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걸까? 그들이 만든, 일상적이면서도 반항기와 자유로움을 가득 품은 스타일에 패션계는 열광하고 있다. 이건 패션계에 등장한 새로운 세대에 관한 이야기다.

파리를 베이스로 하는 방년 25세인 호리호리한 DJ 클라라 데샤예(Clara Deshayes)는 퓨처리즘 뮤직쇼 클라라 3000(Clara 3000)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그녀는 재즈 음악가 쳇 베이커(Chet Baker), 뉴욕 독립 영화의 새로운 바람 조시와 베니 사프디 형제의 영화, 그리고 포토그래퍼 할리 위어(Harley Weir)의 작품에 열광한다. 하지만 패션에 관해선 누구보다도 쿨하다. “팬츠는 1년에 한 벌만 구입해요.” 클라라는 그것이 셀린 제품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 팬츠를 아주 너덜너덜한 오래된 티셔츠와 함께 입어요!” 그녀의 스타일은 레이블이 아닌 애티튜드에 관한 것, 게다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독특한 스타일은 같은 취향으로 뭉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젊은 세대의 디자인이 그들만의 개별적 관심사와 호기심 그리고 문화적 레퍼런스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린 우리 시대에 속하는 것들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샤예의 말이다. “그건 일종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죠.”

 

조지아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 34세)는 그녀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메종 마르지엘라와 루이 비통에서 일했던 그는 작년에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베트멍(Vetements)을 론칭했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동료들과 함께 디자이너 그룹을 만든 이유는 기존 패션 시스템에 대한 좌절 그리고 점차 늘어가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컬렉션을 제공해야 하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즈바살리아가 말한다. “우린 이 직업을 증오하기 시작했어요. 패션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죠. 우린 와인을 기울이면서 서로에게 물었어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해답은 다수의 리테일러와 에디터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그들 자신의 필요성과 요구에 합당한 단 하나의 라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린 평소 열광하는 베이식 아이템을 규정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남성용 더블 브레스트 코트 같은 것이죠.” 즈바살리아는 베트멍의 첫 출발은 자신의 거실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다음 우리가 궁리한 건 ‘일상과의 관련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의류를 만들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어요.” 그 결과 들쭉날쭉한 헴라인의 페이디드 블루진, 슬리브가 지나치게 길어 손을 완전히 덮는 골지 터틀넥, 오버사이즈의 더블브레스트 코트 등이 탄생했다. “마치 쏟아져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소매와 구부정하게 과장된 어깨는 쿨한 분위기를 이끌어내죠.” 즈바살리아는 ‘옷의 구조는 애티튜드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개성 강한 새로움을 갈망하는세대를 위한 스마트-스트리트 스타일인 셈이다. 불과 세 시즌 만에 파리에서 가장 쿨한 레이블로 떠오른 베트멍의 F/W 프레젠테이션은 언더그라운드 게이 클럽인 르데포(Le Depot)에서 열렸고, 에디터와 바이어들은 바 의자에 앉아 심장을 쾅쾅 울리는 클라라 3000의 트랙을 감상했다. 확실히 파리 패션위크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쇼다웠다!

 

실제로 F/W 시즌 가장 많이 회자된 컬렉션은 메이저 브랜드라기보다는 반항기와 자유로움을 잔뜩 품은 소규모 신진 디자이너 그룹이었다. 서서히 타오르는 저력을 보여주는 이러한 그룹 중 하나는 포스틴 스테인메츠(Faustine Steinmetz). 베트멍과 마찬가지로, 포스틴 스테인메츠 역시 친숙하고 일상적인 옷에 아방가르드한 예술적 해석을 덧붙인다. 옷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실부터 디자인하는 29살의 이 프랑스 디자이너는 런던에서 활동 중이며 끊임없이 염색, 재단, 매듭 세공, 페인팅, 방적 등을 반복하면서 누비 화이트 티셔츠와 트롱프뢰유 진 등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 토마스 페더릭(Thomas Petherick)이 세팅한 갤러리에서 소개된 F/W 컬렉션은 영국의 아티스트 매슈 스톤(Matthew Stone)의 극사실주의 디지털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마치 인디고 컬러의 실리콘으로 낙서한 듯한 브러시드 울 진 스커트와 팬츠를 포함해 일상적인 아이템은 독특한 소재로 재탄생했다. 라인을 론칭한 지 2년 차를 맞이한 스테인메츠는 ‘글래머러스한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불어넣는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누구나 갖고 있는 평범하고 흔한 옷들을 독특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베트멍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현 패션 산업이 불만족스럽지만, 스테인메츠의 경우엔 낭비와 비윤리적 측면에 관한 것이다. 패스트 패션 속에서 그녀만의 느린 미학을 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옷은 의미를 지니고 정당해질 필요가 있어요. 사려 깊은 과정 없이 만들어지는 패션은 좋아하지 않아요.”

 

유사한 이유로 코페르니(Coperni)의 세바스티앙 메예르(Sebastien Meyer)와 아르노 베이용(ArnaudVaillant)은 각 컬렉션마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숙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2년 전 레이블을 론칭한 이들은 최근 쿠레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드는 것에 관한 게 아닙니다.” 25세의 베이용은 “레이블의 도전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웨어러블한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말한다. 덕분에 깨끗하고 모던한 라인에는 예기치 못한 디테일(원형의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패치워크 스커트, 긴 슬리브를 손목 주변에 묶거나 왼쪽으로 넘겨 걸칠 수 있는 독특한 니트 톱 등)이 더해진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스타일리스트 마리-아멜리 소베의 스튜디오 매니저로 활동 중인 롤리타 제이콥스(Lolita Jacobs)나 클라라 데샤예 같은 친구들을 만난다. 롤리타와 클라라는 사실상 패션의 새로운 세대를 위한 포스터걸이라 할 수 있다.

“롤리타는 쿨한 파리지엔이죠. 그녀는 스튜디오에 들러 많은 걸 입어본 후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말해줘요.” 패션의 다른 도시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시카고 출신으로 밀라노에서 일하는 오프-화이트(Off-White)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는 베트멍, 포스틴 스테인메츠, 코르페니 등과 함께 올해 LVMH 신예디자이너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하이와 로를 넘나들면서 팝문화에 모던함을 혼합하며 ‘셀린과 남자친구의 에어포스원 항공 점퍼를 입는 스트리트-시크’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마이크 에크하우스(Mike Eckhaus)와 조 라타(Zoe Latta)의 경우도 마찬가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이 듀오는 뮤지션, 아티스트, 트랜스젠더 모델들에게 그들만의 핫하고 흥미로운 디자인을 제안한다. “모든 것은 새로운 세대에 관련된 것이죠.” 스트리트 패션의 대가 안나 델로루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쿼키한 구찌 데뷔쇼를 본 직후 동영상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가죽 핫 팬츠에 골드 플랫폼 슈즈를 매치한 그녀는 이렇게 인정했다. “나 역시도, 이젠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