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담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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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브랜드를 완성한다. 브랜드 색을 고스란히 담은, 여기 디자이너 브랜드 쇼룸 네 곳을 보면 분명 그렇다.

코우리 Courri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563 SAEG 빌딩 2층 / courri.co.kr

각이 살아있는 브론즈 컬러의 조명, 줄 맞추어 정돈된 티컵. 지난 2월 문을 연 코우리 쇼룸에 발 들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들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소품에는 손대는 것마저 조심스럽다. 런칭한 지 채 6개월이 안 된 코우리의 옷도 쇼룸과 무척이나 닮았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스타일이지만, 단순함을 고집하다가 심심해지는 함정에 빠지지도 않는다. 코우리 헤드가 말하는 ‘Comfort with a Twist’, 크고 작은 위트를 더하겠다는 철학이 옷에도 공간에도 묻어난다.

프루아 ffroi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 14길 7 / instagram.com/ffroi_

프루아 쇼룸으로 향하면서 내내 ‘이 길이 맞는지’ 확인했다. 초행이기도 했거니와 성수동에 빼곡히 들어찬 공장들의 낯선 풍경 때문이다. 디자이너 조성준이 특히 신경 썼다는 쇼룸 외관 투명 유리창. 그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오색 제품들은 회색빛 공장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원색의 제품들이 이루는 경쾌한 컬러 하모니, 특히 강렬한 레드에서 프루아만의 감각적인 컬러 조합이 돋보인다. 조만간 곧 슈즈, 어패럴까지 라인을 확장한다고 하니 신의 한 수 같은 이 컬러 조합을 좀 더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겠다.

토레로 Torero & 바이바또마스티 Vaivattomasti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나길 5 건물 3층 / torero-shoes.com / vaivattomasti.com

요즘 활기를 띠기 시작한 연희동 언저리, 지난 1월 토레로와 바이바또마스티 두 신발 브랜드가 함께 문을 연 쇼룸이 있다. 감각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건물 꼭대기 두 브랜드의 이름 아래 토레로의 여성화, 바이바또마스티의 남성화가 쇼룸 반을 똑같이 나눠 가진다. 타깃 성별부터 스타일까지 전혀 다른 두 브랜드의 색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세심하고 꼼꼼한 슈즈 디자인, 그리고 절제된 인테리어는 서로 다른 브랜드를 이끄는 두 남자 디자이너의 공통된 취향인 듯하다.

킨더가튼 Kyyn the Garten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길 40 3층 / kyynthegarten.co.kr/

경복궁 돌담과 줄지어 있는 미술관, 고즈넉한 사간동의 모습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까지 가는 길목에 킨더가튼 쇼룸 겸 작업실이 있다. 브랜드 이름에 마당을 뜻하는 독일어 ‘가튼’을 쓴 것처럼 쇼룸에는 디자이너 이경연이 애써 모은 빈티지 소품과 초록 화분 그리고 그것들을 비추는 햇볕이 가득했다. 1920년대 모던 우먼 ‘루이스 브룩스(Louise Brooks)’를 뮤즈 삼아 선보인 킨더가튼 가방은 튼튼한 천연가죽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빈티지 시곗줄이 더해져 완성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견고함, 멋, 가치를 생각하는 킨더가튼의 생각과 공간의 색이 닮았다.

에디터
임예성
포토그래퍼
윤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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