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나서야 비로소 찾은 일상. 하정우의 어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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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에 입기 좋은 얇은 소재의 테일러드 재킷, 흰 티셔츠, 활용도 높은 치노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스케줄이 없는 날은 거의 여기서 보내요”. 테이블과 캠핑용 의자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미술 도구로만 채워진 ‘화가’ 하정우의 작업실은 아담하고 단출했다. 들어서자마자 구석에 세워둔 대형 캔버스들에 눈이 갔는데, 1월 22일부터 열릴 어느 커피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전시에 선보일 작품이라고 했다. 그의 그림이야 이전에도 접한 적이 있지만 신작들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선은 훨씬 편안해졌고 색도 부드럽고 따뜻했다. 어쩌면 하와이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하정우는 박찬욱의 <아가씨> 크랭크업과 김성훈의 <터널> 크랭크인 사이에 얻은 몇 주를 통째로 오아후 해변에서 보냈다. 영화제 참석, 화보 촬영, 그리고 휴가까지 이런저런 용건이 겹친 여행이었다. 물론 다가올 전시 준비도 이국에서의 주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그가 선뜻 내민 스마트폰 안에는 늘 따뜻한 계절인 곳에서 완성한 초벌 작업이 넉넉히 담겨 있었다. 타자기 소리처럼 또박또박 찍히던 발음에 문득 유쾌한 리듬이 실렸다.

뒷부분이 길게 재단된 독특한 셔츠, 채도 낮은 베이지색이 세련된 치노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뒷부분이 길게 재단된 독특한 셔츠, 채도 낮은 베이지색이 세련된 치노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W Korea> 그림이 전과 좀 달라진 느낌이다.
하정우 맞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

하와이의 영향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림 안에서 계속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다. 살면서 꾸준히 뭔가를 새롭게 느끼고 깨닫는 만큼 표현도 나름대로 진화한다는 생각을 한다. 출연한 작품과 만나는 사람을 통해 변화하게 되고, 그 변화가 작업에도 드러난다.

하와이를 자주 찾는 편이라고 들었다. 휴가는 새로운 도시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보내는 걸 선호하나?
곧 또 다른 곳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하와이가 좋다. 특유의 여유로운 느낌이 있다. 사실 요즘은 여유도 찾으려고 애를 쓴다.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할 때뿐만 아니라 놀 때도 계획이 있어야 한다.

여러 차례 다녀왔다고 하니 이제 관광은 관심 밖일 것 같다. 하와이에 가면 주로 어떻게 지내나?
한국에서는 솔직히 밖에 다니는 게 편하지는 않다. 그래서 하와이에 가면 그 지역 사람처럼 산책하고 밥 해서 먹고 운동하고 낮잠 자고 그림도 그린다. 그 외 특별히 하는 건 없다. 밀린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정도? 심지어는 물놀이도 안 해봤다. 가서 뭐했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해줄 말이 없다.

색 분할이 세련된 카디건, 다양한 룩에 매치하기 좋은 간결한 회색 티셔츠, 워싱이 멋진 데님 팬츠, 붉은 별 로고가 포인트인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색 분할이 세련된 카디건, 다양한 룩에 매치하기 좋은 간결한 회색 티셔츠, 워싱이 멋진 데님 팬츠, 붉은 별 로고가 포인트인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밀린 영화는 어떤 걸 봤나?
<에베레스트>와 <노크 노크>. 그리고 <국제시장>을 이제야….

본인 출연작을 다시 볼 경우도 종종 있지 않나? 얼마 전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용서받지 못한 자> 개봉 10주년 상영회에 참석했다.
나나 윤종빈 감독이나 다른 배우들이나 참… 그동안 많이 늙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난 10년을 꽤 괜찮게 보냈다는 생각도 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촬영 당시 윤종빈 감독과 싱거운 대화를 종종 나눴다. 좋은 배우와 연출자가 돼서 오래 함께 일하자고도 했다. 행사에 참석해 문득 떠올렸는데 그래도 당시의 바람이 어느 정도 실현된 것 같더라.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떠나 내가 배우로 보낸 세월을 돌아보게 됐다.

