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을 둘러싼 예민한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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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부먹/ 찍먹 논쟁부터 맛집 블로거와 푸드 TV쇼 과잉의 시대까지, 먹을 것을 둘러싼 예민한 쟁점들에 대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관점을 이야기한다.

1.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 어느 쪽이 옳은가?
▶ 나는 부먹파다. 찍먹 탕수육을 많이 먹어보지도 않았다. 어릴 때 가족 외식이 거의 중식이라 정작 배달로는 잘 먹지 않았다. 몇 년 주기로 바뀌는 단골집 어디에서도 소스를 따로 낸 적이 없었다. 튀김에 소스를 버무리거나 볶아야 뻣뻣함이 살짝 누그러지면서 탕수육이라는 요리로 거듭난다. 또한 찍먹은 부먹에 비해 소스가 고르게 배분되지도 않는다. – 이용재(음식평론가)
▶ ‘탕수’는 원래 ‘당초(糖醋, 탕추)’에서 유래된 조리법으로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냈다는 의미. 구글에서 糖醋로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무엇이 정파(正派)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찍먹은 고기튀김과 소스가 따로 포장되는 배달 탕수육이 만들어낸 사파(邪派). 튀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망에 편승해 세를 늘렸지만 식당에서 먹을 때도 굳이 찍먹을 할 필요가 있을까? – 신현호(음식애호가)

2. MSG 조미료에 얼마나 관대해야 하나?
▶ 조미료에는 관대하고 사람에게는 엄하다. 조미료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말이다. 잘 쓰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감칠맛은 혼자 북치고 장구칠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시너지 효과가 중요하다. 맛소금의 배합비(소금 9 : 조미료 1)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건강? 어차피 안 믿는 사람은 안 믿는다. 그들도 결국 무차별적 조미료 감칠맛에 질려 그러는 것 같아 이해는 간다. – 이용재
▶ MSG는 생각보다 쓰기 어려운 조미료다. 많이 먹고 싶어도 특유의 들큼한 맛 때문에 일정량 이상 넣지 못한다.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이 MSG가 신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아내려고 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조미료의 MSG(글루탐산)는 자연 상태의 글루탐산과 다르지 않다. 만약 먼 훗날 MSG가 신체에 치명적으로 유해하다고 결론이 난다면 우리는 MSG의 보고로 알려진 각종 조개, 토마토, 닭고기와 소고기(!) 역시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신현호

3. 상징적인 음식이지만 젊은이들의 식생활에서는 점점 밀려나는 김치, 한식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 10년째 김치를 담가 먹고 있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냥 없으면 허전하고,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하며 틈틈이 시간 쪼개 담글 수 있어 한다. 아니라면 굳이 담그거나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에게도 담그라 권하지 않는다. 집 앞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이 고생하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상관없다. 맛도 너무 강하다. – 이용재
▶ 김치만큼 활용 범위가 넓은 음식은 흔치 않다.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변주될 수 있기 때문에 한식의 다양성은 김치라는 재료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김치는 한식에서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기도 하다. 유독 신맛을 내는 음식이 적은 한식에서 김치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다. 만약 김치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면 아마도 잘 익힌 김치를 쉽게 만날 수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겉절이도 아니면서 제대로 발효되지도 않은 풋내 나는 김치는 사실 없느니만 못하다. – 신현호

4. 평양냉면 정통은 어디인가?
▶ 마침 지난달 평양냉면집 열몇 군데를 모아 다른 매체에서 리뷰했다. 정통/비정통으로 나누기보다 맛이나 질감을 본다. 국물은 지나치게 들척지근하지 않고, 면은 저항-쫄깃함-이 없고 생기 있는 게 좋다. 우래옥은 전통의 강자고, 후발주자 가운데는 능라가 가장 좋았다. 을지 계열은 뿌리인 의정부만 좋다. 을밀대는 국물도 달고 냉면치고 너무 풀이 죽어 있었다. 신라호텔 라연의 냉면도 훌륭하다. – 이용재
▶ ‘정통’이란 단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평양냉면에서는 메밀면과 육수의 미묘한 균형이 핵심이다. 을지면옥은 육수가 슴슴하기 때문에 면도 메밀 향이 적고 육수 온도도 상온에 가깝다. 우래옥의 화려한 육향은 향이 강한 메밀면과 잘 어울린다. 모두 각 식당이 찾아낸 그들만의 균형 감각이다. 북한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쫄면 같은 질긴 면발에 육수는 고기 향이 거의 없고 들큼한 동치미 국물 맛만 난다. 우래옥 냉면과 옥류관 냉면 중에 어느 쪽이 더 정통인가? 혹은 정통이 아니면 또 어떤가? 맛있는 냉면과 그렇지 않은 냉면이 있을 뿐이다. – 신현호

5. 셰프라는 호칭은 누구에게 쓰고 또 쓰지 말아야 할까?

▶ ‘우두머리(Chief)’라는 단어의 뜻을 따르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셰프는 요리사이자 사업가다. 자기 주방을 꾸리는 이는 셰프다. 그것과 셰프라 불리는 존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건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후자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것 같은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낮다. – 이용재
▶ 셰프는 식당의 메뉴를 운영하는 기능직이면서 주방을 총괄하는 관리직이다. 평소 일하는 위치는 주방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백종원과 홍석천은 셰프라기보다는 레스토랑 사업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샘 킴과 최현석이 셰프의 본래 의미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주방에서 나온 지 오래된 앤서니 보댕도 여전히 셰프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너무 근본주의자처럼 팍팍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신현호

에디터
황선우
PHOTO
GETTY IMAGES/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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