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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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명품 거리로 불리는 압구정로와 도산대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흥미진진한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다. 세계적으로는 8번째 나라이자, 국내 최초로 들어선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 얘기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체크 패턴의 메탈 스크린 파사드와 친환경적인 건물, 압도적인 규모의 비디오 스크린은 오랜 기다림을 수긍하게 한다.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금색 파사드 외관.

2015 F/W 시즌 선보인 프린지 장식 판초.

웅장한 느낌을 주는 코린트식 석조 계단.

5층에 마련된 프라이빗 라운지.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누군가는 왜 이제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트렌치코트의 동의어로 불릴 만큼 견고한 아카이브와 영국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브랜드, 바로 버버리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사에 들어가 하얀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던 거대한 건물은 무려 33개월 만인 지난 10월 1일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청담동 명품 거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건물의 높이에 제한이 있는 압구정로지만 도산대로의 교차점인 청담사거리에 위치하기에 가능했다고 버버리 홍보 담당자는 말한다. 지하 2층, 지상 10개층과 옥상까지, 총 13층의 건물은 6개층 매장과 본사까지 모두 하나의 공간에 안착하며 버버리 코리아 헤드 쿼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도착한 시간은 저물 무렵인 저녁 6시경. 건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홍보 담당자는 외관부터 봐야 한다며 에디터의 팔을 붙잡아 밖으로 이끌었다. 3차원으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건물을 2차원의 평면으로 폈을 때는 하나의 거대한 체크무늬로 보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체크무늬를 표현한 메탈 스크린 파사드는 아직 조명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메탈 스크린에 삽입된 LED는 저녁이 되면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데, 어둠이 짙게 깔리면 그 화려함이 배가된다고. 해의 길이에 따라 켜고 꺼지는 자동 조명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원래 주유소가 있었던 자리라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고, (이 기간이 꽤 오래 걸렸다고) 한국 건물에너지기술원에서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친환경 빌딩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이는 버버리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총괄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것. 외관은 물론이요, 내부 구성과 인테리어, 심지어 마네킹 디스플레이까지, 글로벌 가이드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디자인 콘셉트를 반영했다.

모노그래밍이 가능한 캐시미어 스카프.

버버리 브릿, 런던 등 버버리 여성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스카프를 진열한 스카프 바.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섬세한 레이스가 돋보이는 2016 S/S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섬세한 레이스가 돋보이는 2016 S/S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섬세한 레이스가 돋보이는 2016 S/S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내부로 들어서자 3m가 넘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2015 F/W 버버리 프로섬 런웨이 영상이 흘러나왔다. 진보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앞장서는 브랜드답게 매장에는 총 9개의 비디오 스크린이 있고, 1백26개의 스피커가 곳곳에 숨어 있다. 물론 런던에서 열리는 생중계 쇼도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한다.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동일한 형식의 스카프 바(bar)가 자리한다. 우수한 품질로 알려진 스코틀랜드산 최상급 캐시미어 스카프가 30개에 이르는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으로 진열되어 있다. 자신의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모노그래밍 서비스가 눈에 띄는데, 주문 즉시 영국으로 접수되어 일주일이면 받아볼 수 있다. 고급스러운 원형 통에 담긴 포장 케이스를 본다면 선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 듯. 캐시미어 머플러만큼이나 전통을 자랑하는 판초 섹션도 반응이 좋다고. D링을 적용한 새들백과 오차드 백, 전지현 가방으로 잘 알려진 애쉬비 호보백 등 다양한 백 컬렉션은 1층과 지하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스니커즈와 구두, 부츠에 이르는 슈즈 컬렉션도 집약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자 V자형 무늬의 바닥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단단한 유러피언 목재 바닥에서 아직 나무 냄새가 짙게 느껴질 정도였다. 토털 스타일링을 표방하는 진열장은 아우터와 이너웨어, 팬츠까지 콘셉트별로 어울릴 만한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고, 턱시도로 구성한 이브닝 존이 국내 최초로 입고되었다. 폭이 좁거나 얇은 다채로운 타이 섹션을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내디딘 석조 계단은 1층까지 이어지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함마저 느껴진다. 3층에는 여성과 남성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이, 2층에는 여성 런던과 브릿 라인, 그리고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컬렉션이 준비되어 있는데, 한참을 둘러보다 보면 버버리에 이렇게 많은 컬렉션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5층은 프라이빗 라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방문한 시간에도 고객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도 표기되지 않은 이 넓은 공간을 모두 할애할 만큼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전 예약만 한다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한정 에디션도 만날 수 있는데, 버버리의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대부분 팔려나갔다. 섬세한 레이스 트렌치코트를 비롯해 버킷백, 참 장식 등은 수량이 몇 개 남지 않았다고 귀띔한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홍보 담당자의 말처럼, 규모는 압도적이지만 남녀 쇼핑 취향을 배려한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 소품 등에서 더없이 따듯한 기운이 전해졌다. 버버리의 가장 많은 컬렉션은 물론 첨단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오픈한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가 서울의 패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꿔갈지 기대된다.

에디터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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