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쿠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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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리조트 컬렉션으로 데뷔해 몇 번의 컬렉션만으로 패션계를 사로잡으며 2015 CFDA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거머쥔 로지 애슐린(Rosie Assoulin). 드라마틱하고 꿈결 같은 실루엣이 돋보이는 낭만적인 룩을 선보이는 그녀는 차세대 아메리칸 쿠튀리에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쿨하고 아름다운 클래식에 대한 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였던 2015 S/S컬렉션.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였던 2015 S/S컬렉션.

캐주얼한 옷이 가득한 뉴욕 패션위크에서 로지 애슐린(Rosie Assoulin)이라는 브랜드를 발견했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번쩍 뜨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칭찬을 해주어서 고맙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많은 이들이 응원과 따듯한 격려 보내주어서 무척 행복하다. 우리가 만든, 작은 거품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을 멋진 여성들이 입고 생활하는 것은 큰 영광이다.

자신의 라인을 론칭하기 전 랑방, 오스카 드 라 렌타 등의 하우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쇼를 보기 위해 무작정 파리로 갔고, 친구의 친구를 통해 어렵게 랑방 쇼의 스탠딩 티켓을 얻어냈다. 그러곤 알바 엘버즈를 만나기 위해 백스테이지에 잠입해 스토커처럼 2시간 동안 기다렸다. 그 순간이 너무 무섭고 떨려서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알바와 마주쳤을 때 용기를 내어 ‘저를 랑방의 인턴으로 채용해주시겠어요?’라고 간절히 물었다. 몇 주 후 랑방의 인턴 생활을 위해 파리로 옮겨갔고, 처음 한 일은 브라이들 베일에 크리스털을 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턴 생활을 시작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행복하다. 왜냐하면 수많은 장인들과 완벽주의자들 밑에서 배우는 것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랑방, 오스카 드 라 렌타에서의 인턴 과정을 통해 ‘열정’을 배웠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나? 어릴 때 할머니께서 재봉틀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 때부터 학교에 입고 갈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다. 엄마 옷장을 뒤지기도 하고 장식이나 중고 패브릭을 구하기 위해 공예품점을 드나들기도 했다. 그때 만든 것들이 잘 만든 것 인지, 바느질을 잘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비전을 형상화할 수 있고, 그걸 만들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힘이 있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 시기가 내 관심을 붙들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자아 형성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2. 독특한 컷아웃과ㅡ드라마틱한 형태가 아름다운 2016 리조트 컬렉션. 3. 아메리칸 클래식과 쿠튀르의 랑데부. 2015 F/W 컬렉션.

1,2. 독특한 컷아웃과ㅡ드라마틱한 형태가 아름다운 2016 리조트 컬렉션. 3. 아메리칸 클래식과 쿠튀르의 랑데부. 2015 F/W 컬렉션.

아메리칸 클래식과 쿠튀르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그 결과물이 굉장히 아름답다. 이러한 옷들을 만들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 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란 곡을 좋아한다. 이 노래 가사처럼 좋아하는 모든 것을 컬렉션에 담아내는 것이 매 시즌 목표다. 가끔씩 그것들이 이질적인 독립체처럼 보일 때도 있겠지만 조화롭고 균형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 내 목표다.

당신의 영감이 구체화되는 과정은 어떤가? 나는 엔지니어, 수학자, 또는 탐정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방식과 꽤 유사하게 생각을 전개한다. 내 눈에 띄거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사물은 렌즈나 필터를 통해 바로 본체로 들어와 작동하고 그것을 통해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때론 정서나 느낌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 무엇을 디자인해야 이 느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당신의 옷은 시적이고 우아하며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옷을 만드는 당신의 일상적인 옷차림이 궁금하다. 나는 지금 첫 번째 시즌(사실 우린 선보인 적이 없다!)에 있었던 트윌 카키 팬츠와 리조트 시즌 셔츠 드레스에 두른 빨간 벨트 그리고 남편의 회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믹스 매치해서 입었다. 여기에 흰색 스니커즈, 빨간 립스틱으로 마무리했다.
어떠한 여성들을 염두에 두고 컬렉션을 디자인하나? 한 가지 타입의 여성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이 있다면? 매 시즌을 제시간에 끝날 때마다 내 자신이 경이롭다!

레이블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쿨함’ 혹은 ‘우아함’ 혹은 ‘스타일리시함’의 정의는? 눈에 빛과 생동감을 지니고 있는 여성이 쿨하고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하다. 옷은 그저 도구이고 그것을 도와주는, 이를테면 운송 수단일 뿐이다. 내면의 빛이 우선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혹은 이미지는 무엇인가? 앨버트 브룩스의 <영혼의 사랑>을 사랑한다. 그리고 믹 잭슨 감독의 코

믹 러브스토리인 도 즐겨 본다.

당신에게 패션과 럭셔리는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나? 그 두가지 키워드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요즘엔 일
상의 평범함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일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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