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거장, 이만희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회고전이 열린다.

 

요즘 관객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이만희의 영화는 아마도 <만추>가 아닐까 싶다. 물론 현빈과 탕웨이가 호흡을 맞춘 김태용 감독의 리메이크 작 덕분이다. 따져보면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1966년에 개봉한 원작은 현재 필름이 유실되어 어느 누구도 볼 수 없는 작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문득 가슴에 손을 얹게 된다. 그렇다면 자료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그의 다른 걸작은 왜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고, 단순한 게으름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밀린 숙제를 해치우도록 한국영상자료원이 팔을 걷고 나섰다. 4월 23일부터 5월 14일까지 열릴 <1931-1975 이만희 감독 40주기 기념전 : 영화의 시간>은 현재까지 발굴된 이만희의 전작 26편이 한꺼번에 상영되는 자리다. 새롭게 발견된 <잊을 수 없는 연인>을 비롯,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삼포 가는 길> <귀로> <휴일> <검은 머리> <마의 계단> 등을 극장에서 감상할 드문 기회다. 시대를 앞서간 스타일리스트이자 시적인 리얼리스트라는 상찬을 막연한 문장이 아닌 내밀한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