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가 사랑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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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꿈을 그린 것이 아니다. 나는 내 현실을 그렸다”는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말은 그녀의 예술 세계를 직설적으로 웅변한다. 고통과 절망이라는 현실을 매혹적인 초현실적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그녀. 나아가 한 남자를 열렬히, 격정적으로 사랑했던 한 여성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6월 6일부터 소마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프리다 칼로> 전시를 통해서 말이다.

1. 1951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이젤에 그림을 그리는 프리다 칼로.2. 전 세계 순회 전시 중인 <프리다 칼로> 전시장.

1. 1951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이젤에 그림을 그리는 프리다 칼로.2. 전 세계 순회 전시 중인 <프리다 칼로> 전시장.

“나의 평생 소원은 단 세 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그리고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프리다 칼로. 다시 말하자면 그녀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갈망했던 건 바로 디에고와 그림, 그리고 혁명이었다. 그녀의 꿈과 삶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여성의 동경을 얻고 있다. 지난해 그녀의 전시를 서울에서 선보일 예정이라는 갤러리 피아룩스 윤정아 대표의 귀띔에 그 자리에서 ‘우리 뭔가 근사한 프로젝트 하나 해봐요’라고 흥분한 채 제안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실현되었다. 자화상에 열중했던 그녀의 사진 속에서 눈에 띄는 주얼리들을 모티프로 한 화보를 촬영한 것. 프리다 칼로 재단의 도움으로 마이애미의 NSU 아트 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프리다 칼로의 시그너처 목걸이와 당대의 의상을 촬영 기간에 맞춰 서울로 급송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그녀의 유물을 마주한 순간, 온몸으로 전율이 흘러 몸을 떨었다. 원시적인 스톤과 에스닉한 나무, 혹은 색색의 비즈 장식으로 이어진 목걸이들. 그녀가 생전 소중하게 착용했을 그 유물을 통해 그녀의 사진 속 혹은 작품 속에서 본 프리다 칼로만의 스타일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3. 1950년, 프리다와 디에고.4. 프리다 칼로의 1949년 작품인 . 결코 만날 수 없는 운명인 달과 해로 디에고와 자신을 표현했다.5. 1940년 이전, 프리다가 디에고에게 쓴 러브 노트.

3. 1950년, 프리다와 디에고.4. 프리다 칼로의 1949년 작품인 . 결코 만날 수 없는 운명인 달과 해로 디에고와 자신을 표현했다.

5. 1940년 이전, 프리다가 디에고에게 쓴 러브 노트.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류 화가이자 마돈나가 존경하는 여성 중 하나로 꼽는 프리다 칼로. 멕시코의 민중벽화운동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 디에고 리베라를 남편으로 둔 채, 그의 방만한 사생활로 심적 고통을 겪으며 그 절망을 초현실적인 예술 세계로 승화시킨 프리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육체적 고통에 더해진 그녀의 사랑에 대한 갈망과 불안은 잔혹하면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의 강렬한 그림에서 꽃처럼 그윽하게 피어오른다. “이번 세계 순회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프리다와 디에고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동안 가족들의 합의가 어려워서 두 사람의 작품을 동시에 마주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 말만으로도 기대감이 커졌다.

6. 갤러리 피아룩스가 주관하는 국내 <프리다 칼로> 전시를 통해 선보일 그녀의 목걸이들.7. 프리다 칼로가 스케치한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 8. 주얼리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프리다 칼로의 포트레이트

6. 갤러리 피아룩스가 주관하는 국내 <프리다 칼로> 전시를 통해 선보일 그녀의 목걸이들.7. 프리다 칼로가 스케치한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

8. 주얼리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프리다 칼로의 포트레이트

그렇게 <프리다 칼로_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전시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6월 6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소마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프리다와 디에고 외에 당대 멕시코 작가 10인의 작품을 포함해 프리다의 삶과 그녀가 살았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총 1백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등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전시의 관전 포인트는? 회화 뿐 아니라 프리다 칼로가 사용한 장신구와 그녀의 사진 속 모습을 모티프로 재현한 의상, 그리고 친필 편지들도 유심히 살펴볼 것. 마치 한 위대한 여성의 방을 구경하는 듯한 경험은 격정적인 감정을 예술혼으로 불태운 여인의 미적 취향을 공감하게 만든다. 프리다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다룬 영화 <프리다>와 다양한 다큐멘터리 역시 그녀의 작품에 밴 삶의 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

9. 갤러리 피아룩스가 주관하는 국내 <프리다 칼로> 전시를 통해 선보일 그녀의 목걸이들.10. 멕시코의 전통적인 붉은색 숄을 두른 프리다의 포트레이트.

9. 갤러리 피아룩스가 주관하는 국내 <프리다 칼로> 전시를 통해 선보일 그녀의 목걸이들.10. 멕시코의 전통적인 붉은색 숄을 두른 프리다의 포트레이트.

마지막으로 전시를 통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녀의 ‘사랑과 예술’이다. 디에고를 향한 프리다의 애증의 시선은 신랄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단하게 그림 속에 머물러 있다. 사랑을 갈망하는 동시에 인생의 쓰린 생채기를 뱉어내는 자기 고백적인 작품과 편지들. “내 인생에는 두 번의 대형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버스 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디에고이다”라고 말했던 그녀의 독백처럼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휘둘렀던 동시에 예술적인 기운을 불어넣은 한 남자. 작품 속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운명인 달과 해로 자신들을 은유한 프리다의 감정은 강인한 동시에 한없이 불안하고 유혹적인 모습으로 존재한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의 제목이 ‘내 마음속의 디에고’라는 것만 봐도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한 동시에 절실했고, 삶과 그를 일치시켰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앙드레 브르통이 ‘폭탄을 둘러싼 리본’에 비유한 프리다의 예술 세계를 면밀히 살펴보길.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 20세기 가장 매혹적인 한 여성 화가의 삶을 통해 감정의 파노라마를 가슴 깊이 느끼는 특별한 순간이 될 테니까.

더블유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프리다 칼로 악세사리’ 화보 바로가기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FRIDA KAHLO EXHIBITION,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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