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Christophe Lemaire)와 사라-린 트랜(Sarah Linh Tran). 서로 다른 듯 닮은 연인이자 브랜드 르메르를 이끄는 파트너인 그들을 만난 곳은 다름 아닌 유니클로(Uniqlo)의 프레젠테이션 현장이었다. 유니클로x르메르 컬렉션, 즉 #UNIQLOANDLEMAIRE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를 누빌 유니클로의 새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웨어를 소개하는 공간. 그곳엔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어느 날은 조금 더 특별하고 멋지게 느껴지는 그런 하루, 바로 그 순간을 똑 닮은 ‘특별한 일상’과 같은 옷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신이 매일 입는 옷은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신념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이건 어느 패션 인사의 연설문 속에서 가져온 문구가 아니다. 바로 유니클로가 주장하는, 더욱 풍요로운 삶을 위한 심플함의 가치를 강조하는 라이프웨어 정신을 드러내는 보도자료의 한 문장이다. 그런데 이 글귀가 내내 가슴을 맴도는 이유는 파리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커플, 크리스토프와 사라-린 때문이었다. 그들의 옷에는 편안함과 특별함, 일상과 특별히 더 소중한 순간이 공존했다. 한 마디로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가만히, 찬찬히 살펴보면 그들의 감성과 옷, 나아가 삶과 일상을 대하는 가치관 섬세하고 특별한 감수성이 느껴졌다. 그들 앞에서 지난 유니클로의 디자이너 협업 시리즈, 예를 들면 패럴 윌리엄스, 이네즈 드 라 프레상주, 언더커버 등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컬렉션이야말로 가장 유니클로다운, 동시에 르메르다운 가치가 드러난 절묘한 협업이니까. 더구나 크리스토프에게 얼마 전 한 럭셔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함을 내려놓은 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물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의 행보가 많은 걸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이렇듯 유니클로가 지닌 일상의 편안함에 디자이너만의 독특하고 섬세한 터치가 조화를 이룬, 더없이 특별한 일상을 채울 절제되고 세련된 컬렉션이 완성되었다. 에디터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10월 초, 30벌의 여성복과 25벌의 남성복으로 구성된 유니클로와 르메르 컬렉션을 손꼽으며 고대하게 만들 정도로.

당신에게 유니클로란 어떤 의미인가?
크리스토프 르메르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Life Wear)’의 표어인 ‘메이드 포 올(Made For All)’이 유니클로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편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유니클로의 제품은 곧 브랜드의 핵심인데, 유니클로는 단순히 패션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서 영감을 받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유니클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했다고 밝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크리스토프 르메르 어찌 보면 내가 이끄는 개인 디자이너 레이블인 르메르와 유니클로의 철학은 매우 유사하다. 유니클로는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일상을 위한 뛰어난 품질의 의류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제품과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두며, 매우 강렬하면서도 현대적인 브랜드 철학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와의 협업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있다고 느꼈기에 유니클로와 작업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편안했다. 컬래버레이션 작업 시에는 상대방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유니클로의 제안에 대해서 상의하고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한 팀으로서 둘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크리스토프 르메르 제가 먼저 “한번 해보자”라고 말했다. 생각을 오래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사라-린 트랜 우리 둘 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브랜드고, 유니클로의 콘셉트에 대한 나름대로의 그림이 있었다. 그래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함께 브랜드를 이끌어감에 있어서 둘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는지 알고 싶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우린 단순한 동료를 넘어 커플이다. 그래서 긴밀한 의사 소통이 더 유기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저희 둘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미적 취향, 가치 등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통해 사라린은 여성복을 담당하고, 반면 나는 주로 남성복을 담당하는데, 사라린이 저보다는 좀 더 정확하고 세부적인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패션쇼를 기획하는 부분이나 캐스팅, 이번 유니클로의 캠페인을 연출하는 부분 등을 총괄하고, 나는 뭐랄까 좀 더 사업가적 성향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함께생각을 나누며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사라-린 트랜 그런 면에서는 저희가 서로에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크리스토프는 남성이 보는 여성성을 전해주고, 저는 여성이 느끼는 남성성을 서로 전해주는 것이다.

 

기존에는 럭셔리 브랜드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유니클로와의 협업은 매우 이색적이었을 것 같다.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으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르메르’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다. ‘르메르’는 시간이 흘러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의류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며, 유니클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전 세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의 성실함을 자극하는 경험이었다. 입는 사람의 스타일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라이프스타일과 체형에 상관없이 어울리는 옷을 만들기 위해 프로포션과 스타일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심플함’, ‘시크함’, 그리고 ‘일상생활’.

 

옷장에 오랜 친구와도 같은 옷을 소장하고 있을 것 같다. 요즘같이 패스트 패션이 유행인 시기에 패션이 너무나도 가볍고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크리스토프 르메르 사실 우리도 옷장 속에 오랜 친구와도 같은 옷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것은 실제 삶에서도 진정한 오랜 친구가 그리 많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결국 좋은 옷이란 왠지 기분이 나쁠 때 입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그런 존재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자신 스스로가 회복되는, 어찌 보면 자신의 좋은 면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

사라-린 트랜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 아주 멋진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고 할 때, 그때 입은 옷을 추억하며 그 옷을 다시 입고 싶어지기도 하지 않나? 약간의 신비주의가 작용을 한달까. 어찌 보면 ‘행운의 부적’과도 같은 거다. 또 그 옷을 입으면 왠지 좋은 기운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감돌기도 하는 느낌이 전달되기도 한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 여기 진열된 유니클로X르메르 컬렉션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바이어스 커팅, 비대칭 커팅, 낮게 자리한 포켓 등 당신의 르메르 컬렉션에서 드러나는 디테일한 부분이 적용되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 전반적으로 일상적인 편안함 가운데 당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그렇다. 이 부분은 실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졌다. 먼저 유니클로에서는 우리에게 온전한 신뢰를 보냈고, 포켓의 위치 선정은 움직일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결정되었다.

