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트렌드가 강렬하고 매혹적인 자태로 귀환했다. 그러니 올봄엔 힙스터보다는 히피가 될 것. 자유와 사랑을 외치는 도심 속의 모던 히피 말이다.

 

황세온이 착용한 프린트 블라우스와 스웨이드 소재의 부츠컷 팬츠, 스트랩 장식의 샌들은 모두 구찌, 찰랑이는 오렌지색 목걸이는 루이 비통, 벨트로 연출한 체인 목걸이는 샤넬, 프린지 장식의 스웨이드 토트백은 마이클 코어스 제품. 김진경이 착용한 화이트 플리츠 셔츠와 브로케이드 쇼트 재킷, 패치워크 데님 스커트와 레오퍼드 프린트의 레이스업 롱부츠, 프린지와 메탈 로고 장식의 숄더백, 버클 가죽 벨트는 모두 생로랑 by 에디 슬리먼, 은색의 장식적인 드롭형 귀고리와 목걸이는 샤넬,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미우미우 by 룩소티카 제품.

황세온이 착용한 프린트 블라우스와 스웨이드 소재의 부츠컷 팬츠, 스트랩 장식의 샌들은 모두 구찌, 찰랑이는 오렌지색 목걸이는 루이 비통, 벨트로 연출한 체인 목걸이는 샤넬, 프린지 장식의 스웨이드 토트백은 마이클 코어스 제품. 김진경이 착용한 화이트 플리츠 셔츠와 브로케이드 쇼트 재킷, 패치워크 데님 스커트와 레오퍼드 프린트의 레이스업 롱부츠, 프린지와 메탈 로고 장식의 숄더백, 버클 가죽 벨트는 모두 생로랑 by 에디 슬리먼, 은색의 장식적인 드롭형 귀고리와 목걸이는 샤넬,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미우미우 by 룩소티카 제품.

 

사실 히피라는 단어는 낯익은 듯 낯설다. 특히 서울에서 80년대생으로 태어난 에디터에겐 70년대 격변기와 청춘 문화의 소용돌이에서 피어난 히피에 대한 로망이나 노스탤지어가 깃들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경험하거나 이해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패션계에서 2년마다 찾아오는 70년대 히피 트렌드는 마치 최근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프로그램 ‘토토가’의 인기가 30대 이후 세대에 국한되지 않은 채, 음원 판매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전 세계 모든 패션 미디어들이 ‘70년대가 돌아왔다’라고 외치는 사이, 70년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피들이 색감이 아름답거나 실루엣이 편안하고 때론 록 페스티벌에 입고 가고 싶은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이미 70년대에 애정을 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한동안 놈코어라는 짜릿함 없이 밋밋한 스트리트 트렌드와 힙스터라는 패션 외골수들 사이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던 이들이라면 2015년 봄날을 장식할 히피 룩이 패션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9월, 밀라노에서 만끽한 패션위크는 70년대를 향한 여정과도 같았다. 그건 구찌 쇼에서부터 예고되었는데 마치 지난 2008년 가을에 프리다 지아니니가 선보인 화려하고 이국적인 프린트와 탐스러운 퍼의 총집합과도 같았고, 한편으론 데님(이번 시즌 또 하나의 큰 트렌드인!)에 대한 뜨거운 예찬이었다. 쇼 노트에는 ‘틀에서 벗어나 여성의 자유로운 옷장을 위한 컬렉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곧 70년대 히피들의 신념과도 맞닿았다. 밀라노에는 구찌식 히피 글래머뿐만 아니라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보헤미안과 집시들이 캣워크를 다채롭게 물들였다. 에밀리오 푸치피터 던다스는 70년대 젯셋족의 럭셔리함을 더해 쿠튀르적인 손맛의 화려한 드레스와 홀치기 염색의 맥시 드레스, 그리고 크로셰 톱과 프린지 장식 케이프, 1970년 작 명화 <러브 스토리>의 알리 맥그로가 연상되는 테일러드 팬츠 수트도 잊지 않았다. 마치 지난 시즌 모두가 60년대를 부르짖을 때부터 자신은 70년대에 대한 애정을 피력해 왔음을 내세우기라도 하듯이 거침없이 70년대를 외치며. 여기서 또 놓칠 수 없는 인물은 바로 로베르토 카발리. 원색적인 프린트의 플리츠 맥시 드레스에 이어 등장한 물이 빠지고 해진 데님 셔츠, 레이스와 아일릿 장식의 맥시 시폰 스커트의 매치야말로 동시대적으로 응용할 만한 70년대 유산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에트로 역시 70년대의 풍요로움을 브랜드 특유의 시그너처 프린트와 자수로 승화시켰는데, 드레스와 어우러진 에스닉한 판초와 베스트, 프린지 장식의 스웨이드 백과 깃털 장식 액세서리들은 눈여겨볼 만했다.

