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쇼미더머니4>는 막을 내렸지만 그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위너가 아닌 래퍼 송민호를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했고, 많은 사랑도 날 선 비판도 받았다. 일본에서 만난 그는 더욱 강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베이지색 코듀로이 재킷과 팬츠, 페도라는 Thisisneverthat, 안에 입은 와인색 터틀넥은 Jil Sander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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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4> 준우승을 했다. 경연을 시작할 때 예상한 자신의 순위, 예상한 우승자와 같은 결과가 나왔나?

예상한 순위는 없었지만 솔직히 본선 이상은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했다. 무대에선 자신 있었기 때문에 본선에는 꼭 오른다고 생각했고, 그리 어려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1차 예선을 거치고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 이거 올라가기 힘들겠구나.’ 그래서 더 빡세게 했다. 눈 깜짝할 새에 Top 10이고 결승전이었다. 송민호는 아무리 잘해도 우승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즌 3의 바비에 이어서 2년 연속 YG에서 우승자가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솔직히 그런 생각 안 했다고하면 거짓말이겠지. 결과적으로 우승을 못했지만 내가 우승하면 어떤 이야기가 들려올지 걱정도 됐고. 그래서 애초에 우승을 욕심내기보다는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무대에서 최대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무대를 스스로 갱신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만 했다.

 

작은 거울 장식이 옷 전체를 감싼 화려한 코트는 Burberry Prorsum, 꽃무늬 셔츠와 팬츠는 Masion Margiela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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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은 못했지만 ’겁’은 <쇼미더머니4>에서 가장 성공한 곡이 되었다. 자기가 얼마나 강하고 잘났는지 드러내는 랩 가사 가운데서 마음속의 연약함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쇼미더머니4>를 진행하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들이다. 방송 준비 때부터 계속해서 자극적이고 아주 센 가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주위의 관심이나 기대, 압박, 나를 색안경 끼고 보려는 시선을 ‘제대로 한번 꺾어주자’라는 생각뿐이었다. 가사를 쓸수록 그런 강박관념은 강해졌고 스스로 시스템에 묶여버렸다. 그런 과정에서 써서는 안 될 가사로 선을 넘게 됐고, 스스로도 깊이 후회했다.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본선까지 가서 이제 진짜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인데, 거기서까지 “난 세, 내가 짱이야, 너네 다 병신이야”라고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렇게 진솔한 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힘을 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스스로 ‘선을 넘었다’고 언급했다시피 잘못된 가사로 논란도 있었다.

방송 시작 전 준비하는 기간 중에 쓴 가사 중 하나였다. 1차 예선 전까지 3주 사이에 가사를 100개 이상 쓴 것 같다. 현역 MC들은 이미 준비해놓은 총알이 굉장히 많은데 당시 나는 대중가요를 쓰고 있었으니까 초조했다. 같이 나오는 경쟁자들보다 두세 배는 더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작업실에서 인스트루 멘탈을 수백 개 다운받아서 들으며 어떤 장르건, 어떤 주제건 계속 썼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까 계속해서 ‘더 세야 해 , 더 자극적이어야 해, 그래야 거기 나오는 엄청난 경쟁자를 이길 수 있어’라는 자기 암시에 빠진 것 같다. 판단이 흐려진 상황에서, 당시엔 랩을 하면서도 잘못됐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스스로 몰랐던 게 문제지만 심적으로 한번 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방송 후 공론화되고 나서야 정신이 확 들더라. 사람들에게 혼나고 비판받으면서, 그제야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만든 그 강박에서 한 걸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강렬한 벌레 패턴이 프린트된 셔츠와 슬림한 그레이 팬츠는 Dolce & Gabbana, 로고 버클 벨트는 Gucci, 흰색 클리퍼는 Underground by Ko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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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받고 사과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옛날부터 가사를 정말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고 내 강점 중 하나가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가사 쓰는 데 있어서 더 신중해졌다. 내 위치가 대중가수이고 어린 팬들, 여성 팬도 많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대중가수로, 래퍼로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겁’은 랩도 랩이지만 태양의 보컬 피처링 또한 강렬했다. 가사가 나오기 전부터 누구에게 피처링을 부탁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아이콘의 구준회, 쿤타 형에게는 가이드까지 받았다. 그런데 가이드로 들어보니 아무래도 깔끔한 음색이 어울리겠다 싶었고, 딱 생각나는 목소리가 태양 형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탁을 드렸는데 곡을 들어보더니 흔쾌히 수락해줬다. 한창 <무한도전> 촬영 중이었는데도 시간 쪼개 참여해줘서 감사했다. 녹음하고 들었을 때, 그 만족감이란.

 

 

오리엔탈풍의 문양이 인상적인 파란색 터틀넥과 검은색 자수 팬츠는 Louis Vuitton 제품.

오리엔탈풍의 문양이 인상적인 파란색 터틀넥과 검은색 자수 팬츠는 Louis Vuitton 제품.

 

 

블랙넛의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저격 랩에도 긍정적으로 웃어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

블랙넛 형이 2차 예선에서 그 멘트를 처음 했을 때 현장에서 듣고 ‘뭐지? 재미있네’라고만 생각했다. 누군가는 날 타깃으로 비꼬고, 끌어내리려 할 거란 사실은 충분히 예상했으니까. 그래도 난 내 할 일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하니까 후반부엔 좀 짜증이 났다. 유행어처럼, 꼬리표처럼 언급되니까, 내가 열심히 해서 보여준 것들이 그 말 하나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만 같아서. 물론 지금은 다들 친하게 지낸다. <쇼미더머니4> 나와서 사이가 틀어진 사람은 하나도 없다. 서로 안 좋았던 것들도 다 풀었다.

 

 

복고풍의 녹색 슈트 재킷과 팬츠, 흰색 라이닝 칼라의 갈색 셔츠, 리본 타이는 모두 Gucci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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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말고 함께해보고 싶은 래퍼나 뮤지션이 있다면?

혁오밴드의 오혁. 예전부터 친했다. ‘걔, 세’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불러서 하루 종일 대기시키다가 찍었는데 0.3초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떠서… 지금 하면 너무 뻔하겠지? 앞으로도 래퍼 송민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기회가 오면 잡기 위해 늘 준비되어 있다. 더 멋있는 모습, 다 부셔버리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자세한 인터뷰는 W Korea 10월호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