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을 맞아 최근 화제를 모은 브랜드와 히트 상품들을 위해서도 레드 카펫을 깔아봤다.

1. 각색상 <강박관념> 샤오미 Mi파워

작품 소개 애플 카피 브랜드쯤으로 무시하기에는 그 성장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중국이라는 시장과 탁월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업계의 지분을 잠식 중. CEO 레이 쥔의 고 스티브 잡스를 향한 애증은 보상받을 것인가? 그는 히치콕의 모방자에서 출발해 끝내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 브라이언 드 팔마에 비견될까?

수상 근거 알다시피 애플은 보조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플 못지않게 애플 같은 디자인의 보조 배터리라면? 샤오미 Mi파워가 있다. 잡스의 취향을 강박적으로 벤치마킹하고 각색한 결과물.

베스트 리뷰 “이것은 대륙의 실수!” ‘메이드 인 차이나’답지 않게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

 

2. 주연상 <가질 수 없는 너> 해태가루비 허니버터 칩

작품 소개 한국 제과업계를 무대로 한 숨 가쁜 추적 스릴러. 편의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끈질긴 수사에도 불구하고 허니버터칩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간간이 이벤트 경품이나 아이돌 가수의 공물로 모습을 비쳤다가도 이내 잠적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결국 사람들은 이 감자칩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수상 근거 출연 분량은 짧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단연 허니버터 칩이다. 단 16분 등장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를 떠올려보라.

주요 대사 “아저씨, 혹시…” “없어요!”

기타 정보 프랑스산 고메버터와 한국산 아카시아 꿀의 혼혈이라지만 그보다는 일본 출신으로 보는 게 맞다. 2012년 현지에서 데뷔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잊혀진 포테이토칩스 행복버터의 개량형 제품이기 때문.

안티 팬들의 주장 양이 터무니없이 적은 데다 풍만해 보이는 몸매는 다 ‘질소 발’이라는 불평이 만만치 않다.

라이벌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 같은 유사품이 오히려 오리지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허니버터칩의 소속사인 해태마저도 허니통통과 자가비 허니 마일드를 추가로 데뷔시키며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는 상태. 이 정도면 더 커진 스케일의 감자칩 전쟁을 다루는 속편을 기대해볼 만하다.

 

3. 감독상 <빅> 애플 아이폰 6 플러스

작품 소개 거대해진 아이폰 6 플러스를 생전의 잡스는 만족스러워했을까? 밴드게이트(휘어짐 현상) 등의 스캔들에 애플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CEO 팀 쿡은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에 직면하게 되는데….

수상 근거 아이폰 6 플러스는 스티브 잡스가 아닌 팀 쿡의 애플을 알리는 선언일지도 모른다.

밴드게이트에 대한 공식 반응 아이폰 6 플러스의 시리에게 “구부러지는가 (Are You Bendable)?”라고 묻자 대답이 이랬다. “노코멘트.”

 

4. 영스타 , 혹은 초통령상 3 <테이큰> 반다이 다이노포스 티라노 킹

작품 소개 10세 미만의 아동이거나 그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티라노 킹을 모를 리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상품인 이 완구는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채 아버지의 얇은 지갑을 노리는데…. 상상 그 이상의 투정이 몰려온다!

수상 근거 티라노 킹의 별명이 모든 걸 설명해준다. ‘완구계의 허니버터칩’.

개런티 상승의 여파 정가 7만원대의 제품이 온라인에서 수십만원에 거래 중이다. 그나마도 손에 넣으면 다행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한숨 섞인 반응.

 

5. 베스트 커플상 <밤과 낮> 아그네스 초극세사 항균 담요

작품 소개 퇴근하자마자 사람들은 아그네스 초극세사 항균 담요의 노예가 된다. ‘아초항담’이라는 신비로운 줄임말로 더 자주 불리는 이 제품은 최근 SNS에서 가장 열렬한 찬양의 대상이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침대 생활. 추운 계절을 후끈 데워줄 에로틱 드라마.

