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월 12일부터 3월 11일까지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로 숨 가쁘게 이어진 2015 F/W 패션위크. 올겨울 지구상의 거리를 수놓을 트렌드부터 컬렉션 기간 SNS 세상을 뒤흔든 핫 이슈. 보는 재미가 있는 스트리트 신에 이르기까지, 4대 도시로 날아간 더블유 에디터들의 2015 F/W 패션위크 리포트!

TREND

파리는 다양성을 포용하며 패션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쿠튀리에 정신과 스트리트 감성, 판타지와 실용주의의 교집합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훌륭히 프레스와 바이어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샤넬, 루이 비통, 발렌시아가, 셀린, 스텔라 매카트니, 하이더 애커만 등은 완성도 높은 컬렉션으로 여자의 욕망을 자극했고, 꼼데가르송, 요지 야마모토,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은 패션이 하나의 전위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 예술임을 입증했다. 한편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판타지를 불어넣은 쇼들이 SNS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예는 빅토리언 촐라걸을 매혹적으로 선보인 지방시와 괴짜들을 앞세워 독특한 미학을 전파한 메종 마르지엘라. 나아가 패션쇼의 상상력과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킨 건 그랑팔레에 파리의 한 레스토랑을 보는 듯한 특별한 광경을 연출한 샤넬과 주랜더 듀오를 무대 위로 소집해 깜짝 퍼레이드를 연출한 발렌티노였다. 새로운 수장을 앞세운 메종 마르지엘라와 에르메스, 까르벵과 니나리치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신인 디자이너들의 꿈의 등용문인 LVMH 프라이즈의 후보 심사가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치러지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최종 8명의 후보에 오른 자크뮈스와 베트망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진들의 진격이 파리 패션위크에 신선함을 더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이처럼 패션의 실험 정신을 잃지 않은 채, 사람들의 욕망을 읽으려는 명민한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패션 수도 파리에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희망의 청신호처럼 반짝거렸다.

 

1 그루비 레트로

지난 시즌, 강렬한 히피 바람을 몰고 온 레트로 트렌드는 이번에도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엄마의 옷장에서 엿봤을 법한 빈티지 패치워크, 모즈룩을 연상시키는 컬러 블록과 그래픽적인 프린트, 여기에 이번 시즌을 휩쓴 벨벳 소재 등이 만나 로에베, 끌로에, 소니아 리키엘, 미우미우, 디올 등 초강력 레트로 군단을 형성한 것. 특히 로에베의 조너선 앤더슨은 자신의 컬렉션을 ‘실용적인 레트로 퓨처리즘’이라고 설명했다. “엄마의 80년대 드레스를 입은 소녀를 캐릭터로 그린 제 개인 컬렉션보다는 한층 성숙한 여성을 꿈꿨죠. 여기에 퓨처리즘 요소를 더하고 싶었고요.”

 

2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신비로운 오리엔탈 모티프는 파리지엔들의 단골 소재. 이번 시즌 발렌티노와 드리스 반 노튼 등은 고전적인 병풍의 문양을 연상시키는 용과 구름 프린트를, 루이 비통은 화려한 금사 장식을 선보이며 동양의 미학을 설파했다. 눈여겨볼 점은 지퍼나 코르사주 장식, 혹은 레이스 드레스와의 믹스 매치 등을 통해 모던하거나 로맨틱한 기운을 적절히 더했다는 것.

 

3 쿨 사토리얼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케이프와 맥시 코트를 통해 사토리얼 정신을 드높인 디자이너들이 매니시한 팬츠 수트에도 강렬한 애정을 드러냈다. 끌로에는 클래식한 소재와 실루엣으로 시크한 레트로 레이디 룩을 완성했고,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시대적 우아함을 드러냈다. 한편 생로랑은 짜릿한 기운을 담은 르스모킹 룩을 선보였다. 강렬한 여인의 향기를 남기며.

HOT ISSUE

SNS를 들썩인 패션위크의 명장면.

 

1 깜작 게스트 소동

이번 패션위크의 어떤 순간도 이보다 더 핫할 순 없었다. 발렌티노의 디자이너 듀오가 야심 차게 선보인 건 섬세한 드레스 연작뿐만이 아니었으니. 피날레 직전,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난 벤 스틸러와 오웬 윌슨의 서프라이즈 워킹이야말로 인스타그램 #PFW에서 최대 화제를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영화 를 촬영 중인 전설적인 주랜더 듀오는 나비 모티프의 화려한 브로케이드 파자마 수트를 입은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등장했고, 흥분한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모험에 박수를 보내며 기발하고 즐거운 한때를 만끽했다.

 

2 샤넬 레스토랑

샤넬 쇼가 시작되는 아침, 그랑팔레의 입구에 들어서자 ‘브라세리 가브리엘(Brasserie Gabrielle)’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어서 눈앞에 펼쳐진 건 전통적인 파리지엔 레스토랑을 쇼장 한복판에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 관객들은 자리에서 벗어나 웨이터에게 모닝커피와 샴페인을 주문하거나 이 광경을 SNS에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윽고 쇼가 시작되자 우아한 트위드룩을 입은 모델들 역시 워킹을 하던 도중, 각자 바와 테이블로 다가가 앉아 서로 수다를 떨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칼 라거펠트의 모두를 위한 서비스.

 

3 얄미운 앤더슨

로에베의 J.W. 앤더슨은 여자들을 안달나게 하는 방법을 아는 얄미운 청년이다. 요리조리 구겨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퍼즐백에 이어 이번 시즌 복조리 모양의 꽃 클러치를 만들었으니! 이날 쇼를 보는 내내 패션 피플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4 티시의 여인

개성 넘치는 뮤지션 FKA 트위그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한 지방시 걸은 얼굴에 온통 피어싱을 하고, 젖은 앞머리를 18세기 신사의 콧수염처럼 곱게 빗어 넘긴 빅토리언 촐라걸. 기괴한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

 

5 사연 있어요

레이 가와쿠보는 흑백, 레이스, 리본에 대한 감성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베개와 이불처럼 생긴 순결하고 기괴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은 한 사람이 겨우 걸어 나올 수 있는 좁은 런웨이를 오가며 서로 맞닥뜨리고, 비껴가는 그로테스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BACK STAGE

백스테이지에서 이런 일이!

 

1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한 여행가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니콜라 제스키에르.

 

2 섹시한 캔달 제너를 외눈박이 무사로, 아름다운 카라 델레바인을 아저씨로 둔갑시킨 장본인은 바로 칼 라거펠트.

 

3 네일 팁 같은 메탈릭 오브제를 전면에 장식한 루이 비통의 새로운 클러치.

 

이토록 아름다운 웨이트리스가 서빙해주는 커피 한잔, 마시고 싶지 않나요? 샤넬의 레스토랑에서는 가능합니다. 

STREET

쇼장 밖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패션쇼, 길거리 런웨이에 선 패션 피플들

 

1 파리 스트리트는 패션 판타지를 몸소 실현하는 그녀, 릴리 거틴즈 덕분에 늘 즐겁다.

 

2 신문을 들고 있는 착시 효과를 주는 재미난 클러치.

 

3 이번 시즌 거리를 강타한 로에베의 패치워크 재킷을 입은 티파니 휴.

 

4 ‘파리의 거리는 아직 살아 있다’ 라고 외치는 듯한 기괴한 헤드피스를 장착한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