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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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이 그녀의 숍이 위치한 청담동 건물 1층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아트인포레(Art in Foret)’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Forward 30> 전시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는 갤러리이자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첫 번째 전시, <Forward 30>은 그녀의 지난 30년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다양한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번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젊은 아티스트 세 명을 소개한다.

이정민 (미디어 아티스트)

이정민 (미디어 아티스트)


지금까지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는데, 예전 작업물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나 마찬가지였다고 들었다.

내 작품은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하얀 바탕에 검정 선으로만 표현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 전시 작품들은 매우 화려하다. <The Foret>라는 제목의 6분짜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저 프리다 칼로 장면은 파격적인 시도였다. 실제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야 해서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중 이경민 원장과 가장 많은 미팅을 거쳐야 했다고 하더라. 
평소에는 내가 원하는 장소에 가서 직접 촬영을 하고 작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사진만 가지고 그 현장을 상상해야 해서 미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큐레이터의 말에 의하면 갤러리 관계자들이 좋아하는 작품과 일반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이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
나도 이 부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봤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속도감이 무척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지루한 걸 싫어한다. 반면, 미술관이나 갤러리 관계자들은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건 선호하지 않는다. 광고에 나오는 듯한 빠른 이미지를 싫어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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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도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작품을 만든다.
원래 조소를 전공했기 때문에 미디어아트에 필요한 각종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한다. 대학 때 사진을 이용해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사용할지 모르니까 못하겠더라. 그때 우연히 떠오른 게 바로 파워포인트였다. 파워포인트로 글자를 움직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글자 대신 선을 넣어서 움직이게 만들어봤다. 생각보다 잘되더라. 재미도 있고 .

수많은 프로그램 중 파워포인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다. 파워포인트에서 애니메이션을 설정할 때 시간을 ‘매우 빠르게’, ‘빠르게’ 이런 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시간을 단순히 숫자 단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실제로 시간을 말할 때처럼 그대로 설정이 가능한 것이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야만 내가 그 공간에서 경험한 시간의 속도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조인혁 (그래픽 아티스트)

조인혁 (그래픽 아티스트)


이번에 선보인 일러스트 작품 외에도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나 로고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순수미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에서 미대가 전망이 그리 밝은 과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일단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취미 생활로 미술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회사도 다니고 이것저것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거 하다가 질리면 다른 것도 시도해보고, 그러고 산다. 내가 욕심이 조금 많은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이경민 원장님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보니 굉장히 화려한 것을 선호하시더라. 그래서 작품 내에서도 서로 다른 색깔에 대비를 확실히 주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고 했다.

지금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SNS 프로필에는 ‘YG NEXT CREATOR’라고 쓰여져 있다.
YG에 들어간 지 이제 1년 정도 됐다. 그전에는 패션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아무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좀 한정적이더라. 예전에 프리랜서로 YG 일을 몇 번 했는데 그쪽 담당자가 좋게 봐주셔서 기회가 생겼다. 지금은 주로 연예인 상품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스타일: "Portrait B&W - low key"

SNS에 올리는 작업물만 보더라도 회사 다니면서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더라.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려면 힘들지 않나?
내 별명이 일 중독자다. 그런데 나는 다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힘 든 것보다는 재미있는 부분이 더 크다.

 SNS에 올린 사진 중 치킨 전문점 로고 작업이 눈에 띄더라. 예전에는 커피 전문점 로고도 만들었다. 포스팅만 봐도 정말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일단 돈이 되니까(웃음). 그리고 내 스타일대로 로고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미있다. 가게가 잘되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
담배 케이스 디자인. 굉장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몇십 년 전에 팔던 옛날 담배 제품 느낌을 살려보고 싶다. 요즘 우리나라 담배를 보면 지나치게 화려하다. 기회가 닿으면 주류 쪽도 좋겠다.

장민경 (월페이퍼 디자이너)

장민경 (월페이퍼 디자이너)


이번 전시는 당신을 월페이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확히 월페이퍼 디자인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먼저 나는 내 자신을 월페이퍼 디자이너라고 한정해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난 포토그래퍼인데 수많은 표현 방식 중 월페이퍼도 이용하는 것이다. 사진이라고 무조건 액자에 담아서 걸 필요는 없다. 보통 집에 있는 벽지는 그냥 하얀색이 대부분이지 않나? 근데 나는 벽지에도 여러 가지 작업이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 작품처럼 사진을 벽지처럼 큰 사이즈로 프린트해서 자유롭게 걸 수 있는 것이 월페이퍼 디자인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거다.

월페이퍼 디자인이라는 특정 장르를 시도한 계기가 있었나?
포토그래퍼들은 큰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작품 사이즈 자체가 커야 한다고 믿는 거다. 그런데 젊은 작가들에게는 그렇게 큰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꽤나 큰 부담이다. 그런 큰 작품을 많이 만들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큰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갤러리 관계자들과도 방법을 논의하다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월페이퍼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크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 내 작품을 사는 클라이언트는 집 안 인테리어를 바꾸더라도 언제나 쉽게 보관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셈이다.

월페이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진을 단순히 액자가 아니라 거대한 벽에서 크게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조금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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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먼저 욕조에 물을 가득 받고 프로젝트 빔을 이용해서 이경민 원장님에게 받은 사진이 물 위에 비치도록 쐈다. 그러고 나서 흔들리는 물 위에 뜬 이미지가 움직이는 찰나를 사진으로 포착했다. 수천 장을 찍었다. 그중 몇 개를 골라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리터칭을 거친 후 프린트한 것이다.

수천 장을 찍은 다음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컷을 고른 셈인데, 어떤 기준으로 최종 컷을 골랐는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했다. 원장님의 의견도 중요했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얘기했던 것이 하나 있다. 물론 이게 포트레이트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추상화 같은 느낌이 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회화성이 짙은 작품을 고르려고 했다. 또 여기가 이경민 ‘포레(숲)’이다 보니 조금 더 화사하고 녹색이 부각되는 컷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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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채린
포토그래퍼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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