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변신은 무죄, 정도가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나이를 고무줄처럼 늘였다가 줄이고, 심지어는 성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스타들은 다음과 같다.

<어바웃 레이>의 엘르 패닝
동세대 가운데 엘르 패닝만큼 폭넓은 커리어를 쌓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도 드물다. 전직 디즈니 공주(<말레피센트>)이기도 한 그는, 패션계를 무대로 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호러 <네온 디몬>의 촬영을 얼마 전 마쳤으며, 현재는 개비 델랄의 가족 드라마인 <어바웃 레이>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엘르 패닝은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결심하는 10대 트랜스젠더를 연기한다. 언뜻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짧은 머리를 한 채 겅중겅중 걷는 훤칠한 모습을 보면 캐스팅 디렉터의 선택을 금세 수긍하게 된다. 각각 어머니와 할머니 역할을 맡은 나오미 와츠와 수잔 서랜든이 그와 함께 평범하진 않지만 별다를 것도 없는 삼대의 이야기를 완성할 예정.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
라이언 레이놀즈는 <엑스맨 탄생 : 울버린>에서도 이미 데드풀을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의 비중이나 캐릭터 묘사는 코믹스 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2016년 초에 개봉할 <데드풀>은 컬트적 인기를 누리는 안티 히어로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을까? 최근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원작의 수위 높은 폭력과 과격한 농담을 효과적으로
옮겨온 눈치다. 암 투병 중 웨폰 X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인공이 초인적인 능력과 정신분열증을 함께 얻는다는 내용. 그 과정에서 흉하게 망가진 외모는 극 중 대사를 인용하자면 ‘유타주 지형도에 뭉갠 프레디 크루거’에 가깝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잘생긴 얼굴을 이 영화에서는 구경하기가 힘들 거라는 뜻이다.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였던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와 그의 아내인 게르다 베게너를 연기할 배우를 찾는 과정은 꽤나 지난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변화를 묵묵히 견디는 게르다 역은 샤를리즈 테론, 귀네스 팰트로 등 숱한 톱스타들의 하차 끝에 결국 신성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두 개의 성별을 모두 연기해야 하는 에이나르는? 꽤 오랫동안 이 캐릭터를 붙들고 있었던 건 니콜 키드먼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에디 레드메인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단발머리에 잔뜩 컬을 넣은 레드메인의 모습은 20세기 초의 초상화처럼 단아하다. 성급한 일부는 벌써부터 그가 2년 연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거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자레드 레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블의 연이은 성공을 견제하려는 DC 코믹스의 승부수다. <어벤져스>처럼 온갖 인기 캐릭터를 한데 모으는 프로젝트이긴 하나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영웅이 아닌 악당들의 연대를 다룬다는 것. 일단 예고편에서는 마고 로비의 할리퀸과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발산하는 존재감이 단연 압도적이다. 특히 레토는 모습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만큼 과격한 변신을 감행했는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작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의 드랙퀸 분장도 이에 비하면 무난했구나 싶을 정도다. 과연 그는 잭 니컬슨과 히스 레저의 조커에 못지않은 기괴한 괴물을 완성할 수 있을까?

<블랙 매스>의 조니 뎁
조니 뎁의 경우, 분장이 과할수록 작품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가위손> <캐리비안의 해적>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은 배우가 외모를 과시할 틈을 거의 주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소문이라면 <블랙 메스>는 한동안 주춤했던 그의 커리어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만한 시도다. FBI와 은밀한 거래를 했던 악명 높은 갱 화이티 벌저의 실화를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조니 뎁은 대머리 분장을 하고 렌즈로 눈동자 색깔까지 바꾼 채 등장한다.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한 가지는 극 중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의 동생 역할로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이다. 못생김을 연기하는 배우와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의 만남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