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에이프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돌아오는 표는 끊지 않았다.

키스에이프(Keith Ape)?

 

2015년 1월 1일, 유튜브에는 한 손에는 막걸리를 들고 한국어로 ‘잊지마’라고 외치며 랩을 하는 어느 한국 래퍼의 뮤직비디오가 올라왔다. 그로부터 약 3주 후, 국내 언론들은 연이어 ‘키스에이프, 해외 유명 아티스트로부터 극찬 세례’와 같은 제목을 단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가 나온 지 두 달 무렵‘It G Ma(잊지 마)’ 영상은 유튜브에서 거의 3백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UMF 코리아 2015가 열린 6월 12일, 이번 페스티벌의 간판 격인 스크릴렉스의 무대에 키스에이프가 깜짝 등장해 함께 공연을 펼쳤다. 온라인에서 딱히 이렇다 할 출처 없이 떠돌던 키스에이프와 스크릴렉스의 공동 작업설이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한 순간이었다.

 

목에 맨 타이와 그래픽 프린트 니트 톱, 통이 넓은 핑크색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제품,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목에 맨 타이와 그래픽 프린트 니트 톱, 통이 넓은 핑크색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제품,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촬영 현장 사연
여러 번의 러브콜 끝에 더블유와 키스에이프의 만남이 성사된 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던 6월 중순. 특유의 자유로운 모습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낙찰된 촬영 장소는 늦은 밤 사람도 차도 없는 길거리였다. 하지만 촬영에 앞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기로 예정된 시간, 스튜디오에는 키스에이프가 보이지 않았다. 어렵사리 잡은 스케줄이 이대로 엎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담당 패션 에디터의 조급함이 공황 상태에 가까워질 즈음, 그에게 연락이 왔다. 며칠 연속으로 밤낮없이 작업하고 지낸 탓에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깊고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는 것. 곧바로 촬영장으로 출발하겠다는 말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촬영 준비를 시작하려는 순간, 예고에도 없던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고 나서도 몇 분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지만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결국 야외 촬영은 불가능한 상황. 스태프들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 부랴부랴 완전히 새로운 촬영을 준비해야 했다. 패션 에디터가 몇 주를 고심해서 머릿속에 만들었던 그림과는 매우 다른 현장에서 이루어진 촬영이었지만 모두가 기다리던 키스에이프도, 그를 기다리던 포토그래퍼와 다수의 스태프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이 할 일을 해냈다. 정신없이 촬영을 끝내고 보니 이미 새벽 3시경. 뒤늦게 확인한 키스에이프의 인스타그램에는 스튜디오 메이크업실 거울 앞에서 찍은 ‘인증샷’과 ‘W 촬영, 2시간 늦음’이라는 지각생의 고백이 올라와 있었다. 과연 그다운 포스팅이였다. 그리고 얼마 후 키스에이프로부터 미국 활동을 위해 출국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검은색 크롭트 블루종과 새틴 소재의 남색 셔츠, 청색이 도는 그레이 팬츠, 스포티한 밑창의 옥스퍼드 슈즈는 모두 Prada 제품, 양말과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검은색 크롭트 블루종과 새틴 소재의 남색 셔츠, 청색이 도는 그레이 팬츠, 스포티한 밑창의 옥스퍼드 슈즈는 모두 Prada 제품, 양말과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국내 무대에서 더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팬들의 기대와 달리 일단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머무를 계획인가?

정확히 딱 언제부터 언제 까지 미국에 있겠다는 계획은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국 진출이 나의 목표이자 내가 본래 속해 있는 크루인 코홀트 전체의 목표였기 때문에 짧게 머물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 활동 반경을 오로지 한곳에 제한하지 않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싶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과감히 미국행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렇다 할 큰 이유는 없다. 단지 나에게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믿는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우리 목표가 미국 진출이었다는 점이 이번에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정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일단은 음악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 언제쯤 미국 무대에서 키스에이프를 만나볼 수 있을까?

8월에는 캐나다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투어가 끝나면 미국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할 것 같다.

 

셔츠 안에 입은 메시 블랙 톱은 Off White by Tom Greyhound 제품, 실크 소재의 핑크색 투톤 셔츠는 에디터 소장품

셔츠 안에 입은 메시 블랙 톱은 Off White by Tom Greyhound 제품, 실크 소재의 핑크색 투톤 셔츠는 에디터 소장품 

 

 

미국에서 머무르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

앞으로 더 좋은 음악 만들어서 여기에 정착 하고 싶다. 다음 목표는 코홀트 멤버들을 전부 데려오는 것이다.

얼마 전 UMF 코리아 무대 위에서 스크릴렉스와 함께 찍은 인증샷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월에우연히 스크릴렉스의 초대로 스튜디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스크릴렉스 쪽에서 먼저 자신이 UMF 때문에 한국에 갈 예정이니 같이 무대에 서자고 제안했다. 정말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팬들 사이에서 는 스크릴렉스와 작업을 한다는 게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이번 작업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스튜디오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일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스크릴렉스와 함께 작업한 곡이 공개 될 즈음에는 내가 만든 다른 곡도 함께 공개될 텐데, 모든 곡이 골고루 화제가 되면 좋겠다.

어떤 결과물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아직 작업 초기 단계라 딱히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언밸런스한 칼라 디자인의 스웨이드 소재 라이더 재킷과 회색 팬츠는 Rick Owens 제품, 재킷 안에 입은 프린트 반소매 톱과 슈즈,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언밸런스한 칼라 디자인의 스웨이드 소재 라이더 재킷과 회색 팬츠는 Rick Owens 제품, 재킷 안에 입은 프린트 반소매 톱과 슈즈,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키스에이프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현재 스크릴렉스 외에도 미국의 여러 아티스트들과 활발하게교류하고 있는 것 같다. 

잡지가 나올 때쯤에 와카 플로카, 덤파운드데드, 에이셉 퍼그가 참여한 <잊지 마(It G Ma)>의 미국판 리믹스가 나와 있을
거다. 그 외의 다른 작업물은 아직 변수가 많아서 말을 아끼고 싶다.

이토록 지루한 질문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It G Ma(잊지 마)’에 대한 질문을 한번은 하고 싶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도 아마 이거일 텐데, 이 곡이 이렇게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나? 

일본에서 활동하는 코와 루타가 곡에 참여해준 덕분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는 점은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을 줄은 당연히 몰랐다.

‘It G Ma(잊지 마)’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특히 미국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당사자인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동양인도 이런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을까?

한국인 힙합 아티스트가 미국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나는 아직 배워가는 단계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면 금방 들통이 난다는 것. 미국에서는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도 최소한 ‘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 

내가 만족하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돈도 많이 버는 행복한 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