10년 전의 하정우는 어떤 사람이었던 것 같나?
풋풋했다. 거칠고 꾸밈이 없고, 힘이 넘쳤다.

줄무늬 패턴이 더해진 트랙 슈트 세트, 레이어드한 티셔츠, 겨자색과 남색의 조화가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줄무늬 패턴이 더해진 트랙 슈트 세트, 레이어드한 티셔츠, 겨자색과 남색의 조화가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제품.

윤종빈처럼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본 감독과 함께하는 현장은 그 외의 경우와 좀 다르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큰 차이는 없다. 단, 처음 만난 연출자 앞에서는 더 나를 드러내려고 한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님과는 <아가씨> 제작 기간 중 비는 일정을 틈타 일본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때 평소의 생각부터 겪어온 경험까지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장단점을 파악해서 잘 활용할 수 있게끔, 나라는 배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거다. 내 입장에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연출자의 입장을 듣는 게 작품 준비에 도움이 된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에 갇히는 남자의 이야기다. 혼자 끌고 가야 하는 장면이 많겠다.
맞다. 대화는 거의 전화 통화다. 함께 등장하는 건 강아지 한 마리 정도라 계속 걔랑 논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유머 같다. 극한의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적절하게 완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영화 시작 5분 만에 터널에 갇혀버리니까 그 자체로 너무나 암담한 상황 아닌가. 주인공까지 어두운 설정에 짓눌려버리면 관객이 지켜보기가 힘들 거다.

연출 데뷔작인 <롤러코스터>만 봐도 코미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어떤 작품이든, 설령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일 경우에도 코미디는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극의 전개에 꼭 필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다.

베이식한 디자인이라 어디든 잘 어울리는 줄무늬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Golden Goose Deluxe Brand, 페라리와 협업한 디자인이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시계는 Hublot 제품.

베이식한 디자인이라 어디든 잘 어울리는 줄무늬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Golden Goose Deluxe Brand, 페라리와 협업한 디자인이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시계는 Hublot 제품.

특히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가 있나?
<덤 앤 더머> 1편을 좋아한다.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이나 우디 앨런의 <할리우드 엔딩>, <총알 탄 사나이> 같은 작품도 생각나고. <블루 재스민>만 해도 잔인한 코미디 아닌가.

영화를 볼 때는 배우와 감독 중 어느 쪽의 관점에 가까워지나?
둘 다다. 그런데 확실히 다른 감독님들께 배우보다는 연출자 입장의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로케이션이라든지, 편집이라든지, 스태프에 대한 내용이라든지.

연출자로서 두 편의 장편을 발표했다. <롤러코스터> 때와 비교하면 <허삼관>은 어떻게 다른 경험이었나?
작업 자체는 너무나 즐거웠다. 잘해내고 싶은 의지가 컸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롤러코스터>와 달리 <허삼관>은 소설을 각색한 프로젝트였다. 작업 방식, 준비 과정, 연기 디렉션 등 모든 게 첫 영화와는 달랐다. 모든 과정을 마친 뒤 생각해보니 결국 중요한 건 감독이 얼마나 ‘자기 것’을 이야기하느냐의 문제였다. 데뷔작처럼 내가 좋아하는 방식과 이야기에 더 솔직해져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덕분에 연출자로서의 방향성이 많이 정리가 됐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회색 니트 카디건, 담백한 티셔츠, 치노 팬츠, 낡은 듯 가공된 밑창이 멋진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옆부분의 금색 장식이 특징인 선글라스는 Police by Sewon I.T.C 제품.

클래식한 디자인의 회색 니트 카디건, 담백한 티셔츠, 치노 팬츠, 낡은 듯 가공된 밑창이 멋진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옆부분의 금색 장식이 특징인 선글라스는 Police by Sewon I.T.C 제품.

