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야

공서연

올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조성진은 이제 겨우 스물 둘이다.

11월 6일 발매되는 <조성진-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 이번 앨범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하는 첫 쇼팽 콩쿠르 공식 우승자 실황앨범이기도 하다.

11월 6일 발매되는 <조성진-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 이번 앨범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하는 첫 쇼팽 콩쿠르 공식 우승자 실황앨범이기도 하다.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로부터 조성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건 한 달 전쯤이었다.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 첫 한국인 우승자가 나올 것 같고 그 주인공은 아마 조성진이 될 확률이 크다는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머릿속에서는 ‘설마’라는 생각뿐이었다. 본선 경연이 이어지던 10월 내내 온라인 인기 기사 목록에서는 물론이고 각종 신문에서도 ‘유력 우승 후보’ 조성진을 포함해 본선에 오른 8명의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소식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우승자가 발표되던 21일 아침, 친구의 예언아닌 예언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국내 언론들은 앞다투어 조성진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의 이름은 하루 종일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자리를 지켰다. 10년 전 열 다섯 번째 콩쿠르에서 임동민, 임동현 형제가 1위 없는 대회의 공동 3위에 오른 기억때문일까, 조성진의 우승 소식은 특히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었을 테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했던 마지막 무대의 채점표가 공개되고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9점과 10점을 오가는 사이 누군가가 1점을 주었다는 사실은 10년 전 그 기억을 되살려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2009년 제7회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고 이후에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3위에 오르며 어린 피아니스트로서는 누구보다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온 그에 대해 이제야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씁쓸해지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우승 소식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은 2015년, 올해의 인물 중 하나로 조성진을 기억하게 되었고, 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쇼팽을, 피아노를, 그리고 클래식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기에, 전국의 클래식 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따름이다. 원래 그것이 진정한 ‘팬’의 마음이니까.


Seong-Jin Cho – Etude in A flat major Op. 10 No. 10 (first stage)


Seong-Jin Cho – Polonaise in A flat major Op. 53 (second stage)


Seong-Jin Cho – Mazurka in B minor Op. 33 No. 4 (third stage)


Seong-Jin Cho – Piano Concerto in E minor Op. 11 (final stage of the Chopin Competition 2015)

에디터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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