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천재다”라고 말하는 페라가모 하우스의 수장 마시밀리아노 조르네티와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소피아 로렌을 직접 만나 인사를 건넸다면, 2015년의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스타들에게 인사를 건넨다”는 슈즈 디자이너 에드가르도 오소리오. 2016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청량감 넘치는 새 컬렉션을 선보인 마시밀리아노와 11월 말부터 본격 판매될 새로운 페라가모 슈즈 캡슐 컬렉션의 주인공 에드가르도를 가을의 밀라노에서 만났다. 두 남자가 생각하는 이탤리언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하여.

마시밀리아노와 보낸 오전

<W Korea> 만나서 반갑다. 어제 2016 S/S 쇼는 정말 아름답더라. 끝난 뒤 무엇을 했나?
고맙다. 친구들과 멋진 저녁을 즐겼다. 에드가르도의 캡슐 컬렉션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짧다. 내일부터 남성 2016 프리폴 컬렉션 디자인과 쇼 준비에 열중해야 한다.

이번 이야기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나?
이 시대의 청춘상을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믹스하고 싶었다. 클래식한 무드를 동시대적으로 풀고자 했다. 가벼움, 싱그러움, 그리고 한여름의 이탈리아가 가진 아름다움을 주요 요소로 했다. 언제나 대비되는 요소를 아우르는 것에 관심이 많다. 흑백의 대비와 컬러 블록을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다. 살랑거리는 룩에 구조적인 백과 슈즈를 매치하길 즐기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이고.

쇼장을 나서는데, ‘휴가를 떠나고’ 싶더라.
하하하. 나의 휴가도 이번 컬렉션에 영향을 끼쳤다. 영감이 되었다곤 할 수 없다. 8월에 코르시카 섬으로 떠나기 전에 컬렉션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까. 그러나 휴가에서 느낀 편안함, 이탈리아식의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 경쾌한 가벼움이 휴가에서 돌아온 뒤 컬렉션에 투영되었다. 일단, 많은 색이 첨가되었다. 여행 중 내가 본 바다의 푸른 빛깔, 해바라기의 쨍한 노란빛, 바위의 짙은 색, 산의 초록빛이 스며든 거다. 시원한 줄무늬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의 컬렉션도 그렇지만, 마시밀리아노 조르네티의 페라가모 레이디들은 늘 어딘지 품격 있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여성성’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다. 그저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것도, 걷는 방식이나 표정에 관한 것도 아니다. 관능과 유혹의 바탕이 되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절제와 수줍음도 느껴진다. 정말 매혹적이다.

컬렉션에 등장한 슈즈 역시 에드가르도의 디자인인가?
아니다. 에드가르도의 디자인은 캡슐 컬렉션으로 11월 말에 출시되며, S/S 컬렉션과는 다르다.

그를 캡슐 컬렉션의 파트너로 선택한 까닭이 궁금하다. 어떤 점이 살바토레 페라가모 하우스, 그리고 당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나?
에드가르도와의 작업은 알고 보면 더 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거다. 신호탄이라고 할까? 나와 페라가모 하우스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에드가르도와 작업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디자이너로서의 출발점이 페라가모 하우스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정신을 잘 이해하고, 이를 새롭고 동시대적 제품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 믿었다. 그는 콜롬비아 태생이지만 굉장히 이탤리언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취향에 있어 나와 공통점도 많다.

큰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함은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작업도 예정되어 있다는 말인가?
맞다. 다음은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 것 같다. 나와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는 페라가모의 또 다른 이야기가 될 텐데, 윈윈 전략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에겐 영광이며, 하우스로선 또 다른 타깃의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다.

흥미로운 발상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하우스의 어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기억되고 싶나?
물론 페라가모 하우스의 DNA를 가장 훌륭하게 재해석한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천재였다. 그는 1960년대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도회적인 비전과 색, 소재, 형태에 관한 감각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우스 중 하나이니만큼 이탈리아식 라이프스타일을 창의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

베일을 벗은 에드가르도의 캡슐 컬렉션이 준 첫인상은 ‘관능적이다’였다.
에드가르도는 하우스의 DNA를 재해석해 굉장히 다양한 여성의 면면을 그렸다. 플랫 슈즈와 스틸레토 힐, 부티, 샌들은 각기 다른 얼굴과 매력을 지닌 여성들 같다. ‘관능적’이라는 수식어도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론 ‘감각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에드가르도 자체가 굉장히 날 선 감각을 지녔으니까. 코르크에 폴카 도트를 프린팅하고, 리본 장식을 새로운 기술로 독특하게 부착하고, 레인보 웨지를 컬러로 차용한 이번 컬렉션은 풍요롭고, 유쾌하고, 영(young)하다.

