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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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센 강만 따라 걸어도, 도심 속 공원을 부유해도 마냥 좋을 파리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중세 시대 귀족의 고성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파리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다. 더불어 영화 속에서처럼 근사한 로맨스가 내게도 생길 것만 같은 그곳, 바로 생 제임스 파리 호텔이다.

파리에서 호텔을 고를 때는 콘셉트를 확실히 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다. 도심과 가깝지만 좁고 답답한 호텔을 견뎌낼 것인가,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넓고 탁 트인 고성에서 지낼 것인가. 전자, 후자 모두 어느 게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는 호텔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중세 시대 귀족이 사용하던 고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에 붙는 샤토 호텔 마크. 그 마크가 붙은 생 제임스 파리 호텔이 딱 그렇다. 보통 고성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샤토 호텔 마크가 붙어 있는 대부분의 호텔은 중세 시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근사하긴 하지만 이동을 고려하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게 단점. 하지만 파리 시내에 있는 유일한 고성 호텔 생 제임스 파리는 개선문과 샤요 궁에서 걸어서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파리의 부촌, 16구 심장부에 있다).

이곳은 1892년 전도유망한 학생들을 키우고 돕는 장학 재단으로 조성된 곳으로, 재단이 들어서기 전에는 열기구 비행장이 있었다고. 테라스, 엘리베이터, 벽지 등 호텔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녹아 있는 지난 시절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화에 나올 법한 빨간색 철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웅장한 분수가 시원스레 반긴다. 다시 클래식한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새빨간 카펫이 깔린 마치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로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호텔 투숙객이 한가롭게 언제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 생 제임스 호텔의 객실은 인테리어가 다 다르다. 초현실주의적인 아티스틱한 객실, 패셔너블한 여인이 열광할 만한 레오퍼드 객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우아한 객실 등 서로 다른 인테리어로 이루어진 48개의 룸이 다르면서 또 조화를 이룬다. 100여 년 전에 지은 건물을 유지하면서 유니크한 인테리어로 내부를 꾸민 특별함 덕분에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한다는 점도 특징. 한편 생 제임스 호텔은 점심시간이면 호텔 앞으로 진풍경이 펼쳐진다. 정문까지 빼곡하게 방문객의 자동차로 채워지는데, 이는 미슐랭 가이드 별 3개에 빛나는 레스토랑을 방문한 이들의 차량.

더불어 밤이 되면 또 한번의 독특한 경험이 가능한데, 서재같이 꾸며놓은 멋진 바에서 칵테일을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생 제임스 파리 호텔에서의 하루는 마치 고성에서의 럭셔리한 하루를 선사해줄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파리>, 혹은 <귀여운 여인>에서처럼 기적 같은 일이 당신에게 올지 모른다. 생 제임스 파리 호텔에서라면 우리는 누구나 우디 앨런 영화의 주인공도 될 수 있다. 룸은 495유로부터, 레스토랑 식사는 평균 75유로부터, 브런치는 65유로, 바에서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은 15-20유로.

에디터
김신(Kim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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