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벼룩시장에 가는 이유, <시간수집가의 빈티지 여행>은 느리고 소박한 여행을 통해 어떤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다.

반짝대는 새 것을 사들이는 쾌감에 중독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빛바래고 구겨지고 손때가 묻은 물건을 만지작대다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사람이 있다. <씨네21> 기자인 이화정은 단연 두 번째 부류다. 그렇게 프랑스 칸부터 핀란드 헬싱키까지의 벼룩시장, 브루클린의 그 유명한 세컨드 핸드숍 비콘스 클로짓이나 이탈리아 호수 휴양지 코모의 양로원 바자회까지 구석구석 낡고 오래된 믈건들을 찾아다녔다.

‘세계 벼룩시장에서 모아온 사소한 흔적들’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목적지는 매번 바뀌어도 빈티지라는 관심사가 만들어내는 일관된 여행의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 물건들이 가진 별것 아닌 디테일에 시선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상상하는, 조금 느릿한 여행 말이다. 어깨에 힘을 뺀 서문의 소박한 야심은 이미 성취된 것 같다. “나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저 세상의 모든 낡은 것들, 그 뒷모습을 돌아보는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