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눈부시게 도약했고, 어떤 물건은 유독 사랑받았으며, 어떤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했다. 빛나는 장소와 인상적인 순간들이 우리 곁에 머무르거나 스쳐갔다. 한 해 중에 2015년이 아닌 시간은 없었지만, 이것들이 모여 2015년으로 남을 것이다.

WHEN

<위로공단>이 주는 위로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이 받은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은 이례적인 사건인 동시에 그럴 법한 수상이었다. 순수미술 영상과의 경계에 있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작품으로 초대되고 전편이 전시(상영), 수상까지 한 것이 이례적인 부분이라면 ‘모든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비엔날레의 총감독이 예술의 사회 참여적 성격을 강조해온 오쿠이 엔위저였다는 점이 그럴 법한 대목이다. 70년대 구로공단의 봉제 공장 여성 노동자들을 추적하는 것에서 출발해 65명을 인터뷰해 노동에서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을 다룬 이 다큐는 한국이 여전히 이런 소재로 할 이야기가 넘치는 제3세계라는, 씁쓸한 증명이기도 했지만.

폭스바겐이 멈췄을 때
폭스바겐의 TDI 디젤 엔진 차량 오너들은 리콜을 포함해 모든 대안을 고려해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사과의 편지를 받았다.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불거진 지 거의 두 달 만이었다. 두 달이면, 부정 분노 타협 우울을 거쳐 수용이 일어날 만한 시간이다. 주행 중에는 처리 장치가 꺼지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속인 이 사건의 핵심 이슈는‘환경오염’보다는 ‘조작’이었다. 어떤 상징과도 같던 독일 차가, 성능이 떨어졌다는 것보다 ‘속였다’는 건 그 가치를 믿어오던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렸으니까. 독일차가 다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면 그게 어떤 계기일지가 앞으로 흥미로울 것이다.

표절 논란과 그 이후
지난 6월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한 편의 글은 문학계를 발칵 뒤집은 스캔들의 시작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예문과 함께, 중견 작가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가운데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분명 서로 다른 작품에서 발췌한 두 개의 문단 사이에는 부정하기 힘든 유사성이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 창비와 논란의 중심에 선 신경숙은 설득력이 부족한 변명으로 혐의를 피해가려 했고, 그 때문에 여론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말았다. 결국 한국 문학계를 움직이는 권력 관계를 들춰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번진 상황이다. 과연 올해의 사건은 자성과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답을 확인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2015년 10월 12일, 경찰은 광화문광장에서 ‘국정 교과서 철회’를 외치며 시위하던 대학생 세 명을 연행했다. 10월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대학가에‘복음서도 네 개나 있는데…’라고 쓰인 현수막 사진이 올라왔다. 11월 7일 방송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이은결이 선보인 국정교과서 풍자 마술이‘통편집’되는 일이 벌어졌다. 11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발언으로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밝혔다. 11월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헬조선이라는 자학적 분위기에 빠져 있는 이유가 왜곡된 좌편향 교과서 탓’이라는 발언으로 국정화 교과서 사태에 대한 어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참고로 작년 1월 8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선진국 중에서도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나라가 많다며 그 예로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북한을 언급했다. 그리고 손석희 앵커는 물었다. ‘그 나라들을 선진국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라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지금 2015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기나긴 이별
한 해는 반가운 만남만큼이나 아쉬운 이별로 채워지곤 한다. 2015년에 세상을 떠난 인물들을 되짚어 봤다.
3월 12일 소설가 테리 프래쳇 <디스크 월드>는 1980년대의 해리 포터 시리즈나 마찬가지였다. 닐 게이먼과의 공저인 <멋진 징조들> 역시 그의 대표작 중 하나.
4월 13일 소설가 귄터 그라스 독일 출생.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5월 14일 뮤지션 B.B. 킹 가수 겸 기타리스트, 그리고 블루스의 제왕.
5월 23일 수학자 존 내시 <뷰티풀 마인드>는 그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였다.
6월 7일 배우 크리스토퍼 리 드라큘라 백작이자 <반지의 제왕>의 사루만이었던 위대한 악당.
6월 19일 소설가 제임스 설터 <스포츠와 여가> <올 댓 이즈> 등을 남긴,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
6월 22일 작곡가 제임스 호너 <타이타닉>의 테마는 영화에 버금가는 클래식이 됐다.
7월 10일 배우 오마 샤리프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 이국적인 매력으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클래식 스타.
8월 6일 화가 천경자 ‘미인도’의 위작 논란부터 장례 과정과 관련된 의혹까지, 명성만큼이나 스캔들도 떠들썩했던 아티스트.
8월 30일 영화감독 웨스 크레이븐 <나이트메어> <스크림> 등을 통해 호러 장르의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시켜온 작가. 뇌신경학자 겸 작가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깨어남> 등의 저서를 통해 과학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했던 의학계의 시인.

