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민폐 캐릭터이거나 주인공을 유혹하는 팜므 파탈이라는 공식을 깨놓는 멋진 여자가 등장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 네이션>의 일사 파우스트, 레베카 퍼거슨이다.

 

인스타그램의 C-HEADS MAGAZINE(@cheadsmagazine)을 팔로한다. 20대 초반 걸들의 거침없이 풍만한 몸. 너무 짧은 팬츠와 너무 큰 가슴, 너무 어린 나이와 너무 자신만만한 그녀들의 몸이 불쑥불쑥 업데이트된다. 포스팅을 좇아가며 나는 순순히 그녀들을 애정하기로 한다. ‘나도 한때는’ 이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원초적 아름다움에 대한 어떤 경외감이라고나 할까.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영국 첩보원 ‘일사’ 역의 레베카 퍼거슨을 봤을 때 C-HEAD MAGAZINE 속 그녀들이 떠올랐다. 분명 목까지 올라온 블랙수트를 단단히 챙겨 입은 오토바이 장면인데! 레아 세이두가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사람 맘을 사로잡을 때는, 다이아몬드만 잔뜩 넣은 프라다백 으로도 골고루 정신이 분산됐던 것 같다. 신상 백을 그렇게 막 다룰 수 있는 태도에 대한 부러움. 레베카 퍼거슨이 점유한 미의 영역은 좀 다르다. 백이고 뭐고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 구매 따위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보다 원초적인, 범접할 길 없는 여성성이 주는 얼얼한 어퍼컷!

 

나스타샤 킨스키와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고전영화 속 여배우들의 마스크를 불러와 가만히 레베카 퍼거슨의 얼굴에 덧대어본다. 그대로다! 도저히 21세기에 튀어나온 미인으로 믿기지 않는 클래식한 아름다움. 역시 비율의 문제도 크다. 170cm의 키라고 하는데 적어도 5cm는 더 커 보이는 착시 효과까지 불러일으킨다. 톰 크루즈가 직접 비행기에 매달려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발레, 탭댄스, 재즈댄스, 스트리트 펑크, 탱고로 다져진 몸의 언어로 중반의 액션 신을 선도하는 건 단연 레베카 퍼거슨의 활약이다. 이 언니, 아마 앤젤리나 졸리와 붙여도 승산 있어 보인다. 고소공포증에도 35m 아래로 낙하하는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니 액션 신을 직접 완수해야 비로소 직성이 풀리는 톰 크루즈도 이제야 제대로 맞수를 만난 듯. 스턴트 연습과 필라테스를 병행했다는 촬영 에피소드가 대단한 것처럼 전해지지만, 실제 구현 능력은 물리적인 연습량 그 이상으로 월등해 보인다.

 

일사의 매력이 주는 최강점은 이단 헌트(톰 크루즈)와 썸을 타되 액션만큼은 온전한 맞수로, 미모 따위 상관 않고 무심하게 전진한다는 점. 그런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되려 이단 헌트와 멜로 긴장감은 배가된다. 특히 비엔나의 극장에서 벌어지는 <투란도트> 백스테이지 액션 신에서 출발해 이단 헌트와 오페라 극장을 탈출하는 장면은 압권. 오페라의 선율이 장중하게 흐르는 가운데 허벅지가 드러나는 옐로 실크 드레스 차림으로 장총을 발사하는 모습은 우아함의 극치다. 그리하여 레베카 퍼거슨이야말로 첩보 영화의 본령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완성하는 가장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정말이지, 액션 연습 부담스럽다며 일사 역을 고사한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거듭거듭 감사를 전하는 바다.

 

1983년 스웨덴 태생. 31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보다 한참은 더 들어 보이는데, 그래서 더 아름다움이 증폭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미 13세 때부터 잡지 모델을 시작했고, TV와 영화, 광고 모델로 활동해왔는데, 정작 이름을 알린 건 재작년 BBC 드라마 <화이트 퀸>에서. 잉그리드 버그만, 아니타 에크베르그 등에 이어 골든 글로브 후보에 다섯 번째로 오른 스웨덴 여배우다. 그런 유명세가 오히려 부담스럽다며 도심을 떠나 지금은 스웨덴 남부 해안 도시에서 남자친구와 8살 난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중. 압도적인 액션 소화량과 아름다움에 힘입어 미션 시리즈에 다시 등장을 예고, 한번 등장하고 사라지는 역대 미션걸 역사를 뒤집었으니 듣던 중 다행. “여배우가 왜 이렇게 나이 들었어”라며 극장을 나서는 소년들에게 이 본질적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