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워런의 새로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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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한 럭셔리 웨어를 만드는 키스 워런(Keith Warren)이 코치 하우스에 불어닥친 새로운 변화와 오스카 드 라 렌타의 피터 코팽과의 우정에 대해 말한다.

2013년 10월, 키스 워런은 코치의 레디투웨어 디렉터직을 맡기 위해 영국을 떠나 맨해튼으로 향했다. 키스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이며 브랜드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와 함께 작업을 해왔다. (대담한 즉흥성과 도전성이 강한 베버스는 캐주얼하면서 도 반항적인 새로운 세대의 코치를 선보이고 있다). 2015 S/S 시즌 캐릭터 티셔츠와 프린트 모티프를 비롯해 유니크한 감각을 지닌 아티스트 게리 베이스만과 함께하는 협업 역시, 이번 F/W 컬렉션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게리의 페인팅은 새로운 레오퍼드와 카무플라주 패턴으로 재탄생되었다. “아마도 우리가 영국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몰라요.” 키스는 스튜어트와 공유하는 유머 감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실,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니까요.”

이들이 새로운 코치를 위해 합의한 건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한 감각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모던한 감각을 발휘하면서 럭셔리 가죽 브랜드라는 틀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양털 트랙 재킷을 만든 것처럼, 아메리칸 클래식에 재미있는 소재들을 섞어 더 현대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세 시즌이 지난 후 이미 북슬북슬한 양털은 코치의 시그너처 소재가 되어버렸다. 럭셔리하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귀하게 여겨지진 않는, 일종의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소재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키스와 스튜어트는 유사한 균형 감각을 바이커 재킷에도 적용했다. 가죽 재킷을 지나치게 고급스럽게 완성하는 유러피언 하우스와는 다른 방향이다. “완벽한 가죽은 푸아그라 튀김 같아요. 너무 풍부해서 패션 소화 불량에 걸릴지도 몰라요.” 키스는 ‘코치가 추구하는 건 좀 더 현실적인 것’이라 설명한다. 코치의 새로운 비전은 몇 년 전 미국 전역을 둘러본 암트랙 기차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황량한 느낌의 주유소, 길에 쭉 뻗은 도로만이 랜드마크인 광활한 풍경…. 스튜어트의 첫 시즌에서 알 수 있듯, 그를 들뜨게 만드는 건 이 모든 것들이 로맨틱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칼라일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키스가 말한다. “우리에겐 미국적인 것이 매력적이고 이국적으로 여겨져요.

그와 스튜어트는 멀버리와 로에베를 거쳐 10여 년 이상 함께 작업해왔다. “우린 북부 혈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난 선덜랜드에서 태어났고 그는 칼라일 출신이고요. 좁고 긴 잉글랜드의 한쪽 끝이라는 동질감 때문에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죠.” 코치 이전에, 키스는 루이 비통 남성복에서 일을 했다. “마치 습관처럼 가죽 제품 브랜드에서 일하곤 했어요. 당시 루이 비통의 여성복 디자이너 팀에서 일한 피터 코팽과 7년을 함께했죠.”

현재 오스카 드 라 렌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피터 코팽은 코치 본사에서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피터와 키스는 세인트 마틴 동창이다. “피터가 1학년일 때 갈리아노의 두 번째 시즌 재킷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전체적으론 초록색이고 흰색 체크무늬가 인상적인 재킷이었죠.” 눈썰미와 기억력 그리고 디테일 묘사가 뛰어난 키스는 ‘그 모습을 놓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극적인 스타일은 지금의 피터 코팽으로선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는 루이 비통 시절 마크 제이콥스와의 면접 때도 칼하트 작업복을 입고 나타났으니 말이다. “맞아요, 재킷은 굉장히 현란했어요. 하지만 그는 세인트 마틴 신입생이었죠. 아마도 그렇게 입는 게 자연스럽다고 확신했을 거예요.”

키스는 피터의 특이한 유머 감각에 대해서도 슬쩍 귀띔해준다. “아마도 마음속은 지금도 학창 시절 그대로일 겁니다.” 코치로 옮겨올 때 키스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고 한다. “절대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스튜어트와 함께 일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양의 일이 따른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40층짜리 코치 본사와 첼시 아파트를 오가는 것이 꽤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20여 년 전에 잠시 산 적도 있지만, 그때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어요. 지금 뉴욕에 있는 건 성공의 사다리에 발을 딛기 위한 것이 아닌, 커리어를 더 넓혀가기 위한 것에 가까우니까요.”

키스는 여전히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탐구 중이다. “이곳은 브라질에 있는 것만큼이나 이국적이에요. 피터도 뉴욕에 결코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지금 이곳에 있어요. 영국에서 건너온 우리에게는 들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근원이죠!”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PHOTOS by
SOLVE SUNDSBO
Murray He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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