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목 위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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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인 듯 시계 아닌 아이폰 같은 너. 6월 26일 한국 발매될 애플 워치를 먼저 써 본 그녀가 사용기를 공개한다.

시계가 아니다

드디어 세관에 태평양을 건넌 그 물건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개인소액면세범위를 초과하여 세금이 발생합니다, 라는 건조한 국제화물업체의 통보 문자를 받자마자 부랴부랴 부가세를 입금했다. 관세는? 스마트워치는 한국에선 IT기기로 분류되어있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애플 워치는 시계가 아닌 것이었다? 아닌가 보다. 

시계인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멋진 시계

클래식 버클의 경우 일반 시계와 달리 안쪽, 바깥쪽이 모두 프리미엄 가죽으로 되어있으며 가죽 외에도 스포츠밴드 혹은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밴드를 TPO에 맞게 장착할 수 있다. 지금은 공식 온라인스토어를 통해서만 주문이 가능하지만 곧 인증을 받은 각종 업체를 통해 다양한 밴드가 공급될 것이다. 이미 중국 쪽 유명 밴드 제작 업체들은 물량 소진으로 인해 배송 소요기간을 3주 이상 표기하는 곳이 많을 정도. 당연하게도, 애플 워치의 디자인이 단순하고 명료한지라 어떤 색이나 어떤 디자인의 액세서리와 만나더라도 전혀 기에서 눌리지 않는다. 미리 주문해놓은 소프트핑크 가죽밴드가 도착하면 새로 산 DVF의 빨간 원피스와도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 집 근처 바닷가를 뛸 땐 하얀색 스포츠밴드가 딱이다, 특히 스포츠밴드는 운전하는 남자의 손목에서도 극강의 매력을 뿜어낸다. 패션과 결합한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같은 이야기도 이젠 필요 없다. 꽤 괜찮은, 게다가 예쁜 시계다. 아니, 예쁘면 다야?

시계를 넘어서다

중요한 회의 도중에 친구로부터 온 메시지는 ‘까똑까똑’하는 알림음 대신 조용히 손목을 두드리는 탭 신호로 대체되었고, 두 줄 정도 보이는 메시지에 스탬프/이모티콘/단문 메시지 등으로 바로 응답이 가능했다.  종일 정신 없이 일하다가도 ‘일어 설 시간입니다. 일어서서 일 분 동안 몸을 움직이십시오’라며 수십 년간 숙이고 앉아 일해 온 자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1시간마다 1분간 일어나는 일을 12회 완수해야 그 날의 일어서기 목표가 완료된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미팅 중이니까 이따 전화할게’라는 이야기도 전화기를 꺼내지 않고도 손목에 대고 읊조리기만 하면 되었다.

남자친구의 손을 잡았을 때 갑자기 올라가는 심박수를 애플 워치로 느껴본다거나, 그도 애플 워치를 착용하고 있다면 나는 이렇게 하트 패턴을 많이 그려 보내는데 왜 반응이 없냐며 투정도 부릴 수 있다. 네모난 시계 화면에서 보는 인스타그램의 사진은 핸드폰에서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 하트를 안 누를 수가 없을 정도. 메일이 도착하면 살짝 손목을 안쪽으로 비틀기만 해도 바로 답장을 해야 할 지 말 지 결정할 수가 있다는 건 의외로 기대 이상의 효율을 선사했다. 여기까지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

Lifesum이라는 앱의 경우, 하루 동안 섭취한 음식과 물에 대한 기록을 통해 다음 섭취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심지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달한다. ZARA앱에선 신상입고 소식도 알려준다고 하는데, 즐겨찾기 해둔 쇼핑몰들이 모두 제공했으면 싶은 기능이기도 하다.  혹시나, 아이폰이 처음 나왔던 그 때처럼, 애플 워치를 통해 인생을 바꾸는 대단한 혁명을 기대했던가? 대단치는 않아도 섬세하고 완벽하다, 그렇다, 멋지다. 게다가, 슬금슬금 인생을 톡톡 두드리고 있다, 아주 우아하게. 한국에선 드디어 6월 26일, 프리스비를 비롯한 리셀러 매장과 분더샵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를 개시한다. 아, 혹시 사이즈를 고민하고 있는지? 손목둘레 17cm까지는 38mm로 충분히 예쁘다.

자, 애플 워치 장만했다면 이제 우리 친구해요. 별 그려서 보내드릴게요.

에디터
황선우
박소영 ( IT 기업 사업개발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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