벌써 20년
세월호 비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의 뜨거운 감자였다.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로 부산시가 상영 철회를 요청했으나 집행위원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끝내 심각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20회째인 올해 행사를 위해 배우 강수연이 구원 투수격인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영입됐다. 그리고 화려한 해외 게스트들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축제는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청년의 나이에 진입하며 영화제가 큰 성장통을 겪은 셈이다.

메르스 대소동
어느새 잊혀졌지만, 5개월 전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메르스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미숙한 초기 대처에 감염 환자는 계속 늘어만 갔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분노와 뒤섞여 점점 더 커져갔다. 궁서체로 쓴‘살려야 한다’는 글귀가 쓰여진 A4 용지 한 장이 붙은 벽과 대통령의 투 샷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이미 무언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어야 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메르스 예방법에는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느니,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나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우스꽝스러운 문구가 포함되어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메르스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한동안 사재기, 품절 현상을 일으킨 N95 마스크 업체였을지도 모른다.

#lovewins
6월 26일,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공식 발표된 후 하루 동안 트위터에 ‘#lovewins’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트윗은 무려 2600만개를 돌파했다. 인스타그램은 무지개 사진으로 도배되었고, 유튜브에는 대법원 발표가 나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실시간 비디오가 줄지어 올라왔다. 또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권리임을 강조하며 ‘인간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전통에서 배제되어 고독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라고 쓰인 대법원 판결문의 마지막 문장은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동성애자 잡지의 표지 모델로 나서면서 동성 결혼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했다.

WHERE

귀요미 비즈니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는 배우들과 나란히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입장했고, 배우 정우성은 이들과 같이 셀카를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팝스카 미카도, 배우 클로이 모레츠도 가로수길의 라인 프렌즈 스토어에 다녀간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기반으로 하던 캐릭터 산업은 이제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석촌호수의 러버덕, DDP의 1600 판다+, 용산역사의 도라에몽 전시 성공에서도 보였던 귀여운 것에 대한 열광, ‘브라운’ 캐릭터를 스티커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인형 앞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고자 하는 SNS 인증 욕구도 성공의 비결일 것이다.

예술영화관 지각 변동
2015년 씨네필들의 동선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고전 영화의 가치를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전파해온 시네마테크인 서울아트시네마는 낙원상가에서의 10년 역사를 마무리하고 서울극장 내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 5월에 열린 <오손 웰스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은 또 한 번의 출발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한편 국내 첫 예술영화 전용관이었던 씨네코드 선재는 오는 11월 30일 부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 멀티플렉스 극장 위주로 유통망이 재편됨에 따라 기존의 색깔을 지키며 영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진행 중인 <허우 샤오시엔 전작전>은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작별 인사다.

무서운 집으로 오세요
영화 <무서운 집>에서 정말 무서운 건 내용이 아니라 끔찍한 만듦새다.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텅 빈 집에 혼자 남게 된 여성이 자신을 공격하는 마네킹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뻔한 줄거리지만, 상상 그 이상으로 조악한 연출과 뻣뻣한 연기는 결과물을 뻔하지 않은 무언가로 만들어버린다. <피조개 뭍에 오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같은, 보지는 못했어도 들어는 본 것 같은 작품들을 1980~90년대에 발표했던 양병간 감독은 <무서운 집>의 엉성함이 의도적인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어쨌든 연출자의 모험은 바랐던 결과를 얻은 셈이다. 이 호러인 척하는 코미디는 단관 개봉 당시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1,039명이라는‘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파리한국영화제에 특별 초청되기도 했다. 과연 <무서운 집>은 한국의 <록키 호러 픽처 쇼>가 될 수 있을까?

안녕, 명왕성
지난 7월 14일, 미국의 우주 탐사선 뉴호라이즌 호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 후 약 9년 6개월 만에 명왕성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약 1만2천550km 떨어진 궤도에 접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껏 인류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명왕성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후 왠지 모르게 감정이 묘해진 것은 비단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만은 아니었을 테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거의 모든 연령대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차줌마’ 차승원, 그의 짝궁이자 ‘볼매남’의 정석을 보여준 유해진, 그 부부(?) 사이의 귀염둥이 아들 손호준, 그리고 강아지 산체와 고양이 벌이 다음으로 <삼시세끼 어촌편>의 직접적인 최대 수혜자는 아마 만재도일지도 모른다. 육지에서는 흔하디흔한 편의점도 없고 고작 하나 있는 슈퍼라고는 하루에도 몇 번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 불편을 자아내지만 해산물 시장이 부러울 것 없는 청정 바다가 있어 조금만 부지런하면 그냥 그렇게‘삼시세끼’를 해결하며 살아도 지루할 틈 없이 행복한 곳, 그곳에 사람들이 푹 빠져버린 건 분주한 도시 생활에 대한 염증때문일 것이다. 물론 만재도를 찾는 관광객도 급증했다. 단, 이 섬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목포에서도 하루에 단 한 번, 오전 8:10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무려 6시간을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곳이니, 여행을 계획하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WHAT

축 ’쌍천만’
<암살>과 <베테랑>은 개봉 전부터 전국 영화관에서 두 영화를 찾아볼 수 없을 때까지 줄곧 ‘천만 영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흥행 보증수표 격인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 광복절과 여름휴가철이 맞물린 개봉 시기, 한국인 취향 저격의 스토리라인까지, ‘대박’을 터뜨리기에 알맞은 삼박자를 모두 갖추었으니 두 작품 모두 거뜬히 천만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이로써 ‘1억 관객 배우’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오달수와 비슷한 나이 또래 중에서는 이제 단연 1인자라고 해야 할 유아인은 다른 배우들보다도 유독 많이 언급된 두 영화의 스타였다.

