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가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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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남자가 말하는 체취에 대한 동상이몽

반전 체취가 매력을 만든다 – 김하늘(패션 스타일리스트)
Q 잊을 수 없는 체취

아버지 손에서 나는 냄새요.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았어요. 아버지는 자주 이곳저곳을 다니셨는데, 같이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아버지와 놀러 다니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때 꼭 잡고 다니던 아빠 손의 묵직함과 그 손에서 나는 냄새가 참 좋았어요. 그 냄새가 뭔지는 나만 알아요.

Q 끌리는 이성의 향

제가 즐겨 쓰는 향수를 아는 여성이 뿌리고 나타난 적이 있는데, 그게 의외로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매력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남자가 남자 향수를 썼을 때의 느낌과 여자가 남자 향수를 뿌렸을 때의 느낌이 묘하게 다르더군요. 아마도 본래의 여성적인 향과 어우러져서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Q 이성에게서 겪은 최악의 체취

무심한 듯 의외의 반전이 있어야 매력으로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요즘 표현을 빌려 너무 ‘여자여자’ 스타일에 향수까지 여성 취향을 고수한다면 호감이 가지 않아요. 놈코어 스타일링을 했는데 여성스러운 플로럴 향기가 난다면 좋지만, 스타일링까지 여성미가 철철 넘친다면 촌스러워 보이거든요. 요즘 주위에서는 톰 포드의 ‘벨벳 오키드 오드퍼퓸’을 뿌린 여자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남자가 많더라고요. 꽃집에 있는 정갈한 꽃이 아니라 어딘지 야생적인 꽃 냄새 때문인가 봐요. 다만 멋 내기 좋아하는 남자들이 샤넬이나 디올의 여성 향수를 뿌리는 건 말리고 싶네요.

Q 좋은 향을 유지하는 노하우

체취를 좋게 유지하려면 손을 항상 깨끗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흡연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가글도 수시로 하고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게 가장 기본이죠. 향수는 잔향이 오래가는 제품을 써요. 향수를 뿌릴 때는 온몸에 한 가지 향수를 뿌리기보다는 상반신에는 조금 짙은 향을, 하반신에는 시원하고 가벼운 향의 향수를 레이어링합니다. 몇 년째 쓰고 있는 디올 옴므 ‘인텐스’를 항상 베이스로 사용하고 디올 옴므 ‘코롱’을 함께 사용해요. 이건 또 다른 팁인데, 시향지에 이 향수들을 뿌려 옷장 속 옷 사이사이에 넣어놓습니다. 저의 시그너처 룩이 된 블랙 룩에 시그너처 향을 더하는 거죠. 또 구석구석 전부 디퓨저를 같은 향으로 놓았어요. 방에 두 개, 거실에 세 개,화장실에 하나요. 이렇게 하니 어느 장소에 가든 저의 향이 난다고들 알아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Q 추천하고 싶은 여름 향기

사실 여름에는 어떤 향을 뿌릴지 고민 하기 전에, 땀을 잘 다스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옷을 최대한 가볍게 입고, 하루 동안의 스케줄을 잘 조절해 땀이 덜 나도록 중간 중간 열을 식혀갈 수 있는 동선을 만드는 거예요. 냉방이 잘되는 커피숍이나 차 안에의 텀을 이용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서 데오도란트를 틈틈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깔끔한 체취를 유지할 수 있어요.

나를 찾아서 – 김승훈(메종드파팡 대표)
Q 잊을 수 없는 체취

어머니 품에서 느낀 향입니다. 안아주실 때 항상 좋은 향이 났어요. 그게 무슨 향인지 이런저런 말로 설명하지 않겠어요. 그 향을 굳이 분석하고 싶지도 않아요. 무슨 향수 냄새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사실 인간의 몸에서는 자연적으로 좋은 향이 나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체취가 없는 편이지만, 냄새가 적게 나는 것과 좋은 향이 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인 것 같습니다. 결국 ‘좋은 체취’는 향수, 혹은 향료가 들어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날 수 있으니 어머니에게서 느낀 체취도 그것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특별한 향이겠죠?

Q 끌리는 이성의 향

무난하고 깨끗한 향을 선호하는 남성이 많지만 전 오리엔탈 플로럴 향이 나는 여자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Q 이성에게서 겪은 최악의 체취

시큼하고 텁텁한 땀냄새.

Q 좋은 향을 유지하는 노하우

자신의 체취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빨래해서 입는 옷에 묻은 섬유유연제의 냄새를 무의식적으로 본인의 체취로 인식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만의 체취를 갖고 싶다면, 다양한 향을 접해보고 본인의 체취를 다양하게 바꿔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특히 몸에서 날 수 있는 땀냄새를 조절하는 것이 최우선이니 데오도란트도 빼놓지 말아야겠지요.

Q 추천하고 싶은 여름 향기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그린 노트의 향 제품.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대 -임지빈(팝 아티스트)

Q 잊을 수 없는 체취 

특유의 체취는 향이 좋든 나쁘든 그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어릴 적에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주로 외할머니께서 저를 돌봐주시곤 했는데 그때 할머니의 체취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납니다. 지금도 생각나요.