얼마 전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아가씨>의 촬영을 마쳤다. 어떤 현장이었을까?
박찬욱 감독님은 계획하고 구상한 바를 엄격하게 지키신다. 배우들이 대사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시나리오대로 표현하기를 바라신다. 그래서 사전 연습이 길었다. 일본어 대사 비중까지 높아서 준비를 충분히 해야 했다. <터널>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 될 거다. 즉흥 연기가 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애드립이 아무 생각 없이 가서 던진다고 나오진 않는다. 미리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해두고 순발력 있게 꺼내어 써야 한다. 작품에 따라 준비 과정과 내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아가씨>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감독님과 상의하고 더블 체크를 해가며 합을 맞췄다. 그리고 일본어대사가 많아서 애드립은 치라고 해도 못 쳤을 거다.

<아가씨>에서 맡은 백작은 악역에 가깝다. 이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일단‘백작’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이 친구가 사기를 치고 놀아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 세계 안에 들어가보고 싶은 바람도 컸다.

원작인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나 소설을 각색한 BBC 미니 시리즈도 참고했을까?
둘 다 안 봤다. 시나리오와 원작 소설에는 워낙 다른 지점들이 있다. 감독님의 이야기와 내가 해석한 캐릭터에 더 초점을 두고 싶었다.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에 빗대자면 백작은 <비스티보이즈>의 마담이나 <멋진 하루>의 병운 같은 리듬감이 있다.

검정 장식들로 색다른 느낌을 더한 항공점퍼 모티프 블루종과 검정 톱은 Golden Goose Deluxe Brand, 앞 프레임에서 옆면으로 이어지는 T 로고가 멋진 선글라스는 Tom Ford by Sewon I.T.C 제품.

검정 장식들로 색다른 느낌을 더한 항공점퍼 모티프 블루종과 검정 톱은 Golden Goose Deluxe Brand, 앞 프레임에서 옆면으로 이어지는 T 로고가 멋진 선글라스는 Tom Ford by Bryan & David 제품.

작품 속의 하정우는 믿을 수 있는 남자일 때가 드물었다. 반듯한 영웅보다는 뒤틀리거나 어두운 인물일 때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스타’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터널> 이후로 예정된 <신과 함께>에서는 그래도 전통적인 주인공 캐릭터에 가까울 것 같다. 지금껏 선택한 작품은 그냥 당시에 가장 재미있게 느꼈던 프로젝트들이다. 출연을 결정할 때 캐릭터가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이야기인가가 더 중요하다.

<터널> 이후 <신과 함께>까지 마치고 나면 2016년도 거의 지나가겠다.
그렇다. 촬영 일정이 하반기까지 잡혀 있다.

영화 출연 외에 개인적인 계획은 없을까?
아직까지는 그렇다. 전시도 일단 1월까지만 예정되어 있다. 그림에 대해서는 좀 더 솔직한 작업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그란 장식으로 재치를 더한 셔츠, 낙낙한 실루엣의 치노 팬츠, 포멀한 룩과 캐주얼한 룩 어디든 잘 어울리는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시계는 Hublot 제품. wa-

동그란 장식으로 재치를 더한 셔츠, 낙낙한 실루엣의 치노 팬츠, 포멀한 룩과 캐주얼한 룩 어디든 잘 어울리는 스니커즈는 모두 Golden Goose Deluxe Brand, 시계는 Hublot 제품.

최근 부친인 김용건 씨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셨더라. 직접 접속해본 적이 있나? 수천 명의 자칭 ‘예비 며느리’들이 덧글 문안을 하는 중이다.
기사로만 봤다. 재미있더라.

연애는 안 하나?
좋은 사람 어디 없을까, 늘 생각은 한다. 나도 노력을 하긴 해야 할 거다. 시간 여유가 될 때 서울에 남아서 모임에도 나가고 해야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 그런데 요즘은 짬이 생기면 아예 여행을 떠나버린다. 주변에 소개팅 좀 시켜 달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 건네기는 한다.

소개팅도 하나?
최근은 아니고, 예전에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직업이다 보니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사생활을 지키는 데 철저한 것 같다. 아버지도 하시는 SNS 계정 하나 없고.
관객과는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사생활까지 공유하기는 망설여진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인데 배우는 신비감을 지킬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고한 존재가 되려는 게 아니라 내 일상을 보호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야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듯하다. 일 외의 삶은 철저히 평범하게 보내고 싶다. 이것 역시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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