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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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필요 없는데도 굳이 사고 싶어지는 것들이 있다. 우리 몸 속 쇼핑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아이템들. 대체 왜 때문에 갖고 싶은 거죠?

아이졸라 튜브 링거 아이졸라는 2007년 뉴욕에서 탄생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상품의 온 기능과 디테일 그리고 옛 느낌 물씬 풍기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아이 졸라의 튜브 링거는 치약이나 화장품, 음식 등 튜브 형태로 된 제품을 더욱 ‘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대 폭 7.5센티미터의 제품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두 개의 알루미늄 롤러와 니켈 핸들은 알루미늄이나 얇은 금속까지 무리 없이 짜낸다. 이 제품의 목적은 두말할 필요 없이 낭비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튜브 링거의 가격만큼 절약하려면 아마도 20년은 꾸준히 써줘야 할 듯하다. 가격은 3만 5천 원.

아키 맥피 핑거 핸즈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아키 맥피의 제품들을 처음 보면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괴짜들을 위한 괴짜의 브랜드. 무엇 하나 쓰임새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핑거 핸즈는 손가락에 끼우는 장난감이다. 그저 손가락 끝에 작은 손을 하나 더 만들어줄 뿐 다른 기능은 없다. 다섯 손가락에 한 개씩 끼운다면 하이파이브를 6번이나 할 수 있다고 하니, 구입을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가격은 1만 2천 원.

아키 맥피 퍼블릭 토일렛 서바이벌 키트아키 맥피에 무의미한 제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유용한 제품도 있다. 그 이름도 화려한 퍼블릭 토일렛 서바이벌 키트는 긴급한 상황에서 마음 편히 큰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이다. 케이스 안에는 1개의 변기커버와 2개의 살균 물티슈, 1개의 비닐장갑이 들어있어 언제 어디서도 위생적으로 볼일을 볼 수 있다. 장이 안 좋은 사람이나 아무 변기에나 앉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할 필수품. 가격은 8천 원.

언더커버 손톱깎이이 제품은 에디터가 일본 출장을 갔을 때 구입한 제품으로 특이점이라고는 바닥에 언더커버라고 쓰여있는 것이 전부다. 굳이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눈길이 갔다. 손톱깎이로서의 기능 역시 뛰어나 보이진 않았지만 결국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구입 후 3개월이 지나도록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후회해본 적은 없다. 가격은 한화로 1만 원가량.

사실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옷을 하나 살 때도 꼭 필요한 옷인지, 비슷한 옷은 없는지, 어떤 옷과 매치할지 신중히 고민하고 사는 편이다. 아니 편이었다 가 맞는 말이겠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그렇게 영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름 뚝심 있게 지켜온 나의 쇼핑 철학을 무너트린 건 사랑해 마지않는 디자이너의 옷도, 한정판 신발도 아닌 의외로 소소한 것들이었다. 여기 에디터를 무장해제 시킨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를 소개한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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