 새해부터는 새로운 형식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반얀트리 호텔 비스트로 앤 바, 메종 드 라 카테고리와 했던 협업처럼 한우의 여러 부위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코스를 구성하는 레스토랑들과의 협업 디너도 이어갈 구상이다. “저희 가족의 외식 메뉴는 언제나 일식이에요. 고기를 평생 먹어오다 보면 프레시한 게 땡기거든요.”

<W Korea> 태어나 자랐다는 ‘본 앤 브레드’라는 상호, 그리고 마장동에서 가업을 이은 젊은 부티크 정육점이라는 설명을 듣고 무릎을 쳤다.
가업을 잇는다는 거창한 사명감은 없었다. 다만 아버지가 평생 해오신 일을 8년 정도 거들다 보니 나도 이 일이 정말 좋아지더라. 도축장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리고 피가 바닥에 흥건하던 1978년 마장동에서 처음으로 한우 전문 유통회사를 시작하신 아버지의 일을 내 방식으로 잘 알리고 싶었다. 본 앤 브레드라는 이름은 온라인 판매를 위해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좀 더 예쁜 상호와 패키지를 위해 지은 것이다. 제품은 모두 본사 ‘한우고향’에서 작업해서 가져온다.

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나?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셰프 붐이 일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정육업자들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직업에 대한 인식이 좋더라. 유학 생활을 통해 아버지가 평생 해오신 일이 멋지다는 걸 깨달았다.

작명이 근사한데 브랜드에 대한 전문 컨설팅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한 달 사이 1천 가지 정도 이름을 만든 것 같다. 마지막 간판 작업만 남겨두고 자다가 새벽 3시쯤 문득 ‘Born in 78’ 이라는 문구를 떠올렸고 발전시켰다. 영어권에서 흑인이나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태생에 대한 프라이드를 담아서 이름을 짓는 것처럼, 자부심이 담긴 표현이다. 압구정동 토박이가 아니라 마장동 출신이라는 게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고기의 썰기와 굽기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아주 많겠지만, 당신의 선호를 조금 들려준다면?
‘고기를 어떻게 구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마치 ‘키스를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과 같다. 정도가 없고,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는 게 가장 좋다. 본 앤 브레드의 오마카세 코스는 15가지 정도 한우의 부위를 하나하나 맛 보여드린다. 다만 안심은 두껍게, 특수 부위는 얇게 자르는 게 내 추천 방식이긴 하다.

모던한 상호만큼이나 싱글몰트 바 같은 인테리어가 고깃집처럼 보이지 않는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에게 영감을 많이 얻었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을 열심히 알리는 여성도 인스타그램에 마장동 고기 같은 건 올리지 않더라. ‘여자들이 SNS에 올리고 싶은 정육점을 만들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업자들의 공간, 냄새 나는 곳, 무서운 동네라는 인식을 바꿔놓고 싶었다. 맛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으니까, 단 한 명만이라도 맛을 보면 반할 거라는 믿음을 이런 방식으로 풀어냈다.

단출한 바로 구성된 것이 인상적이다.
맛집 블로그를 6년 정도 운영하면서 하루에 8끼도 먹으러 다녀봤다. 일본 스시집의 다찌 문화가 참 이상적으로 보였다.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셰프와 음식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포맷이니까. 4시간 동안 밥을 먹는데 물 흐르듯이, 영화 한 편 본 것처럼. 고기에도 이런 걸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기 굽는 기술과 대화의 자질을 함께 함양해 이런 고기 바를 더 본격적으로 구성하고 싶은 연습 차원으로 팝업 운영한다고 봐도 좋겠다.

바에 다양한 술이 보인다. 당신이 고기에 매칭할 때 선호하는 술은?
역시 레드와인이다. 배가 부르면 코냑 한두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