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품은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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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와 장미로 꾸민 정원,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다운 석양을 담은 그리피스 천문대, 영국 근위병의 완벽한 퍼포먼스. 가장 영국적인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LA를 상징하는 장소로 걸어 들어갔다. 두 나라의 국기가 펄럭인 이곳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 버버리의 근사한 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약 14km, 할리우드 언덕 남쪽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리피스 공원. 그 안에 들어선 천문대는 LA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짙은 안개와 연기, 대기 오염으로 예전과 같은 풍경 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고지대에서 한눈에 조망하는 LA 시내, 아름다운 석양,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달과 별, 목성 등 신비한 우주에 대한 갈망을 해소시켜주는 대체할 수 없는 장소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LA를 방문하는 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으로 여전히 꼽힌다. 매일 밤 레이저 쇼와 음악으로 채워지던 이곳이 지난 4월 16일, 지금껏 보지 못한 특별한 빛으로 넘실거렸다.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지난해 11월 로데오 드라이브에 새롭게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기념하는 ‘런던 인 로스앤젤레스’ 이벤트를 바로 이곳에서 연 것이다. 지난해 는 상하이에 런던을 옮겨놓더니 올해는 LA로 향한 것. 패션, 음악, 영국적인 감성, 거대한 퍼포먼스로 영화 같은 장면을 선사한 상하이 이벤트를 기억하는 터라 이번 행사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피스 공원에서 영국 럭셔리 브랜드의 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계획부터 남달랐음을 분명할터. 행사는 런던 로열 파크에서 영감을 얻어 특별하게 꾸민 정원에서 시작됐다. 영국과 미국 국기가 일렬로 배치된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LA와 런던의 조우를 의미하는 듯했다. 정원을 지나 2015 F/W 쇼가 열린 런웨이에는 나오미 캠벨과 조던 던 등이 섰고, 버버리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라이브 공연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감성적인 시간을 선물했다. 상하이에 이어 다시 한번 ‘Did you hear the rain?’을 열창한 뮤지션 조지 에즈라에 이어 톰 오델과 벤자민 클레멘타인 연주가 계속되었다. 스타 군단이 자리를 채우는 프런트로는? 베일리의 사단 카라 델레바인과 수키 워터하우스, 로지 헌팅턴 휘틀리를 필두로 데이비드 베컴 패밀리와 엘튼 존 등 영국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자리를 메웠으며, 밀라 쿠니스, 탕웨이 등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LA의 아이 코닉한 장소에서 버버리의 고향인 런던을 전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진정한 영감을 주는 장소인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이런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 로스앤 젤레스 시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천문대 는 단순한 이벤트성 장소가 아니라 국가에서 운영하고 보호하는 기념비적인 장소이기에. 로스앤젤레스 시장 에릭 가르세티 역시 “LA에 온 버버리를 환영한다. 로스앤젤레 스는 미국 패션의 수도로 전 세계가 새로운 것을 소개하 는 장소로 선택해온 도시다. 버버리가 빛나기 위한 더없이 이상적인 장소다”라고 답했다. 버버리는 로스앤젤레스 의 플래그십 오픈과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이벤트를 기념하기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비영리기구 FOTO(Friends of The Observatory)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도시를 대변하기 위해선 오랜 역사와 전통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훌륭한 유산을 가장 현대적 방식으로 접목하고 발 전시켜가는 버버리의 영민한 행보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 다. 상하이와 LA를 지나 다음 시즌 그들의 안테나는 어디로 향할지. 지구 반대편의 두 도시를 어떻게 합치할지 기대되는 건 에디터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날의 인물로는 피날레에 등장한 영국 배우 제임스 코든이었는데, 특유의 밝고 활기찬 발걸음으로 행사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쇼가 끝난 직후 이어진 오늘의 하이라이트! 스무 명에 달하는 영국 근위병이 드럼과 플루트를 연주하며 발맞춰 입장 했고, 런웨이를 따라 그리피스 공원으로 연장된 문이 열리며 관객들을 또 다른 세계로 안내했다. 런던 스카이라인으로 치장한 천문대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지자 열기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이날의 엄청난 열기 역시 SNS를 뜨겁게 달구었음은 물론이다. 공식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물론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페리스코프나 스냅챗으로 생중계하는 방식을 도입, 혁신 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온 버버리다운 면모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요즘 패션만큼이나 힘을 쏟는 버버리 뷰티의 메이크업 제품 역시 참석자들의 얼굴에서 빛을 발했 다. LA 비벌리힐스 로데오 드라이브의 플래그십 스토어 에서는 캘리포니아와 영국의 날씨를 담은 패션 아이템을 비롯해 마이 버버리 향수와 네일 래커, 파우더, 립스틱, 네일이 하나의 키트로 구성된 제품을 한정 선보인다. 팔레트의 이름도 ‘런던 컬러 인 엘에이!’ 

에디터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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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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