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립스틱을 바른 악동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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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메틱 브랜드 맥(MAC)의 사회공헌활동인 비바 글램 캠페인의 새로운 홍보대사로 선뜻 나선 악동, 마일리 사이러스.

맥 에이즈 펀드 기금 조성을 위해 1994년부터 출시하기 시작한 비바 글램 립스틱과 립글로스의 2015년 ‘마일리 사이러스’ 버전. 판매액 전액이 맥 에이즈 펀드에 기부된다. MAC 비바 글램 립스틱 밝고 선명한 핫 핑크 색상의 립스틱. 3g, 2만9천원.MAC 비바 글램 립글라스 디스코 볼처럼 화려한 펄감이 더해진 핫 핑크 색상. 4.8g, 2만9천원.

맥 에이즈 펀드 기금 조성을 위해 1994년부터 출시하기 시작한 비바 글램 립스틱과 립글로스의 2015년 ‘마일리 사이러스’ 버전. 판매액 전액이 맥 에이즈 펀드에 기부된다.

MAC 비바 글램 립스틱 밝고 선명한 핫 핑크 색상의 립스틱. 3g, 2만9천원.
MAC 비바 글램 립글라스 디스코 볼처럼 화려한 펄감이 더해진 핫 핑크 색상. 4.8g, 2만9천원.

‘한정판’이라는 꼬리표가 있다면 일단 구매 욕구가 솟구치게 마련이라지만, 맥의 비바 글램은 조금 더 특별하다. 지불한 비용이 몽땅 맥 에이즈 펀드(MAF)에 기부되는 ‘착한’ 아이템인 데다, 동시대 가장 핫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까지 더해지니 기대치는 그야말로 무한 상승! 일찍이 엘튼 존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함께했고, 레이디 가가와 리애나를 거쳐 올해는 무려 마일리 사이러스가 그 주인공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공연을 하는 족족 (혹은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릴 때마다) 헤드라인을 장식, 현존하는 팝 디바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성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악동 중의 악동’ 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가 비바글램 캠페인의 홍보대사가 되어 ‘성(性)’을 이야기한다고 하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블유 코리아가 그녀를 직접 만났다.

<더블유> 짧은 머리가 무척 잘 어울린다.

솔직히 헤어스타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메이크업은 관심도 좀 있고 즐기 는 편인데, 헤어는 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두면 또 자라니까. 다만 지금처럼 짧은 스타일은 전형적인 여자의 이미지나 섹시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 쿨하다고 생각한다. 개성 있어 보이기도 하고.

맥과의 작업을 결심한 건 어떤 이유에선가?

지난 몇 년간 나에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모든 것에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관심과 사랑을 다시 대중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때다. 그래서 2015년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 있는 작업을 하자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고, 비바 글램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리라 본다. 무엇을 하든 늘 입방아에 오르니, 역으로 세상에 필요한 뜻깊은 일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자 싶었다.

말에서 굉장한 의욕이 느껴진다.

이런 류의 도전은 늘 즐겁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앞장서고, 파워풀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나는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사실 HIV/AIDS만큼 편견이 강한 것도 없다. 게다가 대중은 바이러스 자체뿐 아니라 보균자에 대해서도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말로는 그들을 포용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비바 글램이 상징하는 바를 젊은 팬들에게 알리고, HIV/AIDS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그들의 부모조차 자녀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말하기를 꺼리니 내가 나서는 거다.

고정관념을 깨기란 쉽지 않다.

물론이다. 난 언제나 트러블 메이커였지만, 나 역시도 성장기에는 성(性)은 금지된 주제이며, 남 앞에서 언급하는 것은 창피한 행동이라고 여겼을 정도니까. 일단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의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 ‘성을 상징적으로 묘사했다’는 식의 분석을 한다. 어릴 적부터 쭉 그랬다. 15살쯤에는 무언가 잘못한 행동이 있어 공개적으로 사과했는데, 누군가는 그것을 굉장히 성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런 것을 의도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는데도 말이다. 이슈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머리로 먼저 받아들인 후 제멋대로 왜곡해서 해석하는 거다. 여기에서 오해가 생긴 거다. 성이라는 주제 역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전혀 부끄럽거나 민망해할 이슈가 아니다. 자꾸 숨기고 은폐하니 점점 더 어두운 면만 크게 부각되는 거다.

