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 즉 응칠과 응사에 이은 응쌍팔이 탄생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즉 응칠과 응사에 이은 응쌍팔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응답하라 1988>이 요즘 장안의 화제다. 주인공들의 러브 라인과 시대성을 리얼하게 살린 소품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의상에 제일 먼저 호기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극중 덕선(혜리)이 쌍팔년도의 ‘청춘 자화상’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앞머리를 동글게 부풀린 이 단발 머리 여고생은 어깨 뽕이 과도하게 들어간 블라우스도, 경쾌한 스웨트 셔츠와 조드퍼 팬츠의 조합도 영 시원찮은지 옷장 문을 여닫기를 여러 번. 이내 청재킷과 청바지의 조합, 당시로선 청춘들의 최신 패션으로 여겨진 ‘청청 패션’을 차려 입고서야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방을 나선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요즘 스트리트 신을 사로잡은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의 컬렉션이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빈지노, 혁오 밴드의 오혁, 위너의 송민호 등이 입어 화제가 된 브랜드로 러시아어를 프린트한 스웨트셔츠와 볼캡은 스케이트보더들의 문화와 패션에서 영감은 받은 그의 성향, 즉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대변한다. 한 신진 디자이너의 룩이 바로 ‘오늘’의 패션 신을 대변하는 동시에 1980-90년대 문화와 소통하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의 젊은이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다는 건 가히 놀랍다. 그가 보여준 자유분방한 청춘의 자화상엔 분명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

이러한 근래 보기 드문 패션의 열띤 ‘공감대’는 헤드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를 주축으로 7명의 디자인팀이 이끄는 프랑스 신진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베트멍이 선보인 오버사이즈의 항공 점퍼는 어느새 스트리트 패션을 수놓는 히트 아이템이 되었고, 파리의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인 발렌시아가를 책임질 새 디렉터로 뎀나가 지목되며 패션계의 보수 세력은 쇼크 상태에 빠졌다. 결국 프랑스어로 ‘옷’을 뜻하는 베트멍이란 브랜드 이름처럼 젊은이들은 이제 트렌드 대신 옷 그 자체, 나아가 시대의 감성과 문화의 공감대를 원하고 있다. 우린 아직 젊기에. 나와 내 친구들이 즐기며 입을 수 있는 ‘진짜 옷’을 찾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