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다섯 곳, 그곳의 맛집에 대해서라면 꽤 잘 안다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

<뉴욕의 브런치>
뉴욕 하면 전 세계 음식으로 즐비한 레스토랑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들이 매일 아침 여유롭게 즐기는 다양한 브런치 플레이스로 뉴욕은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요즘 뉴욕은 각 레스토랑마다 근교의 농장에서 재배한 친환경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광고하는 것이 트렌드이며, 지역 농장과의 교류를 매우 중시한다. 메뉴에 보면 어느 농장에서 재배했는지의 정보가 올라와 있을 정도다. 브런치 플레이스를 포함해 많은 뉴욕의 레스토랑의 깊이 있는 맛은 단연 햇살 가득한 비옥한 근교 농장에서 재배되는 신선한 식자재 덕이라 할 수 있다. -고민지(직장인)

1 에그 Egg
브루클린 최고의 브런치 가게다. 가게 이름처럼 계란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가 인상적이다. 가장 인상 깊은 메뉴는 에그 로스코(Eggs Rothko)로 브리오슈에 다양한 야채와 계란을 얹어주는 요리다. 언뜻 보기에는 별로 특이할 게 없는 메뉴인 것 같지만 미국 남부 흑인 할머니가 갓 구워낸 빵에 농장에서 바로 꺼낸 달걀로 요리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며, 노른자의 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2 다임스 Dimes
약간 그런지한 룩이랑 잘 어울리는 브런치 플레이스로 어제 새벽까지 알코올에 취해 있었던 것 같은 손님들이 대부분인 독특한 곳이다. 이곳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메뉴는 브라운 라이스와 각종 야채, 수란과 사워크림이 들어간 샐러드 볼과 복숭아가 듬뿍 올라간 피치 토스트다.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어느 유치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3 에스-아-베이글 Ess-a-Bagle
뉴욕의 최고 베이글 전문점이다. 메뉴판에는 20여 가지의 베이글과 다양한 크림치즈가 있다. 더 적극적으로 먹방을 즐기고 싶다면 연어, 칠면조 햄 등을 추가해 베이글 샌드위치를 먹을 것을 추천한다. 워낙 인기가 많아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할 것.

<태국의 파인 다이닝과 길거리 음식>
생선수프를 한 입 먹고 너무 매운 나머지 한참 동안 한마디도 못하고 싱하 맥주만 들이켰다. 세련된 부티크 호텔에 자리잡은, 그리고 몇 년 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뽑혔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무자비한 매운맛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런 경험은 방콕만의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파인 다이닝은 왕실이나 귀족들이 먹던 음식에서 시작되어 세련된 맛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방콕의 몇몇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태국 음식은 언제나 길거리의 간이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비닐봉지와 함께해왔다. 방콕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대신 거리에 나서면 어디에나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 앉아서 팟푹파이댕볶음(모닝글로리), 꾸어웨이띠여우(쌀국수)를 먹거나, 어쑤언(굴 계란 볶음), 꿍채남쁠라(새우장)와 얼음을 탄 맥주를 마신다. 두리안의 고약한 냄새도 길거리에서는 자연스럽게 프릭키누의 매콤한 향과 레몬그라스의 새콤한 향과 한데 뒤섞인다. 많은 태국의 셰프들은 이런 길거리 음식의 맛과 향을 테이블 위에 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서양 코스 요리의 큰 틀 안에서 길거리 음식의 야생성은 그대로 남겨놓고 맵고 시고 짠 강렬한 맛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한 테이블 안에 길거리 음식과 파인 다이닝이 공존하는 이 역설적인 모습은 어쩌면 방콕이라는 도시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전혀 다른 느낌의 장소에서 음식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방콕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신현호(음식애호가)