앞으로 당신의 SNS에서 맥 비바 글램, 혹은 HIV/AIDS에 대한 계몽적인 포스팅도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팬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를 했으면 한다. 수익금이 AIDS 펀드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또, HIV/ AIDS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중요성을 알리길 바란다. 팬들이 단순히 내 이름과 얼굴 때문에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 라, 이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구매하길 바란다. 나는 내 웹사이트와 SNS 등에 캠페인에 대한 글을 올려서 왜 그들이 알아야 하는지, 왜 내가 참여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작정이다. 내 팬들은 굉장히 어리기 때문에 이런 활동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마 다른 친구나 부모님(혹은 선생님)의 조언보다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

어린 소녀들이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것을 보며, 일종의 책임감도 느낄 것 같다.

비바 글램 일은 철저히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책임감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 그런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으며, 이제는 그 점을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건 사실이다. 어제 행사만 해도 그렇다(인터뷰 전날에는 미국 에이즈 연구재단(amfAR)의 자선 경매 행사가 있었고, 마일리 사이러스는 그 행사의 주체로 참석했다). 나는 내 목소리나 힘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사회 환원’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일반인 아무개가 아닌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가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니까.

사회 환원에도 관심이 많은가?

나는 늘 자격 이상으로 많은 것을 누려왔다. 누군가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도로를 포장하고 쓰레기를 줍는 게 그들의 일인가 하면, 나 같은 사람은 고작 립스틱을 바르고 사진을 찍히는 것만으로도 일이 되고 돈을 번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늘 그것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집 없는 청소년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노숙자 쉼터인 ‘마이 프렌즈 플레이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이나 비바 글램이나 결국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집 없는 청소년들은 아무래도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를 제공받기 힘들고, 그 들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HIV/AIDS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비바 글램 홍보대사 활동을 시작한 뒤 가장 충격을 먹었던 건 HIV 보균자의 25%는 자신 이 보균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25% 중에는 노숙 청소년도 상당수 있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나는 바로 이 두 가지를 연관 지어 함께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다행히 맥도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그런가 하면 당신은 패션계에서도 활발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패션 뮤즈 vs 뷰티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준은 있다. 무조건적인 ‘여성미’만 강조한 것은 싫다. 마크 제이콥스와의 작업만 봐도 그렇다(그녀는 마크 제이콥스의 2014 S/S 캠페인 모델로 활동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여성은 페미닌한 동시에 뭔가 터프한 남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어둡고 침울한 (Moody) 캠페인을 통해 여성의 이런 이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빅토리언 시대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었지만, 어딘지 펑크한 면도 느껴졌다. 이번에 선보이는 맥의 제품도 그렇다. 핑크는 전형적인 ‘소녀의 색’이지만, 이번에 사용된 핑크는 보다 미래적이다. 거의 외계에서 온 듯한 느낌이랄까!

오늘 의상처럼? 평소 스타일링은 직접 하나?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유일한 이유는 내가 쇼핑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쇼핑을 가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악의 룩을 제안하는데, 이에 대처하기에 나는 지나치게 솔직하다. 그래서 옷을 직접 쇼핑하지 않는다.

말이 나온 김에 비바 글램 제품 자랑 좀 해달라.