 

자, 이제 파리로 넘어가서 60년대의 에디 세즈윅이 70년대에 진입한 것 같은 루이 비통 쇼를 감상해볼까. 패치워크 미니스커트와 재킷, 벨벳 소재의 부츠컷 팬츠, 찰랑이는 귀고리 등 두 시대의 징검다리처럼 여겨지는 룩들이 캣워크를 가득 채웠다. 또한 에디 슬리먼 역시 70년대 이브 생 로랑의 뮤즈였던 베티와 루루 드 라 팔레즈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스타일에 특유의 로큰롤 혹은 LA 스트리트 신을 접목한 동시대적 룩을 선보이며 마니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헴라인이 닳아 해진 듯 연출된 데님 소재의 초미니 쇼츠에 두툼한 버클 벨트를 더하고, 가슴이 다 드러나는 깊은 네크라인의 패치워크 시퀸 장식 드레스나 스웨이드 재킷으로 빈티지한 무드를 더했다. 70년대 무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끌로에 역시 순백의 아일릿 드레스나 큼직한 주머니 장식의 데님 스커트, 개나리 색상의 맥시 플리츠 드레스, 느슨하게 늘어진 소매의 플리츠 장식 톱, 캐멀색 스웨이드 재킷 등을 통해 모던하게 활용할만한 로맨틱 히피 룩을 선보였다. 또한 대담한 꽃무늬의 케이프나 부츠, 와이드한 부츠컷의 팬츠 수트, 빈티지한 니트 앙상블 등을 선보인 샤넬은 70년대 젊은이들이 뭉친 거리 시위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메시지를 전하며 페미니스트들의 흥겨운 거리 행진으로 피날레를 수놓기도 했다.

 

1. 1960~70년대 예술과 음악을 통해 사랑과 평화를 외친 오노 요코와 존 레논 커플. 요코의 탐스런 꽃무늬 벨벳 블라우스가 돋보인다.2. 풍성한 퍼, 헤드 스카프,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로 70년대 글래머러스한 히피 룩을 보여준 엘리자베스 테일러.

1. 1960~70년대 예술과 음악을 통해 사랑과 평화를 외친 오노 요코와 존 레논 커플. 요코의 탐스런 꽃무늬 벨벳 블라우스가 돋보인다. 2. 풍성한 퍼, 헤드 스카프,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로 70년대 글래머러스한 히피 룩을 보여준 엘리자베스 테일러.

 

3. 70년대 젊음의 상징인 데님 셔츠와 핫 팬츠, 목에 멘 스카프가 인상적인 룩. 4. 순백의 톱, 와이드한 데님 팬츠와 버클 벨트, 플랫폼 슬링백 슈즈 등이 어우러져 순수한 관능미를 풍기는 제인 버킨.

3. 70년대 젊음의 상징인 데님 셔츠와 핫 팬츠, 목에 멘 스카프가 인상적인 룩. 4. 순백의 톱, 와이드한 데님 팬츠와 버클 벨트, 플랫폼 슬링백 슈즈 등이 어우러져 순수한 관능미를 풍기는 제인 버킨.

 

70년대의 역동적이고, 낙관적인 기운에 푹 빠진 디자이너들의 선택을 곰곰이 살펴보면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채롭게 해석되어 우리에게 폭넓은 선택을 안겨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를테면 젯셋족과 휴양지에서의 따사로운 여유를 위한 히피 리조트 룩, 록 페스티벌에 제격인 자유분방한 히피 페스티벌 룩, 도심 속의 모던하고 강렬한 기운을 안은 히피 글램 룩에 이르기까지… 흐트러진 머리에 주근깨가 그대로 드러나는 맨 얼굴의 청초함이거나 혹은 록스타를 쫓는 그루비처럼 세팅된 헤어와 진한 화장의 강렬함이거나, 치기 어린 즐거움과 생기가 넘치거나 혹은 반항적이거나. 그 어떤 형태건 당시 반전과 자유, 자연 친화와 사랑을 외치던 청춘 문화가 낳은 히피라는 종족이 패션의 문맥에서 70년 대와 함께 다시 한번 매혹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담하고 화려한 프린트와 빈티지한 컬러 팔레트, 데님과 스웨이드 혹은 컬러 퍼, 미니와 맥시의 공존, 패치워크와 아일릿, 프린지 장식 등이 미니멀리즘만이 곧 모던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맥시멀리즘의 미학’을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그러니 이제 당신의 머릿속에서 70년대 하면 떠올리던 닭살 돋는 촌스러운 구식이라는 편견은 지울 것. 2015년 다시 도래한 70년대는 오늘날의 패션 흐름에 대한 제안을 넘어 하나의 ‘멋진 대안’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옷 입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으로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했던 70년대 젊은 히피들과 군인들의 총구에 꽃을 꽂던 시위대,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낙관적으로 노래하던 비틀스나 사이먼&가펑클의 노래 가사처럼. 물론 주류에 대한 저항과 낯선 시도는 ‘뜨거운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한동안 당신의 옷장을 가득 채운 캐주얼한 스웨트 셔츠 대신 대담한 프린트의 셔츠를 맞이하는 순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것만으로도 올봄, 패션을 즐기려는 당신이 힙스터보다 히피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5. 날염 프린트 룩을 입은 1970년대 히피.6. 알리 맥그로가 선보인 70년대 룩의 전형.

5. 날염 프린트 룩을 입은 1970년대 히피.  6. 알리 맥그로가 선보인 70년대 룩의 전형.

 

7.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로운 히피 트렌드를 보여준 트위기의 에스닉 룩.8. 패치워크 드레스에 레이스업 롱부츠를 매치한 70년대 모델의 트렌디 룩.

7.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로운 히피 트렌드를 보여준 트위기의 에스닉 룩. 8. 패치워크 드레스에 레이스업 롱부츠를 매치한 70년대 모델의 트렌디 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