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아방가르드의 소리를 찾아서 3 (그들 각자의 아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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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튀르의 실종, 웨어러블한 옷의 홍수, 재미를 잃은 런웨이. 최근 몇 년간 패션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자주 등장한 표현이다.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비정하고 냉혹한 흐름에 휩쓸려간 디자이너들. 그 와중에도 옷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아방가르드라는 끈을 쥔 새로운 디자이너도 출현했다.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그들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아름답다고 믿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간다는 것.

그들 각자의 아방가르드 | 새로운 방식으로 아방가르드를 실험하는 요즘 디자이너들.

록 밴드 텔레비전의 앨범 재킷을 프린트로 활용한 언더커버의 2014년 남성 컬렉션.

마이클 보레만스의 그로테스크한 페인팅.

마이클 보레만스의 소년 페인팅이 들어간 2015 F/W 컬렉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특별한 소년을 그린 마이클 보레만스.

1970년대 록 밴드 텔레비전의 앨범 커버.

그로테스크한 뒷모습의 소녀를 담은 언더커버의 2015 F/W 컬렉션.

언더커버 의 펑크, 아티스틱 아방가르드
독실한 펑크 신자였던 준 다카하시의 언더커버. 그는 현재 자신만의 펑크 정신을 스트리트와 아트 쪽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번 시즌 선보인 컬렉션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 그는 몇 시즌째 현대미술에 푹 빠져 있다. 단적인 예로2 015 F/W 컬렉션에서 벨기에 아티스트 마이클 보레만스의 그로테스크한 극사실주의 포트레이트 페인팅을 프린트로 활용한 것을 들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상적인 것을 한 끗 차이로 파괴한 보레만스의 페인팅 자체가 바로 언더커버라고 말할 수 있다. 극단적인 클로즈업, 어딘지 불안한 인물은 언더커버의 과장되고, 형식을 파괴한 테일러링에 담겨 기묘한 분위기를 더한다. 준 다카하시는 지난 시즌 남성 컬렉션에서도 이런 식의 작업을 진행했는데, 70년대 록 밴드 ‘텔레비전’의 회화적인 앨범 커버를 시즌 프린트로 활용한 것. 그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찢어진 옷, 와일드한 가죽 점퍼, 핏빛 원단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펑크가 아닌, 관습적 아이디어를 탈피하는 펑크 정신에 집중하는 디자이너다.

2015 F/W 옷의 한 부분을 빛으로 비춰 프린트를 도드라지게 만든 앙리아에이지의 컬렉션.

2015 F/W 옷의 한 부분을 빛으로 비춰 프린트를 도드라지게 만든 앙리아에이지의 컬렉션.

2015 F/W 옷의 한 부분을 빛으로 비춰 프린트를 도드라지게 만든 앙리아에이지의 컬렉션.

2015 F/W 옷의 한 부분을 빛으로 비춰 프린트를 도드라지게 만든 앙리아에이지의 컬렉션.

2015 F/W 옷의 한 부분을 빛으로 비춰 프린트를 도드라지게 만든 앙리아에이지의 컬렉션.

앙리아에이지 의 과학 시간
옷을 만들 때 항상 과학적인 접근법을 보여주는 일본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쿠니히코 모리나가. 그의 작업에는 다른 아방가르드 디자이너와는 달리 미래 지향적이며, 지적인 계산이 들어있다는게 특징이다. 이번 시즌 그는 사진 현상술에 사용되는 감광성 패브릭을 활용해 빛의 환상을 만들었다. 깜깜한 어둠으로 둘러싸인 런웨이 곳곳에 마련된 조명 스폿에 모델이 다다르면, 빛을 받은 부분의 패브릭이 드러나는 식의 퍼포먼스는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를 보여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 페인트로 뒤덥인 모델이 핀 조명이 떨어지는 동그란 스폿에 서면, 불빛이 비춘 부분의 디테일이 튀어오르는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빛이 없는 곳에서는 프린트의 흔적만 흐릿하게 남는다.

클래식, 스트리트, 아방가르드의 조합을 세련되게 보여줘 센세이션을 일으킨 베트멍의 컬렉션.

클래식, 스트리트, 아방가르드의 조합을 세련되게 보여줘 센세이션을 일으킨 베트멍의 컬렉션.

클래식, 스트리트, 아방가르드의 조합을 세련되게 보여줘 센세이션을 일으킨 베트멍의 컬렉션.

클래식, 스트리트, 아방가르드의 조합을 세련되게 보여줘 센세이션을 일으킨 베트멍의 컬렉션.

클래식, 스트리트 아방가르드 베트멍
지난 시즌 밑단이 기하학적으로 잘린, 이상한데 자꾸 끌리는 데님 하나가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베이식하고 클래식한 것을 감각적으로 비틀어 옷을 만드는 뎀나 즈바살리아와 그의 크루들은 가장 기본적인 옷을 비틀어 신선한 옷을 창조해낸다. 클래식하지만 소매가 극단적으로 긴 스웨터나 셔츠, 밑단이 드레스처럼 퍼지는 스웨트셔츠, 스웨트셔츠와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의 패치워크 등 보통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옷을 제안하는 것. 기존의 아방가르드 디자인과 가장 다른 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트리트적 요소를 차용해 이를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위트 있게 변형했다는 것이다. 앤트워프 출신의 뎀나 즈바살리아의 아방가르드한 성향과 스트리트 요소의 조합, 클래식에 대한 찬양, 형식 파괴는 아방가르드의 새로운 현상이다. 그들의 행보는 아방가르드의 범위를 크게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불어 그들 덕에 아방가르드 의상은 더 이상 손가락질받고, 옷장에 모셔둬야 하는 옷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건 그들은 기존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이 해왔던 어떤 철학적 메시지를 담지 않는다는 것. 그저 자신들이 입고 싶은 옷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안할 뿐이다. 말보다 쿨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그들은 지금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안정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듀오 디자이너 아가노비치.

목 끝까지 올라오는 고전적인 칼라를 트위드 슈트에 접목한 아가노비치의 2015 F/W 컬렉션.

아가노비치가 영감을 얻는 고전적인 여인.

중세시대의 의복과 현대적인 드레이프 기술을 조합한 아가노비치의 2015 F/W 컬렉션.

극적인 우아함, 빅토리언 아방가르드 아가노비치
나나 아가노비치와 브룩 테일러 부부가 이끄는 아가노비치. 그들은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찰스 디킨스 소설 속 여인에 어울릴 법한, 어딘지 음침하고 극적인 룩을 만든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 입고 오르는 그런 옷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옷 안에 현대적인 무언가를 추가한다. 또한 기존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이 그랬듯 생각의 틀을 제안하지 않고, 기존의 질서를 우아하게 파괴한다. 건축적 디자인 안에서 비대칭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식으로 말이다. 더불어 클래식한 테일러드 슈트에는 트위드 소재나 빈티지한 자카드를 섞는 등 다양한 종류의 패브릭을 아름답게 조합하는 능력도 갖췄다. 건축적이고 강한 실루엣에 우아함을, 극적인 동시에 모던함을 지키는 것. 이것이 아가노비치의 고유한 공식이다

에디터
김신
PHOTOS
JASON LLOYD-EANS, YOUTUBE, GETTY IMEGE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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