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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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역사적인 백화점 봉마르셰에 신비로운 거울로 둘러싸인 톰 브라운의 팝업 스토어가 등장했다. 이곳에서 풍부한 상상력과 위트로 무장한 뉴욕의 신사 톰 브라운을 만났다.

봉마르셰와의 협업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톰 브라운 봉마르셰는 이번 가을, 브루클린을 주제로 뉴욕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고, 그중 뉴욕을 대표하는 레디투웨어로 톰 브라운을 택했다. 백화점 안에서 내 컬렉션을 선보이고, 단순히 소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톰 브라운의 세계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보여준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톰 브라운 팝업 스토어에서는 내가 어떤 식으로 컬렉션에 접근하는지, 그리고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 알 수 있고 그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

팝업 스토어의 설치 작업물이 매우 독특하다. 지난 7월 뉴욕 멘즈 패션위크 때 선보인 스타일(The Officeman이라고 이름 붙은!)의 연장선상에서 기획하게 된 것인가? 맞다. 거울로 둘러싸여 있던 오피스맨의 연장선에 있는 설치물이다. 이 설치 작업은 뉴욕에서 진행하는 나의 개인적인 테일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나의 핸드메이드 테일러링 퀄리티에 대해 강조하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이 설치물을 보고 사람들이 무언가 다른 것을 느끼길 원했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니트 머플러와 아이패드 파우치, 커다란 클러치, 그리고 샴페인잔이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샴페인잔은 내가 집에서 자주 마시는 잔을 기본으로 재탄생시켰고 가장 애착을 갖는 아이템이다.

당신은 언제나 같은 슈트 스타일이다. 언제부터 그러한 스타일을 갖게 됐나? 이건 그냥 개인적인 취향이고, 내 패션의 하이라이트랄까? 나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동시에 내가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당신에게 ‘오피스룩’은 어떤 의미인가? 또한 여성에게 톰 브라운 버전의 오피스룩을 추천한다면? 사실 간단하다. 아주 좋은, 그리고 정교한 테일러링. 그것이 내가 여성복 라인을 만들 때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톰 브라운 여성복과 남성복의 공통분모는 테일러링이다.

컬렉션마다 당신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놀란다. 당신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물론 쇼에 따라 다르지만 좋아하는 영화 혹은 관심 있는 룩, 길을 가다가 문득 발견하는 스트리트 패션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각각의 영감은 다르지만 이러한 요소를 쇼로 발전시킬 때는 어떻게 하면 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나는 모험적인 쇼를 즐긴다.

어린 시절, 빈티지 의류를 재가공해서 입는 걸 즐겼다고 들었다. 요즘에도 빈티지 마켓에 자주 들르나? 전혀. 지금은 빈티지 숍에 다니진 않는다. 빈티지 숍에 다니고 옷을 리폼하던 시절은 LA에 살고, 시간이 많을 때였다. 리버티를 디자인한 내 친구가 빈티지 숍을 좋아해서 같이 다녔다. 물론 당시에는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빈티지 숍에서 사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는 빈티지 숍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

패션위크 때면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옷을 입고 쇼장 앞을 서성인다. 당신이 본 최고의 톰 브라운 스트리트 룩은 어떤 것이었나? 멋지고 클래식하게 입은 사람은 내 눈엔 다 멋있다. 그래서 패션위크 때 내 맘에 드는 패션을 선보이는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가 있어 기분이 좋다. 게다가 그들이 톰 브라운을 입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베스트인 거고! 하하.

당신의 옷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를 꼽는다면? 음… 봉마르셰? (하하) 사실 대부분의 장소가 무난하게 어울린다. 생각해보면 카페, 식당, 회사, 영화관, 길거리 산책 등 단정한 옷을 입고 가지 못할 곳이 별로 없다. 하루 종일 여러 군데를 다녀야 한다면 특히나 더 그렇다. 오! 나이트클럽도 꽤 잘 어울린다!

여성이 꼭 갖춰야 할 아이템 5가지를 꼽는다면? 잘 만든 재킷, 좋은 가방과 신발…. 아, 잘 모르겠다. 심플하면서 클래식하다면 좋을 것 같은데.

당신은 디자이너가 되기 전 배우의 꿈을 가진 청년이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뭐든 다 해볼 수 있어서! (하하) 너무 뻔한 거 아는데, 이게 진심이다. 아마 이런 대답을 하는 배우가 꽤 많을 것이다.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 당신의 옷처럼 매우 엄격(Strict)할 것 같다. 엄격함보다는 지겨움에 가깝다. 아,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지겨움보다는 엄격하다는 표현이 더 맞다. 같은 일상의 반복이 지겹고 단조롭다고 생각했는데, ‘Strict’라는 단어를 듣고 보니 그 단어가 나에게 더 잘 어울린다. 고맙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파리 통신원
이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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