수상 근거 내가 아초항담인지 아초항담이 나인지, 물아일체의 지경으로 치닫는 완벽한 앙상블.

차기작 예상 아초항담의 촉감은 모포와 썩 비슷하다. 어쩌면 <타짜 3>에 화투판으로 캐스팅될지도 모를 일.

 

6. 공로상 <도플갱어> 리버스 마이 보틀

작품 소개 마이 보틀만큼 많은 유사품을 양산한 제품도 드물다. 투명한 몸통에 ‘My Bottle’이라는 글씨를 얹은 게 전부인 이 텀블러가 인기를 끌자 디자인을 고스란히 흉내 낸 아류들이 앞다투어 쏟아져 나왔다. 과연 이 가운데서 진품을 가려낼 수 있을까? 단 하나의 진짜를 찾아 헤매는 소비자의 지고지순한 쇼핑욕.

수상 근거 본의 아니게 카피레프트 디자인을 제공해버린 공로를 치하.

삽입곡 2NE1 ‘나처럼 해봐요’, 임창정 ‘날 닮은 너’.

 

7. 조연상 <돌이킬 수 없는> 마우나 로아 마카다미아

작품 소개 2014년 12월 5일의 뉴욕 JFK 공항, 이륙을 앞둔 대한항공 여객기가 갑작스레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날 비행기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카다미아 한 봉지를 둘러싸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진실 게임이 시작된다!

수상 근거 파격적인 봉지 속살 노출이 시선을 사로잡고 입맛까지 다시게 한다.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루피타 니옹고에 비견할 만한 ‘신선한’ 스타의 탄생.

기타 정보 뜯을 것인가 뜯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를 포장 상태로 제공하는 게 매뉴얼에 어긋나는 접대라고 주장했으며, 결국 이를 문제 삼아 사무장까지 하기 조치시켰다. 그런데 마우나 로아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마카다미아는 봉지째 먹는 게 맞다. 공기에 노출되면 금세 눅눅해지고 특유의 떫은맛이 생기기 때문.

스캔들 한편 땅콩 측은 본 사건을 ‘땅콩 회항’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일등석은 구경도 못해보고 줄곧 이코노미석만 지켰던 애꿎은 자신을 왜 불미스러운 해프닝과 연관 짓느냐는 것.

 

8. 특수효과상 <환상의 그대> H&M 레이스 오프 숄더 드레스

작품 소개 2014년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은 건 배우 강소라, 아니 강소라가 입은 H&M의 드레스였다. 3만9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지만 부푼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선 소비자들은 이내 미묘한 실망감에 사로 잡히는데…. 영수증을 움켜쥔 그녀들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수상 근거 3만9천원짜리 드레스도 3백90만원처럼 보이게 하는 ‘특수한’ 몸매의 힘.

주요 대사 “TV에서 본 것과 다른 느낌인데…” “손님, 그건 강소라예요.”

비교해 보기 레드 카펫이 늘 명품 브랜드로만 채워지는 건 아니다. 일찍이 샤론 스톤은 갭의 터틀넥 스웨터나 흰 셔츠를 아르마니의 스커트, 혹은 베라왕의 드레스와 함께 스타일링하면서 남다른 감각을 과시했다. 앤젤리나 졸리 역시 영화 <마이티 하트> 개봉 당시 26달러짜리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시사회에 참석한 전례가 있다.

 

9. 편집상 <기술자들> 루피망고 빅 룹

작품 소개 루피망고는 열대에서 나는 희귀 과일의 이름이 아니라 뉴욕에 숍을 둔 털실 브랜드 명이다. 유통되는 것 가운데 가장 두꺼운 실이라는 빅 룹이 문득 뜨개 모자의 재료로 각광받기 시작하는데….

수상 근거 때 아닌 유행으로 인해 뜨개질 인구가 부쩍 늘었다. 부지런히 짜고 이어 붙이는 수고를 치하.

차기작 예상 사극 캐스팅이 유력시된다. 머리에 가채처럼 얹는 순간, 곧바로 상궁 스타일링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