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행복을 아는 사람의 얼굴은 딱 그와 같을 것이다. 파리 마레에 위치한 자신의 아틀리에를 찾은 <W Korea>를 평화로운 미소로 맞이한 스물다섯 살의 프렌치 청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젊은 디자이너 시몽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 대화를 통해 느낀 그는10 꼬르소 꼬모 서울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셀렉트 숍의 러브콜을 받은 야망 넘치는 디자이너도,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이미지를 쉴 새 없이 풀어내는 나르시시스트도 아니었다. 대신 단순함의 행복을 아는, 그의 옷을 꼭 닮은 천진난만한 어른의 모습 그 자체였다.

현재 신진 디자이너로서는 누리기 힘든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기는 대단하다. 패션을 사랑하는 한국의 젊은이 중 많은 이들이 셀렉트 숍에서 자크뮈스의 옷을 쇼핑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계정을(@Jacquemus) 팔로하며 당신의 일상과 영감을 공유하고 있다.

고맙다. 한국은 자크뮈스가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 여성들은 쇼핑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옷 입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자크뮈스는 1980년대 문화, 입고 싶은 것을 입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던 시대에서 기원했다. 그런 생각이 통했다는 사실만으로 즐겁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10 Corso Como Seoul)을 비롯해 한국의 명성 높은 셀렉트 숍들이 앞다투어 자크뮈스의 옷을 바잉한다. 반면 파리에서는 더 브로큰 암(TheBroken Arm)이라는 셀렉트 숍에서만 만날 수 있더라.

한국의 내로라하는 여러 셀렉트 숍에 입점했다는 게 사실 무척 신기하다. 파리에서 자크뮈스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총 세 곳이다. 위의 셀렉트 숍 외에 봉마르셰 백화점과 꼼데가르송 생토노레 매장이 있는데, 세일 전에 이미 다 팔려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웃음). 사실 우리의 마케팅 전략은 전혀 없다. 모든 게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16만이라는 팔로어를 지닌 당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요즘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 심지어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들도 SNS를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정말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이다. 뭔가를 위해서 기를 쓰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난 그냥 내 삶, 혹은 나의 세계에 대해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뿐이다. 순간순간에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보이는 것을 그냥 올린다. 사실 그런 즉각적인 면에서 소셜미디어는 나랑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난 복잡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니까. 그리고 SNS 이미지들을 통해 단지 패션만이 아닌 나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건축, 물건, 가구, 나와 내 가족에 이르기까지 매우 개인적인 것도 있다. 물론 나의 어린 시절도 있고 말이다.

 

독학으로 패션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엄마가 돌아가신 순간에 론칭을 결심했다. 18살 때였다. 그때 난 내 브랜드를 엄마의 성인 자크뮈스(Jacquemus)를 붙여서 론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건 엄마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엄마에게 나의 꿈을 꼭 이루겠다고 말해온 것을 실현하는 의미도 있었다. 그 이듬해인 19살에 브랜드 자크뮈스가 탄생했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한 열망이 강했나?

그렇다. 6~7살 때부터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내가 패션 쪽 일을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언젠가 내가 패션 디자인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사실 우리 가족은 패션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우리는 파리가 아닌 프랑스의 한 시골에서 생활했지만 어쨌든 내가 패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지난 서울 패션위크 직후,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롤모델을 묻자 많은 이들이 자크뮈스를 언급했다. 이렇게 빨리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와, 정말이지 진심으로 고마운 말이다. 사실 요즘 난 많은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들의 물음은 바로 ‘가능할까요?’인데 돈과 인맥, 그리고 학벌 없이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해도 가능할지라는 질문이다. 바로 내가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물론’이라고 답해준다. 그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긍정의 기운이 전달되리라 믿으면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순간성,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에 집중해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보여준 자크뮈스의 F/W 컬렉션.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순간성,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에 집중해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보여준 자크뮈스의 F/컬렉션. 

 

 

요즘 나름의 성공을 통해 유명세를 실감하는가?

이상한 기분이다. 특히 파리 거리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한 건 그들은 나를 촬영한다는 것 이고, 더 이상한 건 그걸 유튜브에 올린다는 점이다. 나를 알아보고 대화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도 있는데 매우 고맙다. 하지만 모르게 따라와서는 뒷 모습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리한나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 당신의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조금 전에 촬영하며 접한 F/W 컬렉션 룩을 직접 만져보면서 놀랐던 부분은 바로 소재였다. 코듀로이와 울, 코튼 소재가 믹스된 옷에서 지난 S/S 시즌에 비해 소재가 더 다채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매우 한정된 종류의 소재만을 쓴다. 그리고 그 소재들을 나는 ‘가난한 소재’라고 부르길 즐긴다. 다시 말해 아직 세련되게 변형시키지 않은 옷감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텐데, 대표적으로 코튼과 울 같은 소재들이다. 그리고 F/W 컬렉션은 패치워크가 많이 쓰였다. 아이디어는 아빠의 코트를 조각조각 잘라 붙여 입은 아이의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의 명쾌한 관점이 좋다. 그게 바로 소재를 제한해서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소재는 색감이나 테크닉의 표현, 실루엣과 무드 등과도 직결되는 요소다. 그렇다면 당신의 컬렉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무엇인가?
사실 나에게는 모든 게 순간적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난 마레 지구에 위치한 자크뮈스의 스튜디오에서 모델과 함께한다. 옷감을 자르고 그녀에게 입히는이 모든 과정이 순간순간에 이뤄진다. 또 많은 재단이 옷감을 입혀놓은 몸 위에서 바로 이뤄진다. 자크뮈스는 몸과 함께하는 작업이 가장 많다.

