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긴 인터뷰는 필요 없었다. 그들의 사진이 그 어떤 설명보다 명확하게 그들이 응시하고 있는 지점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진가 조선희와 홍장현의 사진으로 안팎을 채운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감각과 감성을 지닌 패션의 심장부이자 엔진임을 증명했다.

오지부터 집 앞 산책로까지, 조선희가 마주하고 낚아챈 자연의 이면에서 정적인 드라마를 읽을 수 있는 사진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10 on 10 쇼핑 위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청담 매장 내부 1,2층에 전시 되었다. 

오지부터 집 앞 산책로까지, 조선희가 마주하고 낚아챈 자연의 이면에서 정적인 드라마를 읽을 수 있는 사진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10 on 10 쇼핑 위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청담 매장 내부 1,2층에 전시 되었다.

 

#생각하는 힘 

사진가 조선희는 원래 인물 사진에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업할 때를 제외하곤 그녀의 시선은 늘 바닥에 핀 들꽃에,
저녁놀이 떨어지는 지붕 너머로 향하곤 했다.
그녀는 시인처럼 사람들이 지나친 것을 포착한다.

10 꼬르소 꼬모 내부에 설치된 자연의 이미지들을 살펴보니 뭔가 마음 한켠 이 편안해진 기분이다.
이번 사진전의 주제를 ‘The Earth’라고 명명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해 세상 만물이 소생하는 대지 말이다. 아침이면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데, 똑딱이 카메라(가방에서 캐논 G16를 꺼내 보여주며)로 마음을 끄는 대상을 찍기 시작했다. 아까 본 흙이 섞인 물방울을 머금은 나뭇잎 사진도 그렇다.

 

땅의 이미지에 매혹된 계기가 있다면?
김중만 선생님의 어시스턴트 시절, 첫 해외 촬영 을 괌으로 갔다. 그때 선생님의 부탁으로 현지에 있는 선배 사진가와 그 섬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산과 바다, 하늘과 땅 등 곳곳을 포착하며 새로운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선배와 함께 DMZ 근처에 출사를 나갔는데 난 인위적인 분단의 흔적보다는 철조망에 앉은 나비에 이끌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가로서의 사진 작업을 비유하자면 어떤 것이라고 느끼나?
최근 셰프 최현석과 함께 책을 만들고 있다. 그가 요리를 하나 만들면 사진을 찍고, 그 음식에 대한 각자의 스토리를 글로 적는다. 이를테면 어릴 적 기억을 비롯해 요리에서 연상되는 각자의 생각을 담아 낸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요리사는 접시에 자신의 얼굴을 담는 거라고 하더라. 누군가에 게 들은 그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요리를 한다고. 사진가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사진에 스스로의 얼굴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가에게도 시인과 같은 사색의 힘이 필요 한 것 같다.
이제 사진을 찍은 지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셔터를 누르며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바로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생각하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궁극적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
여기,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사진들. 이국적인 풍경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붉은 노을과 산책길에 발견한 나뭇잎, 거친 파도가 남긴 특별한 흔적과 스튜디오 벽에서 새롭게 포착 한 나무 그림자. 여행이나 촬영을 위해 떠난 곳과 내 삶이 자리한 곳에서 순간순간 내 마 음을 끈 대상을 찍는 일 말이다.

패션 사진과 달리 자연을 대상으로 한 사진 에는 사진가의 생각을 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상을 바라보 는 사진가의 눈은 꽃 하나에도 충분히 투영 되니까. 내가 어떤 앵글로 서거나 앉아서 대상을 찍을지, 어떤 질감과 색감을 부각시킬지 등 모두 사진가의 의도로 걸러진다.

사진의 어려움이자 동시에 사진의 매력 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오늘 개인 SNS 계정에 적은 글이기도 한데, 어찌 보면 사진을 찍는 과정은 ‘친구를 만드는 것’과 같다. 피사체를 새롭게 이해해가는 과정이 수반되는 일이기에.

 

미의 기준에 대한 사진가 홍장현의 시선을 담은 레드 필터의 강렬한 인물 사진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10 on 10 쇼핑 위크’를 기념해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청담점 건물 외벽에 전시된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쿨하게 삽시다
사진가 홍장현의 시선은 어느새 해외로 나아갔다.
단순한 영역 확장이 아닌 보다 새로운 사진을 찍고 싶어서.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보다 쿨한 사진을 찍는 기회를 위해.
그리고 그는 패션 속 인물이 지닌 캐릭터를 묘하게 비틀며 새로움을 찾았다.
때론 아름다움의 기준마저도.

 

패션의 미학을 추구하는 사진가 에게 ‘Unpretty’라는 의미심장한 주제는 무엇을 의미하나?
홍장현 미의 관점에 대한 사진가 홍장현의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운 게 진짜 미운게 아니니까. 더블유와 함께 촬영한 모델 세라의 모습을 비롯해 10여 점의 사진 속 인물이 강렬한 동시에 아름다워 보였다.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어떻게 느끼길 바라나?
세상은 점점 쿨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우리도 좀 쿨하게 삽시다’라는 마음으로 사진에 담긴 주제와 사진 자체를 잘 이해해주길 바란다. 

 

인물 사진으로 구성해 선보였는데, 당신에게 피사체로서 인물이 지닌 매력은 무엇인가? 또 프레임을 통해 그 대상에게서 어떤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나?
난 패션도 인물도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대상의 본질이랄까, 정신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보여지는 것과 그들이 상상하는 이미지의 본질, 그건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전체에 레드 필터가 사용되었는데 그 의도가 궁금하다.
우아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것.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어필을 보여주고 싶었다. 즉, 반대적인 이미지의 극대화를 생각하며 표현한 부분이다.

 

10CC 청담점의 건물 외벽에 인화된 레드 필터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형식인데, 이처럼 건물 외벽을 전시 공간으로 선택한 이유는?
전통적인 전시 방식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보면서 느끼길 원한 점도 있었고. 사실 럭셔리한 제품이 가득한 숍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번 사진은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쿨한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해주길 바랐다.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
내 사진의 완성을 보고 싶다. 그게 어떤 사진이다라고 지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인생에서 정돈되듯 사진도 자연스럽게 삶의 흐름 속에서 방향이 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도 여러 번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패션 사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지칠 법도 한 데 여전히 사진이 좋은 이유는?
해도 해도 이렇게 끝이 없는 일이 있나 싶다. 그 어떤 사진의 대가도 행복하고 홀가분하게 자신의 삶에서 사진을 완성하고 죽은 이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아쉬워하는 존재. 그리고 매 순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묘한 매력을 지닌 존재가 아닐까.

 

오늘날의 패션 사진에 대해 느끼는 바는?
기록적인 의미보다는 깊어진 이미지의 싸움이 아닐까 싶다. 어떤 면으론 찍기 쉬워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더욱 어려워졌다.

 

요즘 가장 흥분되는 작업은 무엇인가?
여전히 패션이다. 끝이 없다, 그놈의 패션이란 존재는. 특히 새로운 매거진 및 사람들과의 작업이 나를 들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