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고생’이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하는 자,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만 휴가다운 휴가를 누리는 거라고 맹신하는 이들을 되려 안쓰러워하는 자, 그리고 회사가 너무 잘나가서든, 자신이 너무 유능해서든 평일에 휴가를 내는 게 여의치 않은 자,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룻동안 서울에서 알차게 놀 수 있는 방법 네 가지를

대학생처럼 서울에서 놀기 

언젠가부터 ‘요즘 애들’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스스로를 ‘나이 든 사람’으 로 분류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요즘 애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희는 요즘 어디서 노니?’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던 때를 회상해 말하자면 사실 이건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대학생들은 평일에는 학교 근처에서, 혹은 집 근처에서 놀고 주말에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이곳저곳에서 놀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이들이다. 하루라도 이들 사이에서 젊음의 기운을 받아오고 싶다면 2015년 여름, 지금 가장 젊은 감각을 뽐내는 곳을 방문하자. 오픈 후부터 인 스타그램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들이 자리하고 있는 커먼그라운드 혹은 연남동이나 경리단길을 이을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성수동은 하루에 둘러보기에도 충분하다. 지금 가장 인기 있다는 두 지역을 섭렵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면 조금만 더 서쪽으로 이동해 뚝섬한강공원 에 자리를 잡는다. 적당한 크기의 그늘막과 온갖 미드, 영드, 일드로 채워진 태블릿 PC, 그리고 갖가지 음식과 약간의 알코올 음료만 챙긴다면, 시간은 그저 물 흐르듯이 흐를 터이다. 그렇게, 나름 뿌 듯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이제 밤 9시가 되었으니 그늘막을 치우라는 아저씨의 말이 들릴 것이다.

 

추천 코스

12:00~13:00 커먼그라운드 13:00~14:30 점심 식사 14:30~16:30 성수동

16:30~18:30 뚝섬한강공원 18:30~20:00 저녁 식사 20:00~24:00 자유 시간 

외국인 관광객처럼 서울 둘러보기 

스스로를 서울 토박이라고 부르는 사람 중 그 흔한 N서울타워나 63빌딩에서 야경을 본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그러니 하루쯤은, 그동안 그저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 탓에 가지 못했던 서울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전국의 남녀노소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남산골 한옥마을은 이왕이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산책을 하는 마음으로 곳곳을 두루두루 살펴보다 보면 2시간이 훌쩍 흐른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볼거리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국립민속박물관에 들르기 전에는 먼저 배를 든든히 채울 것. 참고로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근처 맛집 중 하나는 바로 토속촌 삼계탕이다. 박물관 구경을 끝낸 후에는 삼청동과 인사동을 둘러보고 주변에 차고 넘치는 맛집 중 하나를 택해서 저녁 식사를 하면 된다. 해가 빨리 지는 동절기라면 일찌감치 남산으로 넘어가 야경을 즐길 준비를 하면 되지만, 해가 긴 요즘에는 낮에는 더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쇼핑을 살짝 즐긴 다음에 케이블카에 오르러 이동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추천 코스 

10:00~12:00 남산골 한옥마을 12:00~13:30 점심 식사 13:30~15:30 국립민속박물관

15:30~17:30 삼청동 및 인사동 17:30~19:00 저녁 식사 19:00~21:00 명동 21:00~22:00 N서울타워

애인 없이 혼자서 신나게 서울 돌아다니기 

돈도 있고 시간도 넘치지만 애인이 없어서 집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 는 말은 그만하시길. 애인이 없다고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을 무조건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놀이공원에 가고 삼겹살집에 가서 고기 1인분을 시키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 서울에는 혼자라는 부담 없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정말 많다. 늦잠을 즐기다 일어나 배가 고프면 동부이촌동 쪽을 스윽 들러보자.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팥빙수를 판다는 곳부터 귀여운 그릭 요거트 가게, 밀크셰이크 전문점 등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가게의 질만 따지면 가로수길이 전혀 부럽지 않은 수준이지만, 동부이 촌동은 아직까지도 이동 인구의 대부분이 동네 주민일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이태원으로 넘어와 이슬람사원에서 시작되는 우사단길도 혼자 둘러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뽐내는 가게들을 둘러보는 재미는 1년에 몇 번씩 열리는 대규모 플리 마켓이 열릴 때 배가되니 날짜를 미리 확인하자. 잠시 더위를 피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현대카드를 소유하고 있다면 얼마 전 문을 연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오아시스 역할을 해줄 것이다. 꽤 방대한 비닐과 음악 서적 컬렉션을 보유한 이곳에서는 요즘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틈틈이 열린다. 해가 지면 맞은편 경리단길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해방촌에서 하루를 마무리해보시길. 마지막으로 한 가지 희망의 메시지를 덧붙이자면, 여기서 당신은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천 코스 

11:00~12:30 동부이촌동 12:30~14:00 점심 식사 14:00~16:00 우사단길 

16:00~18:00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18:00~19:30 저녁 식사 19:30~21:00 해방촌 21:00~24:00 자유 시간 

부모님 모시고 서울 관광하기 

물론 호사스러운 온천 여행이나, 로맨틱한 크루즈 여행을 거부할 부모님은 없을 거다. 하지만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효도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 근처에서 밥이나 간단하게 먹자는 말로 그 의무를 다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보다는 하루쯤 부모님의 서울 가이드가 되어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괜한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무난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외국인 관광객처럼 서울 둘러보기’ 코스를 택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미래에 친구들 모임에서 ‘우리 아들(딸)이 이런 데를 다 데려갔다’고 자랑하고 그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살 수 있길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옵션을 따라보시길. 한국가구박물관은 서울에 사는 일반 시민들보다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VIP들이 더 많이 방문하는 숨은 명소다. 문턱도 높지 않아 누구나 사전 예약만 하면 둘러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길상사는 대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보물 같은 곳이니 꼭 들러서 그 고요한 풍경과 장소의 내력과 사이사이 난 오솔길 산책을 즐기시라. 점심을 먹은 후에는 개관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둘러보고 여전히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는 서촌까지 훑어보면 또 배가 고파져 근사한 저녁을 먹어야 할 것이다.

 

추천 코스 

11:00~12:30 한국가구박물관 12:30~13:30 길상사 13:30~15:00 점심 식사

15:00~17:00 국립현대미술관 17:00~19:00 서촌 19:00~20:30 저녁 식사 20:30~10:00 자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