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이 걸어온 40년은 한국 만화사의 허리에 해당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로 앞다투어 각색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만화가 허영만은 믿음직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였다. 자신의 개성을 치열하게 지키는 동시에 시대의 요구에도 기민하게 발을 맞출 줄 알았던 그의 저작들은 한국 만화 산업에서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4월 29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릴 <허영만 전 – 창작의 비밀>은 거장이라 불려 마땅할 작가의 지난 40년을 돌아보는 프로젝트다.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비트> <타짜> <오! 한강> <식객> 등 주요 작품의 원화 및 드로잉 500여 점과 꼼꼼하게 작성한 취재 노트, 그리고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 만화일기 같은 자료가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울 예정이다. 수정 요청 및 피드백이 오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원고는 당시의 작업실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하는 흥미로운 단서다.

 

한편 허영만에 대한 존경을 작품으로 표현한 미술 작가들도 있다. 이동기의 대형 페인팅과 이번 전시의 총감독이기도 한 한원석의 설치 작업은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독을 제안하는 시도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눈길이 가는 건 <이끼>와 <미생>의 작가 윤태호의 참여다. 관람객들은 그가 허영만의 문하생 시절에 그린 컷들과 지금 자신의 작품에서 선보이고 있는 원화를 나란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의미 있는 역사로부터 새로운 역사가 비롯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되새기게 해줄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