사라-린 트랜 제스처에 움직임을 그대로 살려낸 콘셉트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케이프의 경우 한쪽을 어깨 위로 멋스럽게 얹어 입음으로써 비대칭으로 표현된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아까 얘기했듯이 우리들은 컨버터블한 옷에 관심을 두고 있다. 스스로를 좀 더 나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옷을 만드는 거다. 그래서 그 옷을 쉽게 원하는 방식대로 매칭을 해서 입기도 하고 스스로의 스타일링을 찾아가는 것 말이다. 우리는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 되어야 된다고 믿는다. 또한 제스처를 항상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 마찬가지로 옷을 디자인할 때는 항상 3D로 콘셉트를 잡고 움직임을 고려하며, 매일매일의 활동성과 제스처를 생각하며 디자인한다.

사라-린 트랜 사실 사진 작업만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옷도 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그래서 그런 움직일 수도 없는 옷들은 불편하다. 우린 몸의 움직임, 제스처 등을 생각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착용할 수 있는 그런 옷들을 좋아한다. 사라가 얘기한 대로 케이프의 경우는 비대칭 커팅을 통해 어깨에 얹어서 멋스럽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옷을 디자인할 때 직접 입어보고 움직임을 느껴보는 과정을 통해서 콘셉트의 구체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나?
사라-린 트랜 당연하다. 그런 작업이 이루어지고, 때론 우리 디자인 팀의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이들, 예를 들어 키가 작은 사람과 큰 사람이 모두 함께 참여한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그렇다고 내가 스커트를 입어보거나 하진 않는다(웃음).

이번 컬렉션에서는 기존의 유니클로에선 보지 못한 새로운 색상, 바로 르메르의 시그너처와도 같은 푸른 색을 새롭게 추가했다. 흰색,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등으로 명확하게 구성된 컬러 팔레트를 통해서 보여 주고자 한 바는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르메르 컬러 팔레트는 본질적인 면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베이식하면서도 시크함 말이다. 이 옷들이 컨버터블하면서도 본질적인 면을 강조함과 동시에,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님은 이번 컬렉션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판매가 되기를 바랐다. 대중적으로 다수의 사람을 겨냥한 옷이기에 패션 리더들에게만 한정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이 부분을 굉장히 존중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감안해 어떤 컬러들이 이런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컬러 작업을 진행했다. 보시다시피 네이비 색상은 검정과도 매칭이 아주 잘되는 색상이고, 오프 화이트는 울소재에 더욱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더한다. 붉은색은 긍정적이면서도 힘이 느껴지고 말이다. 그리고 유니클로의 로고가 표상하듯 유니클로다움이 담겨 있기도 하다.

사라-린 트랜 그 밖에 녹색 계열의 색상이 있는데, 이런 타입의 그린 톤은 그 어떤 피부색과도 잘 어울린다.

 

니트 웨어가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온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니트 웨어를 통해서 전하고자 한 가치인 ‘편안함’에 대해 얘기해달라.

크리스토프 르메르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In & Out’ 콘셉트다. 전반적으로 엘레강스한 홈웨어 스타일이지만, 외출 시에도 멋스럽게 차려입은 듯한 룩이 되기를 바랐다. 즉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지만 대단히 시크하고, 손님이 와도 충분히 세련됨이 유지되면서, 신발을 신고 레인코트만 걸쳐도 바로 외출할 수 있는 그런 옷을 원했다. 니트 웨어야말로 그런 옷이다. 그리고 유니클로는 니트 웨어가 강점이기도 하다. 니트 소재는 편안함, 따스함, 안락함, 보호받는 느낌, 부드러움과 동시에 우아함을 함께 전달해주는 특별한 소재다.

겨울을 겨냥한 니트 웨어이면서 우아한 실루엣의 심플한 이브닝 웨어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바로 이러한 부분이 당신들의 이번 유니클로X르메르 컬렉션의 가치를 특별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아, 그런 느낌을 받았다니 고맙다. 우리가 노력한 부분이 바로 그러한 가치를 위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좋은 옷이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크리스토프 르메르 나에게 좋은 옷이란 마치 좋은 친구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옷장 속에 정말 친구와 같아 바꾸고 싶지 않은, 혹은 가능하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그런 옷이 있기 마련이니까. 왜냐하면 그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청바지일 수도 있고 티셔츠일 수도 있고 그것이 그 옷의 컬러 때문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옷과의 친밀감에 접근해가는 방향으로 작업을 한다. 디자인이 그래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이미지 보다는 옷의 기능성이나 편리성 내지는 컨버터블한 부분이 중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부분과 본질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옷의 주인이 옷을 원하는 방식대로 입고 착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옷과 놀이를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옷이란 입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나답게 해주는 옷이라고 볼 수 있다.
사라-린 트랜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옷이 사람에게 적응해야 한다. 옷을 통해서 입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소니아 리키엘이 말한 것처럼 여성들은 “옷이 예쁘네요!” 는 말을 듣기보다는 “옷이 잘 어울려서 더 예뻐 보이네요!”라는 칭찬을 더 선호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