‘영’이라는 수식어를 들으니 새롭다. 일상적인 패션이 패션계의 완강한 축이었을 때도, 당신과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더 큰 그림 안에서 특유의 미학을 추구했다.
내가 ‘영하다’고 한 건, 요즘 언급되는 유스 컬처와는 좀 다른 의미다. 숫자적인 문제라기보다 무드 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패션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빠르게 새로운 컬렉션에 반응한다. 어제 쇼가 끝난 뒤 체감한 인스타그램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세대가 달라졌고, 패션이 점점 실생활에 밀착되고 있다. 디자이너들 역시 이런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맞다. 우리는 SNS를 통한 자기 PR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화려한 삶을 포스팅하기 바쁜데, 당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찾을 수 없더라.
계정을 못 찾은 건, 개인적인 SNS 계정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살바토레 페라가모 공식 계정이 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사적인 생활은 사적인 대로 두고 싶다. 나누고 공유하는 삶을 좋아하지만, 핸드폰 화면 속에서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친구들과 실제로 눈을 마주 보고 삶을 함께 나누는 거다.

에드가르도와 보낸 오후

<W Korea> 만나서 반갑다. 요지 야마모토와 니콜 브런디지에 이은 세 번째 슈즈 디자인 협업 파트너다. 슈즈로 유명해진 유서 깊은 하우스로부터 슈즈 협업 제안을 받은 소감이 어떤가?
물론 특별하다. 다만, 페라가모 하우스가 이전의 디자이너, 아티스트들과 진행한 협업과 이번 나와의 작업은 많이 다르다. 이번 캡슐 컬렉션의 정식 명칭은 ‘에드가르도 오소리오 for 살바토레 페라가모’로, 협업 디자이너의 이름을 컬렉션 명칭에 사용한 건 처음이다. 게다가 페라가모는 19세에 일을 시작한 나의 첫 직장이다. ‘고향에 돌아왔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열아홉, 그 당시에도 마시밀리아노 조르네티와 일을 했나?
맞다. 당시 그는 남성복 디자이너였고, 나는 주얼리 디자인을 했다. 그가 컬렉션에 주얼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함께 작업했던 일이 기억난다. 우린 여전히 가깝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하우스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유려한 역사, 장인 정신의 전통, 여성의 발이 편안한 슈즈를 만든다는 점.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사람 발의 모양에 관해 깊이 탐구한 디자이너다. 그의 아카이브를 동시대 여성을 위해 재해석해볼 수 있는 기회라니, 그 누가 영광이라 생각하지 않겠나? 그는 색 사용과 소재 믹스, 양쪽에 능했고, 슈즈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아이코닉한 50년대의 레인보 웨지와 폴카 도트 프린트 슈즈를 보면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시대적인 영향도 컸다. 전쟁이 끝난 뒤였고,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지고 싶었으니까. 나도 그처럼 여성을 행복하고, 꿈꾸게 만드는 슈즈를 만들고 싶다.

아카이브의 어떤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재해석해 에드가르도만의 페라가모 슈즈를 만들었나?
레인보 웨지의 컬러감을 차용한 디자인도 있고, 코르크를 슈즈 굽 소재로 처음 사용한 살바토레 페라가모를 존경하는 의미로 코르크를 슈즈 보디 부분에 적용한 피스도 있다. 아이디어를 얻되, 답습하는 디자인은 지양했다. 그래서 코르크를 스웨이드처럼 가공하는 방식을 개발했고, 50년대 펌프스의 리본 장식은 가죽, 메탈, 플렉시 등 다양한 소재로 재탄생시켰다. DNA에 관해 고민한 다음엔, 여기에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디자인 요소를 접목했다. 그중 하나가 레이스업 디테일이다. 최고로 여성스럽고, 또 관능적인,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디자인이다.

당신의 레이블 아쿠아주라는 올리비아 팔레르모와 카라 델러빈 등 많은 셀렙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고, 카린 로이펠드를 비롯한 멋진 파리지엔들까지 만족시켰다. 페라가모와의 이번 협업 때 염두에 둔 뮤즈가 있었나?
특정 인물은 없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당대 최고의 여배우에게 신길 슈즈를 만들었다면, 나는 요즘의 여배우, 디바, 나아가 스트리트 스타일 스타와 인스타그램 스타, 그리고 내 친구들이 어떤 슈즈를 신고 싶어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쿨하고, 재미있고, 남다를 것. 동시에 가볍고, 부드럽고, 여성적일 것’. 이것이 내가 도출한 결론이다.

