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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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한자리에서 예전 그대로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식당이 주는 신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더블유가 열 명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오래된 단골집을 물었다.

무교동 북엇국집 (서울시 중구 다동 173)

중구 다동에 오래된 북엇국 집이 하나 있다. 무교동 북엇국집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뽀얗게 우려낸 사골국물에 진부령 덕장의 황태를 넣어 만든 북엇국으로 유명하다. 메뉴가 한 가지라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어릴 적 할머니와 가던 집인데 이제는 아이 둘을 데리고 이곳을 찾고 있으니 4대째 같은 북엇국을 먹고 있는 셈. -조경규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작가)

훼미리손칼국수 (서울시 성동구 성수1가 2동 656-302)

뚝섬역에 있는 훼미리손칼국수. 이곳은 30년 전통을 자랑하고, 특히 마라토너가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손칼국수만큼이나 유명한 메뉴가 보쌈이다. 각기 다른 세 가지 맛의 김치를 제공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입에서 녹을 듯 부드러운 보쌈고기도 일품이다. 그렇게 김치와 고기를 함께 싸 먹다 보면 결국 양 조절에 실패하고 과식하게 될 때가 많다. 그래도 뭔가가 아쉽다면 감자전을 주문하시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테니. -노보 (타투이스트, 젠틀몬스터 브랜드 매니저)

두레국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6-79)

두레국수라는 국숫집을 처음 찾은 건 15년 전이다. 가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의 대표 메뉴는 국수지만 점심에만 내는 비빔밥이야말로 이곳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다. 커다란 밥그릇에 신선한 야채와 계란 두 개가 얹어져 나오는 것이 핵심이다. 또 국수를 시키지 않아 도 밥과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국물을 챙겨 준다. 단,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고, 늦게 가면 길고 긴 시간 기다려야 한다. 평일 점심 시간에는 11시 반 전에 도착해야 한다. -이송희 (씨엘쏭 대표)

미성당 납작만두 (대구시 중구 남산4동 104-13)

대구에 추천하고 싶은 맛집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납작만두 원조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성당은 누구에게나 강력히 추천하는 진짜 맛집이다. 메뉴라고는 납작만두, 쫄면, 라면, 우동이 전부다. 납작만두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두를 구운 다음 송송 썬 파와 특제 간장 소스를 뿌려준다. 만두 자체가 워낙 납작하고 얇기 때문에 먹으면 살짝 그을린 듯한 불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데 이 맛이 바로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게가 무척이나 허름하고 ‘먹기 싫으면 말든가’라고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은 미리 숙지하고 가도록. -나혜연 (뉴스커뮤니케이션스 AE)

모은정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356-2)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재첩국과 달리 재첩회는 광양시나 하동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재첩회는 재첩의 알맹이만 골라내어 초무 침을 한 음식이다. 예전에는 재첩이 넘쳐나서 재첩만 무쳐서 먹고 팔았지만 재첩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이제는 팽이버섯이나 애호박, 오이 등을 넣고 함께 무쳐낸다. 그나마 가기 전에 식당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가야 맛을 볼 수 있다. 색다른 남부 지방 요리를 시도해보고 싶다면 가볼 것. -박형빈 (SM C&C SM타운 트래블 팀)

또랑돼지국밥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432-3)

부산이 돼지국밥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국밥 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에서 맛있는 돼지국밥집을 딱 한 곳 만 꼽으라면 또랑돼지국밥을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맛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곳 사장님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불필요한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돼지뼈로만 국물을 내는 방식을 고집한다. 경상도에서 부추를 부르는 말인 정구지를 듬뿍 넣고 국물 안에 들어있는 소면과 함께 크게 한 숟갈 떠 먹으면 국밥 한 그릇을 비우는 건 시간문제. 시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깍두기도 이 집을 찾아가야만 하는 큰 이유다. -한경민 (까예데고미스 대표)

굴다리식당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181-45)

김치찌개 좀 먹어봤다는 사람이라면 공덕오거리에 있는 굴다리식당을 한 번쯤 들어봤을 터.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 중 대부분이 비슷한 기준을 가지고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김치찌개란 집에서 엄마가 딱히 해줄 반찬이 없을 때 있는 재료만 가지고 대충 만든 듯한 김치찌개다. 남는 돼지고기랑 김치만 넣고 쉽게 끓인 것 같지만 환상적인 맛을 낸다는 것이 포인트다. 조촐한 메뉴판에 적힌 글 자는 김치찌개, 계란말이, 제육볶음이 끝이다. 본관 근처에 아들이 운영하는 별관도 있는데 이왕이면 조금 기다리더라도 원조의 손맛을 느껴볼 것. – 유영규 (포토그래퍼)

야마다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226-7)

탱탱한 면과 간장 본연의 맛을 살린 담백한 국물이 있어 진짜 일본 우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간을 세게 하지 않는 편이라 약간 밍밍한 맛이 나는데 오히려 이 점 때문에 야마다야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해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커플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일본 현지에서 먹은 우동에 실망한 적이 많은 사람이라면 야마다야에서 자신이 찾던 그 맛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민지 (몽블랑 홍보 담당)

크리스터치킨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3-19)

대학에 들어가고 아무 생각 없이 선배들을 따라 들어간 신촌 크리스터치킨의 치킨을 처음 맛본 순간, 나는 그제야 ‘치느님’의 위대함을 알았다. 매일같이 새로운 음식점이 오래된 가게를 밀어 내고 문을 여는 신촌에서 크리스터치킨은 19년 동안 이 지역 대학생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반드시 맛봐야 하는 메뉴는 카레순살과 양념카레순살치킨이다. 카레 특유의 알싸한 향과 맛이 닭 냄새를 없애고 알 수 없는 중독성을 일으키는데, 그 맛이 평소 카레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조차 흔들리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 이채린 (<더블유> 피처 에디터)

일미 부대찌개 스테이크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2-65)

일미 부대찌개에 아빠 손에 이끌려 처음 갔던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이곳에서 자극적인 부대찌개 대신 아빠가 시켜준 메뉴는 모둠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베이컨, 소시지와 마요네즈, 케첩, 머스터드, 타바스코 소스를 같은 비율로 섞은 소스가 나온다. 이 새콤달콤하고 고소한 소스에 기름진 고기를 콕 찍어 먹으면 나의 어린 입맛에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엔 아빠, 나, 아들, 3대가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이 갖은 양념 소스는 피자에서 올리브만 쏙쏙 골라 먹는 까다로운 아들 입맛도 사로잡았다. -이정윤(<와인수첩> 저자)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채린
Illustration
SAMIR DAH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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