1 남 Nahm
고전적인 레시피와 동시대의 길거리 음식을 파인 다이닝의 형태로 구현, 태국 사람들 사이에서 무척 인기가 높은 레스토랑이다.
2 보란 에센셜 타이 Bo.lan Essentially Thai
조용한 골목의 태국식 가옥에서 태국 전통 가정식과 길거리 음식을 전혀 다른 레벨로 맛볼 수 있다.
3 가간 Gaggan
인도 요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분자요리 전문점이다. 독특하게도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들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4 실롬 소이(Silom Soi) 20의 아침 시장
사무지구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아침 시장이다. 무삥(돼지고기 꼬치)이나 생선구이, 팟타이(볶음 국수) 같은 음식을 포장해 판매한다.
5 통러(Thong Lo)의 수쿰빗 소이 (Sukhumvit Soi) 38
통러는 일본 주재원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대체로 비싼 편이지만 저녁이 되면 저렴한 길거리 음식점을 파는 노점이 들어선다. 일본어, 영어로 된 메뉴판이 많아 관광객도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6 오토코 시장 Or Tor Kor Market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주로 오는 농산물 시장이다. 깨끗한 시장 안에 푸드코트 형태로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태국의 남부 요리 향이 강한 콩을 맵게 볶은 팟사타우(Pat Sa Taw)를 비롯해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호커센터>
싱가포르의 호커센터는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무더운 싱가포르에서 에어콘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대개의 호커센터는 냉방 시설이 없고 가끔 아주 큰 프로펠러가 천장에 달려 있거나 선풍기가 곳곳에 있다. 쉽게 말해서 야외에 있는 푸드코트인 호커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시내 중심부와 주거 지역 곳곳에 있으며, 특히 버스 인터체인지나 지하철역이 있는 교통 요충지나 싱가포르에서는 HDB라고 부르는 정부 임대아파트 밀집 지역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에어콘 시설이 되어 있는 쇼핑몰의 푸드코트가 많이 생겨 사람들이 쇼핑몰 푸드코트를 많이 이용하지만 여전히 싱가포르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호커센터를 만날 수 있다. 총 107개의 호커센터 중 시내 접근성이 좋고 잘 알려진 호커센터 세 군데를 추천한다. -정규현(직장인)

1 차이나타운 콤플렉스 푸드 센터 Chinatown Complex Food Centre
싱가포르 호커센터에서 맛볼 수 음식은 모두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호커센터로 260여 개가 넘는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싱가포르의 유명 음식인 칠리크랩, 블랙페퍼크랩, BBQ 치킨 윙, 사테, 당근 케이크, 치킨 라이스(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완전 고전 음식), 개구리 죽, 딤섬 등 다양한 음식뿐만 아니라 아이스 카창, 첸돌 등 싱가포르 특유의 디저트 메뉴 역시 맛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 콤플렉스 푸드 센터에 있는 많은 가게들이 비슷한 메뉴를 팔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으로 인해 그 어느 곳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호커센터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차이나타운을 관광한다면 꼭 들를 것.
2 맥스웰 로드 호커센터 Maxell Road Hawker Centre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호커센터다. <헬스키친>에서 맨날 소리 빽빽 지르는 고든 램지 셰프도 여기에 다녀갔으며, 싱가포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제일 유명한 치킨 라이스 집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맥스웰 로드 호커센터는 차이나타운 중심에 있으며, 100여 개가 넘는 음식점이 있으므로 차이나타운 관광시 들르면 좋다. 가장 유명한 음식은 티안티안 하이나니즈 치킨 라이스(Tian Tian Hainanese Chicken Rice)와 젠젠 포리지(Zhen Zhen Porridge)다.
3 티옹 바루 푸드 센터 Tiong Bahru Food Centre
티옹 바루 마켓은 티옹 바루 MRT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는데 역에서 멀지는 않으나 초행길이라면 못 찾고 헤맬 수 있으니 역에서 위치를 물어보고 방문하도록. 티옹 바루는 싱가포르의 구 도심 지역으로 최근 들어서는 힙스터들이 노는 지역으로 변모하여 이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특히 프랑스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 호커센터 주변에서는 조그만 카페, 이탤리언 레스토랑, 빵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레노베이션 공사 후 단층 건물에서 지금의 3층 건물로 변모하였으며, 1층에는 꽃집과 슈퍼마켓 등이 들어서 있으니 밥 먹으러 가기 전이나 후에 잠깐 둘러볼 만하다.

<런던의 커피>
영국은 차(Tea)의 나라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영국인들이 커피를 덜 마실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영국에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여기저기 있고 작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가 골목골목에 있다. 한국의 ‘국민커피’가 아메리카노라면, 영국인의 커피는 이웃나라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이 카푸치노나 라테 같은 우유 베이스의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또 다른 점은 영국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라면‘아이스’로 시작하는 차가운 음료를 잘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던 사람이라면, ‘Café Americano’라는 메뉴가 없어서 놀랄 것이다. 그 대신 ‘Flat White‘라는 생소한 메뉴가 있는데, 강한 에스프레소 한 샷에 거품을 제거한 우유를 가득 채운 것으로 일반 라테나 카푸치노와는 다르다. 영국의 카페는 커피 그 자체로도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레스토랑 못지않은 다양한 먹거리로 눈, 코, 입을 자극한다. 갓 구운 빵과 샌드위치, 그리고 샐러드는 한 끼를, 그것도 아주 잘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좋은 커피, 좋은 음식과 함께 영국인들은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노트북으로 일과를 처리하기도, 책을 읽기도 한다. 큰 길가가 아닌 작은 골목들에 자리한 카페들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휴식을 제공해준다. -이예린(학생)

