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는 패션뿐만 아니라 영화 홍보 문구도 화려했던 시절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지만 포스터 디자이너 최지웅은 이런 조언을 딱히 귀담아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의 일상에서 일과 취미는 서로 단단하게 맞물려 있다. 프로파간다라는 브랜드를 걸고 일하는 이 디자이너는 포스터부터 팸플릿까지 영화와 관련된 각종 홍보물들을 직접 작업하면서 한편으로는 수집도 한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만만치 않은 컬렉션을 훑다 보면 각 시대별 히트작과 영화 마케팅 방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특히 관심이 가는 건 19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의 기간이다. 이 무렵의 영화 카피라이터들은 유독 수다스러웠고 또 기발했다. “숨이 막히고 속옷마저 젖어 드는 흥분의 연속”(<인디아나 존스>) 류의, 주옥으로 알까기를 하는 듯한 표현은 이 문제적 시기에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없던 시절, ‘드립’ 전문가들은 영화사 사무실에서 정모를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남산에 모여 수건돌리기라도 하면서 약을 빨았든가.

 

포스터 디자이너 겸 수집가의 1980년대 초 팸플릿 컬렉션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한다. 최근 들어 복고풍 포스터 패러디가 부쩍 자주 시도되고 있지만 그 중 오리지널을 당해낼 만한 건 드물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최지웅은 그 즈음의 영화 카피 중 어떤 걸 최고로 꼽을까. 1984년에 한국에서 개봉됐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라고 한다. “언젠가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에게,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될 모든 어린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