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공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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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작품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예상치 못한 오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버리는 그 모든 것이 과연 효용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것일까? 공간이란 무릇 온전한 건축 자재로만 구현이 가능한 것일까? 현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 중인 멕시코 작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개인전 <자가해체8: 신병>은 이러한 철학적인 물음을 곱씹어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전시다. 작가 크루스비예가스는 어린 시절 멕시코시티 남쪽 화산암 지역에서 자랐다. 불모지였던 그곳에서 주변에서 구한 오브제를 가지고 임시변통으로 집을 짓고 가족, 이웃과 함께 살던 어릴 적 삶은 이후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그 시절 온갖 것을 재활용해 구축했다 부수고, 옮기고, 또다시 짓던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살며 형성된 자아가 그에게 ‘자가 건축, 그리고 자가 해체’라는 예술 세계를 형성하게끔 만든 바탕이 된 것. 이번 전시는 LA, 파리, 런던 등에서 선보인 작업의 8번째 프로젝트로 그는 매번 전시가 이루어질 때마다 해당 도시 곳곳에서 수집한 것 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이번 서울 전시 마찬가지. 그는 국내 재개발 지역에서 모은 슬레이트 지붕, 벽돌, 장판 등의 폐자재와 신발, 카세트테이프, 의자 등 다양한 폐품을 활용했다. 이에 더해 이번 전시를 위해 아트선재센터 전시팀은 지난 1년간 매 전시 종료 후 나오는 폐기물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는데, 이것을 가지고 크루스비예가스는 설치 작품,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으로 공간과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각적인 즐거움 이상의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이번 전시는 726일까지 계속된다. 

에디터
이경은
포토그래퍼
KIM TAE 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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