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 담백하게 듣기 좋은 신보 4개

옥상달빛 / 희한한 시대

 

<희한한 시대>는 옥상달빛이 두 명의 배우와 함께한 ‘희한한’ 협업이다. ‘희한한 시대’와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이렇게 두 곡을 묶은 싱글 앨범인데, 유승호와 정은채가 각각의 가사를 내레이션한 버전 역시 나란히 실렸다. 동일한 글을 배우의 목소리로, 또 옥상달빛의 연주로 번갈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정이 풍부한 내레이션일 때와 특유의 산들거리는 멜로디가 덧붙었을 때, 하나의 문장은 미묘하게 다른 감흥을 준다. 그 와중에 재발견하게 되는 건 이 밴드의 가치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기겠지’같은 가사에 담백한 설득력을 실어주는 보컬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토르 이 므와 / WHAT FOR?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뒤섞어 스테이지 네임을 지은 남부 캐롤라이나 출신의 뮤지션 채즈윅 번딕을 처음 알린 건 인스타그램 필터를 씌운 듯 아련하게 변주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였다. 그런데 새 앨범 <What For?>에서는 지금까지와 좀 다른 상차림을 시도했다. 낙천적이고 복고적인 1960~70년대 팝록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은 것. 하지만 이 역시 맛있는 음식임에는 분명하고, 특유의 선명하고 세련된 멜로디 감각도 여전하다. 당장 파티라도 열고 싶을 만큼 기분 좋게 들썩이는 ‘Empty Nester’, 청량하게 감정을 고조시키는 ‘Run Baby Run’ 등 단번에 귀에 들어오는 트랙이 여럿이다. 

윌 버틀러 / POLICY

 

윌 버틀러라는 이름이 귀에 설다고? 그렇다면 아케이드 파이어는? 앨범만 냈다 하면 평단이 배꼽인사를 하며 별점을 가져다 바치는 밴드의 핵심 멤버가 슬며시 솔로 데뷔작을 발표했다. <Policy>는 야심 찬 도전이라기보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한 휴가에 가깝게 들리는 프로젝트다. 밥 딜런, 스모키 로빈슨, 마그네틱 페이스, 고스트페이스 킬라 등을 염두에 두고 완성했다는 이번 작업을 버틀러 본인은 ‘미국의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묵직한 전통에 대한 날아갈 듯 가볍고 유쾌한 재해석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복고풍 일렉트로 팝인 ‘Anna’의 경우, 누가 더 끔찍한 댄서인지를 두고 톰 요크와 겨루기 위해 만든 듯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블러 / THE MAGIC WHIP

 

전작인 <Think Tank> 발매 이후로는 12년이 흘렀고, 그레이엄 콕슨을 비롯한 원년 멤버가 전부 다시 모인 작업으로는 무려 16년 만이다. <The Magic Whip>은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블러의 진정한 귀환이다. 2009년 하이드파크 무대에 함께 서며 재결합을 알렸던 이들은, 예정됐던 2013년 도쿄 록 페스티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되자 문득 홍콩으로 향했고, 낯선 도시에서 곡을 쓰기에 이른다. 새 앨범은 당시의 작업을 발전시킨 결과다. 한자가 얹힌 커버 아트워크며 동양적인 요소가 녹아든 뮤직비디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중독적인 후렴구의 ‘Go Out’이나 나른하고 아득한 ‘There Are Too Many of Us’는 팬들을 다시 두근거리게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