 

당신의 스튜디오 공간에 들어와서 본 거울이 참 인상적이다. 직사각형의 전신 거울에 원형 거울이 복합적으로 디자인된 거울 말이다. 그 형태는 마치 당신의 지난 S/S 시즌 옷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당신은 단순한 형태에 꽂혀 있나?

맞다. 특히 원은 내 컬렉션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원은 자크뮈스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리조트 컬렉션의 가방을 살펴보면 약간 새롭지만 결국 동그란 모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을 할 때면 언제나 원을 떠올린다.

 

F/W 파리 컬렉션에서 맨발로 등장해 피날레 인사를 나눴다. 모든 모델들도 맨발로 워킹을 했고 말이다. 어린 시절의 동심과 야생의 원초적 본능이 동시에 느껴지는 맨발이 당신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나?

내게 동심과 야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어린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이유는 어린이들은 뭔가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순간적이다.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것, 그리고 순간적인 것이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언제나 말이다. 그래서 자크뮈스의 모든 컬렉션은 이러한 순간성과 원초적인 본능이 연결되어 있다.

그 영감을 어떻게 발전시켜갔는지도 궁금하다.

쇼를 통해 맨발과 마스크를 쓴 소녀들을 보여주었는데, 학교에서 마스크를 만드는 수업 역시 영감이 되었다. 패치워크로 보여준 콜라주를 모티프로 어린이들의 미술 수업을 떠올리며 일부러 완벽하지 않게 완성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셸 공드리의 영화 속 인물도 생각했다. 반은 원피스이고, 나머지 반은 재킷으로 구성된 룩인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룩이다. 또커다란 손 모티프 역시 공드리에게서 온 것이다. 사실 작업에 이미지 보드 같은건 없다. 모든 이미지나 생각은 ‘순간순간’에서 오는 거니까.

그렇다면 F/W 쇼의 인비테이션 안에 들어 있던 나뭇잎 세 장은 어떤 의미였나?
그것 역시 어린 시절을 회상시키는 오브제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종종 밖에 나가 나뭇잎을 주워서 그걸 노트에 붙이는 활동을 한다. 난 그 시간을 무척 즐겼고,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미셸 공드리의 영화에서 자크뮈스의 옷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의상에 관심은 있나?

그런 제안이 온다면 감사하게 받아들일 거다(웃음). 사실 나는 자크뮈스라는 브랜드가 문화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특히 자크뮈스의 옷은 영화나 가구와 잘 어우러질 만하다. 그리고 공드리와 함께 작업한다면 그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당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무라노 글라스를 봤다. 이러한 조형물과 가구 같은 소품 역시 영감의 대상이 되나?

가구나 글라스에서 영감을 받는다. 글라스 수집도 한다. 내가 올리는 사진의 글라스는 대부분 프랑스의 벼룩시장과 거리의 여러 상점들에서 사 모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큐비즘을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형태이거나 둥근 실루엣의 영감을 얻는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순간성,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에 집중해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보여준 자크뮈스의 F/W 컬렉션.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순간성,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에 집중해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보여준 자크뮈스의 F/W 컬렉션.

 

 

 

당신의 삶이나 패션에 있어서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은?

단 한 명, 엄마이다.



그녀의 스타일은 어땠나?

최근 선보인 2016 리조트 컬렉션은 엄마의 이름을 딴 발레리 컬렉션이다. 이번 리조트 컬렉션엔 정말 엄마의 취향이 많이 담겨 있다. 그녀는 매우 여성스러우며 프랑스 남부의 여인다운 외모를 지녔다.



당신의 옷이 잘 어울리는 동시대의 뮤즈가 있나?

스타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다. 난 거리를 거니는 보통의 여자들이 좋다. 누군가에게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여성들 말이다. 물론 여배우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들이 내 목표는 아니다.



당신에게 패션이란?

나에겐 패션은 옷이 아니다. 패션은 그 사람이 되게끔 하는 것이다. 그 옷을 입은 사람이 그 옷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그 옷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풍겨야 한다는 말이다. 옷을 위해 옷을 사는 것은 나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자신의 옷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뭔가가 담겨야 한다. 다시 말해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인생에 있어 큰 의미를 담는 세 단어를 말한다면?

인생의 행복과 하늘의 빛나는 태양,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사실 어깨에 작은 해 모양의 타투도 있다. 긍정적인 자기 암시의 대상인데, 컬렉션에서 해는 노란색 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난 S/S 컬렉션에선 ‘마르세유의 파라솔’이라는 주제로 직접적으로 태양이 드러났고, 이번 F/W 컬렉션에서도 역시 ‘해의 아이들’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건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맨발로 천진난만하게 달리는 모습을 떠올려 붙인 이름이다 .



내가 만나본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은 일하는 시간만큼이나 재충전을 위한 휴식에도 중요한 가치를 두었다. 당신은 어떠한가?

나는 일을 굉장히 빨리 하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작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디자인이 아니라 옷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결국 눈으로 옷을 직접 확인하기까지의 시간이다. 여유 시간에 나는 자주 남프랑스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간다. 그곳이야말로 내 마음의 고향이다.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나?

물론이다. 패션은 내 열정을 드러내는 매개체이긴 하지만, 그 옷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간단하다. 바로 단순함의 행복이다. 난 숍을 여러 곳에 여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 그게 인생의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만족은 결국 행복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귀 기울여야 하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스물다섯 살의 청년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신사와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한다(웃음). 어쨌든 지금 난 일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내일이라도 이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