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의 예술혼을 자극하고 창조력을 일깨워준 아름다운 뮤즈들. 20세기 초 사교계를 휩쓴 매혹적인 여인부터 동시대 패션 신을 전복시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에 이르기까지,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인들의 분신이 런웨이에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롤리타 콤플렉스
아름다움의 다채로운 변주에 초점을 맞춘 미우치아 프라다는 사랑스러운 롤리타를 탄생시켰다. 마카롱처럼 부드러운 파스텔
색상과 달콤한 캔디 같은 액세서리를 더해 앙증맞은 베이비돌 드레스를 입은 순수한 소녀를 런웨이에 올린 것. 미우치아 프라다는 진짜와 가짜, 클래식한 트위드와 미래적인 네오프렌 등 대비되는 코드를 통해 역설적인 패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무대를 오가는 베이비 페이스 모델들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속 롤리타처럼 그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21세기의 마릴린 먼로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와 반짝이는 백금발 헤어로 시대를 풍미한 영원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대중적으로 섹시한 분위기의 백치 미인으로 각인되었지만 그녀는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간에는 UCLA에서 문학 강의를 듣고 활동을 쉬는 동안에는 바닷가에서 독서하는 것을 즐겼다고. 이번 시즌 막스마라는 마릴린 먼로의 지성적인 면모에 집중했고, 조지 해리스가 촬영한 그녀의 사진(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죽기3 주 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촬영된)을 바탕으로 쇼를 구성했다. 막스마라 여인들은 해변에서 타월을 두르고 해맑게 웃던 그녀의 분신이 되어 런웨이를 오갔다. 특히 코트 옷깃을 살짝 여민 채 로퍼를 신고 쇼에 오른 지지 하디드는 마릴린 먼로의 환생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발칙한 루루
이브 생 로랑으로 분한 가스파르 울리엘 주연의 영화 <생로랑>에 매료된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생로랑의 뮤즈이자 협력자였던 루루 드 라 팔레즈의 화려하고 대담한 색감을 런웨이에 풀어놓았다. 반짝이는 실크와 모피, 오간자와 비즈 소재로 만든 팔라초 팬츠, 프린지 드레스 같은 룩에 녹아든 글래머러스하고 이국적인 스타일은 1970년대 파리의 현란한 아름다움을 주도하던 루루 드 라 팔레즈의 환영과도 같았다

빅토리언 촐라걸
실험적이고 몽환적인 음색만큼이나 기괴하면서도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싱어송라이터 FKA 트위그스는 패션계의 대세를 전복시킬 중요한 키를 쥔 인물이다. 키스 컬이라 불리는, 18세기 신사의 콧수염 모양으로 빗은 젖은 앞머리로 대표되는 그녀의 촐라걸 스타일은 이번 시즌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를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지방시 컬렉션에는 티시의 시그너처인 고딕 무드의 다크 로맨스가 짙게 밴 매혹적인 빅토리언 촐라걸들의 향연이 이어졌기 때문 !

패션계의 여제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저급한 취향은 때로는 고상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압도하기도 한다. 천박한 저속함은 사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저급한 취향도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패션계의 전설적인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에게 영감을 얻은 마크 제이콥스는 그녀의 명언과 스타일이 담긴 책 <얼루어>를 훑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온통 붉은 프린트로 도배된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응접실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는 클래식한 체크 패턴과 시퀸, 모피, 자수 같은 화려한 장식이 어우러진 브릴랜드의 패션 세계가 펼쳐졌다. ‘천박함, 퇴폐적임, 오만함 등이 그녀의 손에 닿으면 곧 매력적인 것으로 바뀐다’고 평한 마크 제이콥스의 말처럼 천박함과 고상함을 오가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패션계의 여제로 군림한 브릴랜드의 스타일은 반짝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