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쇼스키 남매의 미드, <센스8> 시즌 2를 찍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배두나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 카페 앞마당에서 작은 플리마켓을 열었다. 더불어 수익금 일부를 더블유 유방암 캠페인 자선 파티에 기부하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까지 전해왔다.

지난 마감 중 10 꼬르소 꼬모 담당자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배우 배두나가 미국 드라마 촬영차 출국을 앞두고 서울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고 싶어 꼬르소 꼬모 카페 앞마당에서 작은 플리마켓을 연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미국 촬영 일정으로 더블유 유방암 캠페인 파티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플리마켓의 수익금 일부를 더블유 유방암 캠페인 파티에 기부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10월 17일 화창한 주말 오후, 배두나는 오픈 3시간 전부터 미리 나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신의 추억이 담긴 제품을 정성껏 세팅하고, 가격을 책정하며, 잔돈까지 은행에서 직접 바꿔오기도 했다. 그녀의 팬클럽에서 나와 도와주긴 했지만 그녀는 거의 모든 일을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내 시선을 모았다. 어린 시절 데뷔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며 형성된 그녀의 특별한 취향은 물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건 여성스러움을 지니고 있지만 어딘지 해체적이고, 실험적인 디테일의 옷들과 보헤미안 감성이 가득 담긴 소품들. 그 모습은 마치 규모나 흥행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본질에 충실하고 다소 실험적이기까지 한 영화를 선택해온 그녀의 필모그래피와 일맥상통한 느낌이 들었다. 고가의 명품에서 일본의 작은 숍에서 구입했을 것 같은 소박하고 소소한 패션 아이템까지, 배두나의 취향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를 거쳐왔는지도 보였다.

한편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딱 두 부류로 나눠졌다. 배두나의 패션 취향을 믿고 찾아온 사람, 오랜만에 그녀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팬들. 홍보 수단이 인스타그램 포스팅 하나였음에도, 소식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은 오픈 시간 한참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목덜미에 구슬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그녀는 마켓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특히 그날은 며칠 전 생일이었던 그녀를 위해 팬들이 준비한 작은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에코백에 귀여운 캐리커처를 그려온 팬부터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생일 떡을 전해주는 팬, 예쁜 케이크로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준 팬까지. 그녀는 이웃집 언니처럼 모두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가 사용했던 물건을 판매하고 구입하는 플리마켓은 그 자체로도 무척 매력이지만, 동경하는 누군가의 플리마켓은 두 배, 세 배의 행복을 전해준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채워줌과 동시에 자신의 짐도 살짝 덜어냈을 배두나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수익금의 일부는 유방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 쓰이게 될 테니 세 배, 네 배로 행복했을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