1 탭커피 Tap Coffee
자전거 한 대가 간판을 대신하는 이곳은 런던 소호 거리에 있다. 탭커피는 런던의 커피 마니아들이 매년 빠짐없이 ‘최고의 런던 커피집’으로 선정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고의 재료와 바리스타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커피 문화를 탄생시키고자 오픈해 지금까지 런던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느 카페처럼 주문한 커피가 금방 나오진 않지만 완벽한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한 바리스타의 정성이 담긴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런던에 지점이 세 군데 있다.
2 플랫화이트 Flat White
탭커피와 마찬가지로 소호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가게 이름처럼 플랫화이트 커피가 주메뉴다. ‘런던의 오리지널 플랫 화이트’라는 슬로건에서도 커피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커피빈은 바리스타, 라테 아트, 브루잉 3개의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스웨덴의 드롭 커피 로스터(Drop Coffee Roaster)에서 제공받는다. 커피 자체는 산미가 강하지만 부드러운 우유와 조화를 이루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풍미를 낸다.
3 카페인 Kaffeine
플랫화이트가 호주, 뉴질랜드 지역의 커피를 도입하고자 했다면, 이곳은 호주 스타일의 카페를 런던에 상륙시키고자 했다. 2009년 옥스퍼드 서커스(Oxford Circus)와 멀지 않은 피츠로비아(Fitzrovia) 지역에 오픈한 이 카페는 맛있는 커피, 훌륭한 음식,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호주식’ 카페다. 메뉴마다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 컵의 크기를 연구하는 섬세함은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이곳만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쿄의 위스키 바>
일본은 개항 이래 서양의 문물을 적극 들여오고 자국화했다. 특유의 장인 정신을 통해 내놓은 그들의 결과물은 청출어람이라 할 만했다. 이내 서양은 일본에 매혹됐고 반도체, 시계, 게임, 오디오, 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서 일본의 성장은 서양을 압도했다. 위스키와 칵테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야마자키, 요이치, 다케츠루 등의 일본 위스키는 공항 면세점에 없어서 못 사는 지경이고, 각종 대회에서 일본인 바텐더가 우승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심지어 요즘은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의 바텐더가 두각을 나타낼 정도니 이 나라의 문화 저변은 도대체 어느 정도로 넓은지 감탄을 멈추지 못할 따름이다. 거꾸로 일본은 위스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굳이 일본의 바를 찾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위스키 마니아는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술을 만날 수 있고,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마스터들의 솜씨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의 모든 상점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손님을 ‘텐더’하겠다는 일념으로 극진하게 예를 갖추되, 가게의 정신만은 올곧게 지키기 위해 몇몇 규정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기본적인 접대 서비스만큼은 일품이기 때문에 말도 안 통하고, 무척이나 낯선 입장이지만 혼자라도 안심하고 문을 두드려도 좋다. 오래 숙성된 위스키처럼 일본의 바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누적된 시간을 체험하기 위해 묵직한 바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언제나 큰기쁨이다. – 배윤경(건축가)

1 루팡 Bar Lupin
무뢰파로 대표되는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를 비롯하여 많은 문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웨이트리스가 서빙하는 카페 스타일로 시작한 전통 때문인지 여성 바텐더를 만날 수 있고, 종업원의 평균 나이가 60세가 넘을 정도로 바를 지키는 사람들 자체가 역사를 웅변하는 곳이다. 건물이 노후화된 관계로 한 번 레노베이션을 했지만 니은자 모양의 바 테이블과 함께 인테리어를 1930년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 모리 Mori
46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모리상이 운영하는 바이다. 모리상은 1987년 세계 칵테일 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손가락만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젓는 스터 기술의 달인이다. 처칠이 즐겨 마시던 부들스 진을 이용한 모리 마티니가 유명한데, 최근에 베이스가 되는 진이 십스미스(sipsmith)로 바뀌었다. 스페인산 올리브를 함께 내주어 드라이한 마티니 맛이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3 텐더 Tender
오너인 우에다상은 하드 셰이킹의 달인이다. 또한 칵테일을 제조할 시 계량을 하지 않고 감각에 의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바텐더>라는 만화에서는 미스터 퍼펙트라는 냉정한 인물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칵테일로는 김렛이 있지만 마티니 실력도 모리상 못지않다. 우에다상이 쓴 책 <칵테일 테크닉>을 구입하면 저자의 친필 서명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