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 셔먼이 또 한번 변신을 감행했다. 뮤지션 루퍼트 웨인라이트의 오페라를 바탕으로 아티스트 프란체스코 베촐리가 연출하는 영화에서 그는 스포트라이트로부터 점점 멀어져가는 가수를 연기한다.

정체성이란 각기 다른 온갖 모습의 총합에 가까울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마돈나부터 섹시한 핀업걸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분한 자화상 시리즈로 놀라운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아티스트 신디 셔먼은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작업 때마다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그는 모든 페르소나를 직접 구상한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인 뮤지션 루퍼트 웨인라이트가 자신의 2009년 작 오페라인 <프리마돈나>의 콘서트에서 상영될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제안했을 때는 기꺼이 응했다. 또 다른 아티스트인 프란체스코 베촐리가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나이 든 소프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군가의 연출을 ‘받는’ 건 셔먼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다. “제 작업과는 아주 다른 경험이었어요. 절 숨기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캐릭터의 과거로 스스로를 꾸미려고 했죠.” 그의 이야기다. “나이가드는 것에 관한 인물의 고민에도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전 늘 최고의 순간을 이미 지나쳐온 게 아닐까 의심하니까요.” 디바의 스러져가는 영광을 묘사하기 위해 베촐리는 로마에 있는 티렐리 코스튬의 아카이브 의상을 빌려와 셔먼에게 입혔다. 그중 상당수는 피에로 토시가 마리아 칼라스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는 루치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와 <베니스에서 죽다>, 그리고 비토리오데시카의 <이탈리아식 결혼> 등에도 참여한 거장 디자이너다. 베촐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추상적인 멜로 드라마”인 이 영화에서 셔먼의 캐릭터는 일련의 활인화(Tableaux Vivants)를 통해 개인적인 위기를 표현한다. <프리마돈나 : 심포닉 비주얼 콘서트>는 9월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아래에 있는 야외 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오페라를 부르듯 연기를 하는 건 제가 해본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 경험으로부터 자극을 얻어 또 다른 영화를 직접 연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셔먼의 고백이다. “그래도 관객들은 제 노래 대신 성악가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 연주만 듣게 될 테니 천만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