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을 가늠하기 어려운 블라우스부터 싹둑 자른 뱅헤어, 너무 큰 빅 백, 아티스틱한 브로치까지. 조금 엉뚱하지만 기발한, 그래서 더욱 애정할 수밖에 없는 2015 F/W 컬렉션의 재기 발랄 패션 코드를 모아봤다.

1인자가 된 단추

 

13세기 이후 우리 옷을 고정해주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던 단추가 드디어 패션의 중심에 섰다. 단추는 올해 초 파리장식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의 주인공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수많은 장식을 제치고 장식계의 1인자로 올라섰다. 캘빈 클라인, 이든, 데렉 램, 빅토리아 베컴 등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통해 옷의 중심으로 거듭난 단추의 향연에 빠져보시길.

생경한 만남

결코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강아지마냥 털이 북슬북슬한 로퍼나 퍼 가죽의 뮬, 호피무늬 가죽을 데님 스커트에 덧댄다거나 하는 괴이함 말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보지 못할 듯한 생경함을 이끌어낸 주인공들.

앞머리의 존재감

모델들이 캣워크로 나서기 직전 아주 긴박한 순간. 슈퍼 헤어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가 그녀들의 앞머리를 손질했다. 무겁게 눈썹까지 덮는 스타일부터 숱이 적은 스타일, 셀린의 ‘1950년대 실존주의자’식 짤막한 스타일까지, 쇼마다 다양한 스타일의 앞머리가 등장했다. 귀도 팔라우는 “뱅헤어로 독특한 캐릭터를 단숨에 완성할 수 있어요”라며 “처음엔 모델들이 깜짝 놀랐지만, 그녀들도 곧 자신의 앞머리를 마음에 들어 했죠”라고 전했다.

승자의 여유

 

패션계 혜성같이 등장한 런던 기반의 신인 레이블 마르케스 알메이다(Margues’ Almeida). 거칠게 찢어진 데님 컬렉션으로 올해 LVMH 프라이즈까지 수상, LVMH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덕택인지 마르타 마르케스와 파울로 알메이다 듀오는 훨씬 풍부한 컬러와 디자인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승승장구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큰 기쁨이다.

한낮의 꿈

파자마를 일상복으로 입는 트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새 시즌에는 새 파자마를. 당신의 소중한 파자마 룩을 잠옷 바람으로 취급받지 못하게 할 하이엔드 감성의 파자마가 여기 있다. 왼쪽의 영국 보그 에디터 출신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라파엘라 리부드(Raphaëlla Riboud)와 오른쪽의 피아미타(Piamita)는 실키한 소재와 화려한 프린트가 특징. 가운데 F.R.S 포레스트리스 슬리퍼스 (F.R.S For Restless Sleepers)의 파자마 슈트는 빳빳한 오간자 태피터나 자카드 소재를 사용했다. 파자마 특유의 여유와 느긋함을 간직했지만 전혀 잠옷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 꾸미지 않고 대충 입은 듯한 모습에서 오는 시크함을 누가 마다할까. 이 파자마 슈트라면 한 번쯤 로맨틱한 일탈을 꿈꿀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