토요일 저녁의 강자
사실 주말 저녁 시간대에 공중파에서 하는 노래 대결 프로그램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주말 황금 시간을 꿰찬 <복면가왕>이 이렇게나 성공할 줄은 몰랐다. 이제는 너무나도 식상해진 노래 대결 프로그램 포맷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또 추적하는 재미를 더함으로써 <복면가왕>은 시청률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가면의 주인공을 패널들은 마치 전혀 모르겠다는 듯 연기하는 모습에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는 점만 빼면, <복면가왕>은 주말 저녁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임이 확실하다.

픽사가 돌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픽사는 예전의 재기를 잃은 듯했다. <카 2>와 <몬스터 대학교>는 불필요한 속편이었고,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올해 개봉된 피트 닥터의 <인사이드 아웃>은 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오랜만에 날린 홈런이다. <업>과 <월-E> 같은 걸작들이 그랬듯, 쉽고 친절한 화법으로 성숙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어른들은 팝콘을 눈물에 말아먹고 돌아와야 했다. 이게 다 빙봉 때문이다.

맛있는 소주
시작은 ‘순하리 처음처럼’이었다. 이 유자맛 소주 한 병을 사진으로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만인의 부러움을 살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구하기 어렵기로는 1,2위를 다투는 허니버터칩과 순하리 처음처럼을 모두 갖고 소개팅에 나가면 무조건 성공할수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유자 소주를 선두로 석류 소주, 블루베리 소주, 복숭아 소주 등이 과일 소주 전쟁에 뛰어들었다. 안타깝게도 과일 소주 한 병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한순간에 지나갔지만 과일 소주의 인기는 아직까지는 현재 진행 중이다.

TV 이상의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1인 미디어라는 새로운 유행을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안에서 소화한 사례다. 이 쇼의 성공을 비롯해, 2015년에는 매체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넘나드는 시도가 유독 많이 목격됐다. tvN과의 공동 기획인 나영석의 <신서유기>는 네이버 TV 캐스트를 유통 채널로 선택했다. V앱(네이버)과 비틈TV(다음카카오) 등 스마트폰으로 보는 TV앱도 빠르게 시청층을 늘리는 중이다. 지난 9월의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팀 쿡은 애플TV를 최초로 선보였다. IT 환경과 수월하게 호환이 가능한 새로운 시청 환경을 제시한 것이다. 2015년은 TV의 지각 변동이 구체적으로 목격되기 시작한 시기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애플 뮤직 서비스 개시
애플의 음악 서비스 개시는 음악 서비스에서의 어떤 최종 보스, 끝판왕이라는 느낌이었다. 하드웨어를 만들던 회사, 특히 아이튠즈라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관리하는 것을 OS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던 회사가 이제 클라우드를 넘어 스트리밍까지 제공하게 된 건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애플 뮤직이 그저 방대한 음원의 모음을 넘어서는 재미는 취향의 데이터베이스라는 부분에서 올 것이다. 좋아하는 장르와 뮤지션, 앨범을 체크해가면 사용자를 위해 점점 더 섬세한 로직으로 맞춤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하는 데서, 제품만큼 마케팅에, 기술 이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뛰어난 애플의 진가가 드러난다. 3개월의 무료 서비스 기간에 뮤지션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테일러 스위프트는 쓴소리를 해서 정책을 철회하게 만들고, 프린스처럼 고집 센 아티스트는 계약을 맺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다.

메이크업을 유튜브로 배웠어요
2012년에 유튜브를 이야기하면서는 ‘강남스타일’을 뺄 수 없었지만, 이제 유튜브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채널만은 아니다. 유튜브에서 ‘갓’ 칭호를 받는 대표적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각각의 구독자 수는 정샘물 29만 명, 포니 62만 명, 씬님 72만 명. 누구나 관심 있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화장법이라는 주제를, 콘텐츠와 어울리는 포맷으로 담아낸다는 데 뷰티 유튜브의 장점이 있다. 제각기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새로운 자기 홍보 채널 (정샘물), 실용적인 메이크업 팁을 알려주는 셀렙 (포니), 쇼에 가까운 신기한 화장 재현 (씬님)이라는 위상이 흥미롭다. 1인 미디어로서의 뷰티 유튜브는 인터넷 TV 등과 더불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이 방송국 등의 플랫폼을 떠나 독립적으로 나아갈 앞으로의 방향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