언제부터 슈즈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것에 대한 열망이 컸다. 막연하게 패션 디자이너, 아니면 가구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릴 적 스케치북에 낙서할 때도 여성의 슈즈를 곧잘 그렸는데, 공부를 할수록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즈는 굉장히 감성적인 오브제다. 쇼윈도의 슈즈를 황홀하게 바라보는 행위는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섹시해 보이고 싶은 날, 편안하고 싶은 날 신는 슈즈는 다르다. 또 옷과 가방은 몸에 ‘걸치는’ 것이지만, 슈즈는 ‘신는’ 액세서리다. 몸의 일부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슈즈는 여성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웰메이드 슈즈가 중요하다.

당신은 관능적인 시선을 타고난 것 같다. 플랫 슈즈까지도 섹시하니 말이다.
나의 원류인 라틴의 영향과 이탈리아적인 취향 때문 아닐까? 아름다운 여성이 좋고, 그녀들이 나의 슈즈를 신었을 때 최고의 모습이면 좋겠다. 보통의 남자는 플랫 슈즈를 섹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기에, 친구들이 나의 플랫 슈즈에 관해 “유일한 데이트용 플랫 슈즈야. 남자친구가 너의 플랫 슈즈만은 좋아하거든”이라고 말했을 때 정말 기뻤다. 어릴 적 런던에서 공부하며 창의적인 디자인에 관한 감을 익혔고, 미국에서 지내며 실용적인 부분에 관해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나 특유의 관능적이고 섬세한 취향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예전 인터뷰 중 벗어놓았을 때보다 신었을 때 더 아름다운 슈즈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은 의미 없다. 많은 여성들이 쇼윈도의 예쁜 슈즈에 반해 신어본 뒤, 눈으로 본 것보다 빛나지 않아 실망하곤 한다. 그런가 하면 다리를 짧고 굵어 보이게 만드는 슈즈도 있다. 나는 늘 쇼윈도에서도 시선을 끌지만, 신었을 때 정말 감탄사가 나올 슈즈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스케치를 보내고 샘플을 받으면 모델이 신은 모습을 보며 많은 부분을 수정한다. 잘라내고, 변형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리를 가늘고 길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드가르도 오소리오의 ‘이상적인 하이힐’이란 어떤 것일까?
솔직히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여성들의 하루하루가 엄청나게 다이내믹하다. 플랫 슈즈가 필요한 순간, 하이힐이 필요한 순간, 스니커즈가 필요한 순간이 수시로 겹친다. 엄마, 비즈니스 우먼, 연인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한 가지 룰이 있다. 플랫폼을 제외하고 10.5센티미터 이상의 힐은 디자인하지 않는다는 것. 그 이상 높을땐 걷기 힘들고, 불편함을 느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쿠아주라가 인기를 구가하게 된 데에는 SNS의 파급력도 한몫했다. 패셔너블한 이들이 이브닝 슈즈에 가까운 당신의 슈즈를 데님 팬츠 같은 일상적인 룩과 매치한 사진들이 SNS에서 반향을 일으켰으니까.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는 편인가?
사랑한다! 하하. 때때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자인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이번 캡슐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도 그랬다. 시각적 자극을 주고,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는 인스타그램에 디자이너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엔 ‘트렌드’라는 단어는 앞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요즘의 유행은 인스타그램에서 만들어지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빠르게 잊혀진다. 그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은 내겐 소통의 창구다. 나의 슈즈를 신은 여성들이 한국, 미국, 멕시코 어디에 있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즉각적이면서, 대단히 글로벌하다. 생전의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소피아 로렌을 직접 만나 인사를 건넸다면, 2015년의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셀렙과 고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때론 새로운 도시에 여행 갔을 때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현지 고객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다. 내년 4월에는 서울도 방문할 예정이다. 나는 나의 슈즈를 신고 있는 여성의 스트리트 컷을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것이 너무 좋다. 그런 사진들만 따로 스크랩해둔 무드 보드가 있을 정도라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알겠나?

그렇다면 이젠 당신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슈즈를 신은 여성들의 포스팅이 엄청 기다려지겠다.
물론! 인스타그램 속 스트리트 컷에서 나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슈즈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룩에 나의 페라가모 슈즈를 믹스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