Q 끌리는 이성의 향

가장 끌리는 체취는 긴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샴푸 향기 같아요. 남자들은 대부분 샴푸 향기에 대한 로망이 있죠. 샴푸 냄새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자극적인 향보다는 베이비파우더 향같이 보송보송하고 잔잔한 이미지의 향을 좋아하죠. 저도 요즘 이런 향의 보디 클렌저를 사용하고 있어요. 여성 향수 중에서는 샤넬의 ‘샹스 오 프레쉬’가 좋더라고요. 너무 스포티하지도 않으면서 상쾌한 향을 가지고 있어요. 남자가 써도 좋은 제품입니다.

Q 이성에게서 겪은 최악의 체취

해가지난 옷에서 나는 곰팡이 향인가 싶은 냄새와 알 수 없는 향수 냄새가 섞인 체취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Q 좋은 향을 유지하는 노하우

요즘 레이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레이어링은 하지 않아요. 시원한 향을 조금씩 자주 뿌리는 편이에요. 보디로션도 좋은 아이템이죠. 남자들은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하기 귀찮아하지만, 보디로션 정도는 매일 사용하니까요. 저는 러쉬
의 보디 버터를 애용하는데 향이 정말 좋아요.

Q 추천하고 싶은 여름 향기

여름엔 시원한 향이죠. 그보다 땀을 조금만 흘리는 게 중요합니다. 데오도란트는 필수고요. 더운 날에는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

기억의 연결고리 – 이선호(배우)

Q 잊을 수 없는 체취 

아직 어느 한 사람 때문에 기억에 각인된 체취는 없지만, 향으로 특정 순간이나 장면이떠오르거나 비주얼을 통해 향이 상상되는 경우는 많아요. 예를 들면 영화 <나인 하프 위크>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몸과 음식을 탐닉하던 장면에서 묘한 체취의 이미지가 느껴졌고요. 코코 샤넬과 천재 음악가 이고르의 사랑을 그린 <코코 앤 이고르>에서는 그들의공간에서 샤넬 No°5의 향이 날 것만 같았죠. 향과 후각이라는 것이 기억으로 뚜렷하게 남기 어렵기에 그 향을 느낀 순간의 정서나 그때의 날씨, 그리고 사람들의 분위기 등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으로 기억 속에 저장된다고 생각합니다.

Q 끌리는 이성의 향

시원하고 산뜻한향이 좋아요. 플로럴 향과 스위트한 향도 매력적이고 좋지만 너무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제 코가 스트레스를 받는 걸 느끼거든요. 하지만 시원하고산뜻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은 과한 느낌도 덜하고 언제나 주변 사람을 리프레싱해주는 것같아 옆에 있는 이성에게서 이런 향이 날 경우 상당히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로 남자 향수 중에서도 여성이 사용했을 때, 특히 크리드의 ‘밀레지움 임페리얼’이나 ‘로얄 워터’를 여성이 썼을 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Q 이성에게서 겪은 최악의 체취

굳이 이 향이 문제였다고는생각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최악이라 느낀 순간은 있었습니다. 한 여름에 핑크 트레이닝복, 핑크 트러커 모자, 굽 달린 핑크 컨버스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초콜릿 호수에 빠졌다가 나오기라도 한 듯 단 향까지 더해져 숨 막힐 듯 인상이 찌푸려졌던 적이 있었어요. 올 핑크 패션과 달콤한 향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Q 좋은 향을 유지하는 노하우

남자들이 사용하는 샴푸나 보디 워시, 데오도란트, 셰이빙 제품, 보디로션 등의 퍼스널 하이진 제품 대부분이 강한 머스키 향과 우디 향을 베이스로 담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전부 섞이면 90% 이상 복잡하고 좋지 않은 체취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훨씬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향수를 주로 쓰고 그 외의 로션이나 샴푸, 보디 워시 등은 향이 과하지 않고 향수에 잘 어울릴 수 있는 계열의 향을 골라 사용합니다. 향수 외의 아이템을 활용할 수도 있어요. 옷과 향수만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 영어로 ‘Wearing’ (입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나 싶은데요. 향수 대신 다우니 같은 향의 패브릭 소프트너를 사용해 옷 자체의 향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대부분의 패브릭 소프트너가 가진 달달하고 심플한 향이 싫다면, 요즘 많이 나오는 고체나 밤 타임의 향수, 석고 방향제, 왁스 태블릿 등을 사용해 옷장 안에 옷에 그 향을 배도록 하면 향수 없이도 향을 입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과 몸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본연의 좋은 체취를 만드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추천하고 싶은 여름 향기

아무래도 무겁고 진한 향보다는 불쾌지수를 유발하지 않고 오히려
금방 향이 날아가버려 가볍게 자주 뿌릴 수 있는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여름에는 무난한
것 같습니다.

 

에디터
금다미 (Geum D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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