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정우열이 지난 2년간의 제주 생활을 책으로 엮었다. 주말 나들이 정도로는 알 수 없을 섬 이야기가 담겼다.

언젠가부터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과연 그곳에서의 삶은 1년 내내 푸르고 따뜻하기만 할까?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정우열의 <올드독의 제주일기>는 뭍사람들의 대책 없는 낭만을 야무지게 깨뜨리면서 시작되는 에세이집이다. 그러니까, 도입부의 문장부터가 이렇다. ‘이 책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제주도에 대한 환상을 깨뜨림으로써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 값을 끌어내릴 목적으로 쓰였는지도 모른다.’

과연 저자는 관광엽서 같은 절경이나 별미로 메뉴판을 채운 맛집을 소개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난데없는 충동과 공교로운 우연에 힘입어 이사를 감행한 그에게 제주는 잠시 머물다 갈 여행지가 아니라 애써 적응해야 할 일상의 터전이다. 도시가스와 백화점, 예술영화 전용관이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쉽고 이주민에 대한 이웃의 경계심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물론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즐거움도 있다. 하귤이 열리는 마당과 새로운 친구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에 대한 지식은 섬사람이 된 후 얻은 선물이다. 이 책은 생경한 환경을 더듬더듬 탐색해가는 모험담에 가깝다. 대부분 모험의 목적지가 출발점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우열도 제주에서의 생활을 계기 삼아 그 이전의 삶을 돌아본다. 그는 이 섬을 통해 서울을 보는 법을 배웠으며, 이별을 통해 관계를 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제주에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 훔쳐볼 만한 일기다. 이건 특정 지역에 관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삶을 더 깊게보기 위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