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해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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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파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단연 베트멍(Vetments)일 것이다. 프랑스어로 ‘옷’을 뜻하는 베트멍은 헤드 디자이너인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를 중심으로 패션에 대한 창의적인 심미안과 비전을 공유하는 친구와 동료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트렌드가 아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옷 그 자체에 본질을 두며 해체와 재가공의 작업을 통해 개성 있고 쿨한 피스들을 만들어낸다.

2014 F/W 시즌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랐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마르지엘라 이후 최고의 신비주의 브랜드라는 평가를 얻었다. 모두를 궁금하게 했던 베트멍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 브랜드는 우리의 친구들에게 옷을 입혀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옷장에 있는 아이템들을 가지고 창의적인 심미안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고 한다.

LVMH 프라이즈의 ‘파이널리스트 7’에 올랐다. 패션계는 재능 있고 신선하며 개성 넘치는 베트멍에 대한 기대가 크다. 소감이 어떤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마치 복권과 같았다. 패션계의 다양하고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베트멍은 여러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디자인 그룹에 의해 운영되는 브랜드라고 알고 있다. 베트멍의 헤드 디자이너인 당신과 팀원들은 베트멍으로 모이기 전 어떤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았나? 그리고 어떠한 경로로 서로 팀을 이루게 됐나? 파리의 베트멍 스튜디오에는 총 15명이 있고, 디자인팀, 제품 개발팀과 판매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디자인팀은 나를 포함해 5명이다. 나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수년 동안 마르지엘라와 루이 비통 여성복의 헤드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디자인팀의 다른 사람들은 나와 예전부터 일했던 사람들이거나 갓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다. 베트멍은 패션에 대해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라벨을 론칭하기 전 루이 비통과 마르지엘라 하우스에서의경험에서 당신은 어떤 교훈을 얻었나? 마르지엘라에서는 옷을 사랑하는 것과 옷에서 영감을 받는 법을 배웠고, 루이 비통에서는 제품 디자인의 완벽도와 뛰어난 테크닉을 배웠다.

베트멍의 피스들은 빈티지 숍에서 발견한 패브릭을 기반으로 재가공&해체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다. 청바지와 유니폼 같은 몇 가지 피스는 파리 작업실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재가공된다. 그렇다고 모든 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우리는 쉽게 만들 수 없는 독특한 패턴을 가진 피스들을 재가공과 해체 작업을 통해 새롭게 창조 하며 이렇게 탄생한 옷들은 컬렉션 안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2015 F/W 시즌 콘셉트와 테마, 그리고 영감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항상 그랬듯이 옷장이다. 옷을 입는 사람의 태도를 중요시한다. 옷 자체가 ‘쿨’한 점이 콘셉트다.

베트멍의 시그너처는 무엇인가? 개성과 특징.

1. 베트멍의 헤드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에게 영감을 주는 아나키 이미지.2,3. 90년대 특유의 클럽 키즈와 반항적인기운이 느껴지는 2015 F/W 컬렉션.4. 아방가르드한 아름다움을 전한 2015 S/S 컬렉션.

1. 베트멍의 헤드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에게 영감을 주는 아나키 이미지.

2,3. 90년대 특유의 클럽 키즈와 반항적인기운이 느껴지는 2015 F/W 컬렉션.
4. 아방가르드한 아름다움을 전한 2015 S/S 컬렉션.

베트멍의 옷은 클래식한 아이템을 베이스로 하지만 아방가르드하고 어떤 면에선 기괴하다. 베트멍의 타깃층은 누구인가? 눈에 띄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베트멍의 옷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베트멍의 타깃이다.

베트멍의 옷은 90년대 ‘키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신의 90년대는 어땠나? 90년대는 나의 청소년기였으니까 당연히 나의 미적 감각에 영향을 주었다. 나는 구소련의 해체를 경험한 세대다. 이 시점은 매우 특별하다. 왜냐하면 많은 것들이 주어지는 시대였고, 모든 것-예술, 음악, 문화 운동, 정치-의 발전이 변화무쌍하게 전개된 시대였다.

다른 라벨과 비교했을 때 베트멍만이 가진 특별함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고 재봉사라는 점이다.

베트멍의 룩북 또한 독특하다. 이러한 콘셉트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잡아가나? 우리 룩북은 매우 직관적이다. 딱히 어떤 콘셉트를 정해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룩북 은 시각적으로 매우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친구들인 재능 있고 젊은 포토그래퍼들과 협업을 한다.

베트멍의 모델 선정 기준은? 역시 개성이다.

디자인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입고 싶어야 하고 필요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트멍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쿨함’ 혹은 ‘우아함’ 혹은‘스타일리시함’의 정의는 어떠한가? ‘쿨함’은 전혀 노력하지않는 모습과 진실된 모습이고, ‘우아함’은 옷을 입는 방법이다. 그리고 ‘스타일리시함’은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단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혹은 이미지는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 봤던 영화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제 라는 공포영화를 봤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마약 중독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울리 에델 감독의 독일 영화 이다.

패션이 예술이 되는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그가 옷을 입고 싶지 않고 그저 보기만 하고 싶을 때라고 생각한다.

기획하고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매일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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