평소 립스틱을 바르면 늘 입술이 건조해졌기 때문에 부드럽고 촉촉하게 발리면서도 발색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밝고 즐거운 이미지’를 주는 색상을 원했는데, 그 역시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 다. 처음 샘플을 받아봤을 때는 몹시 흥분되어서 사람들에게 막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팬들을 위한 립글로스도 추가했다. 립스틱과 동일한 핫 핑크 셰이드에 미세한 펄을 더해 마치 돌아가는 디스코 볼처럼 반짝인다. 솔직히 이건 나와 내 여동생을 위해 만든 것이기도 하다(웃음). 한 가지 팁을 주자 면, 립스틱과 립글로스를 꼭 같이 발라봐라. 미래적인 느낌과 60~70년대의 느낌이 동시에 나서 아주 쿨하다.

지금까지의 여느 비바 글램들과 차별되는 ‘마일리 사이러스 버전’만의 장점은?

얼굴을 아예 바꿔버리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메이크업 룸의 의자에 앉아 아티스트한테 메이크업을 받다가 순간 얼굴이 더 이상하게 보여 놀란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나? 눈코입이 다 어색하고, 내 얼굴이 아닌 것 같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고.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마일리 사이러스 립 제품은 다른 것 필요 없이 그냥 쓱 바르기만 해도 예쁘게 보인다는 거다.

어젯밤 행사에서 보니 리애나와도 굉장히 가까워 보였다. 비바 글램 홍보대사 선배로서 그녀에게서 조언을 받은 것이 있나?

조언은 따로 없었고, 돈을 줄 테니 물러나라는 둥 서로 농담을 던지기는 했다. 내가 그녀의 자리를 뺏었으니 곧 그녀가 나를 죽일 지도 모른다(웃음). 우리는 사실 그보다는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렇게나 과학과 의학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세상에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하거나 고칠 수 없는 것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고 슬프다는 얘기가 주였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먹고사는 일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이 점을 종종 잊는 것 같다. 사람 들은 HIV/AIDS 양성이 세계 인구의 몇 퍼센트인지 정도에만 관심이 있지, 자기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의사로부터 본인이, 혹은 본인의 아이나 가족이 HIV/AIDS 양성이라고 진단받았다고 단 1분이라도 상상해보아라. 그럼에도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나면 이러한 계몽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개인적인 질문이다. 한국에서는 검색창에 ‘마일리 사이러스’를 치면 가장 먼저 ‘운동’ ‘다이어트’가 뜬다. 당신의 몸매 유지 비결은 대체 무엇인가?

사실인가? 흠, 안타깝게도 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다음 주부터 운동을 시작해야지!’ 하고 결심은 한다. 심지어 거의 매주. 다만 실현되지 않을 뿐이다(웃음). 요즘은 그저 좋은 음식을 잘 먹으려고 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면 피부도 좋아지고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기분이다. 정말 중요하다.

하나의 비바 글램 립스틱으로 가능한 열 가지 

1. HIV의 전염을 예방할 수 있는 254개의 콘돔을 살 수 있다.

2. HIV/ADIS 보균자 13명에게 영양식을 제공할 수 있다.

3. HIV에 감염된 엄마와 아이에게 일주일분의 신선한 과일, 채소, 생필품을 제공할 수 있다.

4. 바늘의 재사용으로 인한 HIV 전염을 막아줄 200개의 새 주사기를 살 수 있다.

5. 솜, 지혈대 등 151개의 안전한 ‘주사 키트’를 살 수 있다.

6. 75명의 여성 및 소녀에게 HIV를 예방할 수 있는 45분간의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7. HIV/AIDS 보균자들에게 일대일 맞춤식 영양 식사 10개를 제공할 수 있다.

8. HIV, 성병,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여성용 콘돔 24개를 살수 있다.

9. 14명의 임산부에게 HIV 검사를 제공할 수 있다.

10. 신생아 5명에게 엄마로부터 HIV가 전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을 제공할 수 있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정용선
PHOTO
COURTESY OF MAC, GETTY IMAGES FOR AMFAR, KEVIN TACHMAN FOR GETTY IMAGES, JASON MERRITT FOR GETTY IMAGES , WIRE IMAGE/MICHAEL BUCKNER, ASHA FU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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