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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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몽환적인 드레스를 들고 혜성처럼 등장해 뉴욕 패션위크의 스타로 등극했던 케이트와 로라 뮬레비 자매. 그들이 말하는 로다테의 10년, 그리고 그들의 현재.

왼쪽이 로라, 오른쪽이 케이트 물리비.

왼쪽이 로라, 오른쪽이 케이트 물리비.

2014년 9월 9일 로다테 2015 S/S 컬렉 션이 끝난 뒤, 많은 해외 패션 저널리스트가 온라인 리뷰에 자매가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다. 그동안 패션계를 떠나거나 컬렉션을 거른 적 없는 이들에게 왜 이런 수식어를 썼을까? 거기엔 이유가 있다. 10년 전 그들이 처음 선보인 쿠튀르적 룩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시대가 변해 현실적이고 상업적인 룩이 중시되며 힘든 시기가 찾아왔던 것.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갈팡 질팡하는 듯 보인 자매의 최근 컬렉션은 매번 아쉬움을 남겼고, 호시절이 무색할 만큼 악평이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2015 S/S 쇼는 그간의 아쉬움을 모두 씻어줄 만큼 환상적이었다. 자매는 캘리포니아 조수 웅덩이의 채도와 질감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특유의 기묘한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현실적인 피스로 풀어냈다. 아티스틱한 터치가 접목된 데님과 유틸리티 점퍼라니! 드디어 진가를 다시 발휘하기 시작한 이 똑똑한 자매를, 뉴욕 스탠더드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어떤 쇼이든 끝난 뒤엔 칭찬과 비난의 리뷰가 공존한다. 꼼꼼히 챙겨 보나?

로라 안 본 지 좀 되었다. 비평을 많이 읽다 보면 스스로의 작업을 자신의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잃게 되니까.

케이트 아무리 좋은 말만 적힌 리뷰라도 너무 많이 흡수할까 두렵다. 그래서 보지 않는다.

초반의 낭만적인 관점과 상업적인 요소가 드디어 멋지게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케이트 이번 쇼를 준비하며 우리의 색깔에 대 한 생각이 확고해졌다는 거다. 그러고 나니 우리의 장기를 드레스 외의 아이템들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관한 확신이 생겼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 거다.

로라 이렇게 말로 하면 쉬워 보이지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일이 손으로 장식한 15가지 소재를 믹스하며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드레스를 만들던 우리가 방향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거다.

미적 관점을 상업적인 면으로도 확장시키 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로라 2014 S/S 컬렉션을 다시 살펴본 것이 의미 있었 던 것 같다. 그 시즌에 우린 처음으로 런웨이에 데님 팬츠를 내놓았고, 그 컬렉션에서 로다테 역사상 가장 잘 팔린 슈즈가 탄생했다. 그때 그 슈즈 덕분에 우리는 이제까지와 좀 다른 그룹들과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침투해볼 만한 크고 새로운 시장에 눈을 뜨게 계기가 된 거다.

현실적이고 상업적인 주류의 흐름에 합세하고자 한 건가?

로라 난 우리의 옷이 여전히 우리의 아이덴티티 그대로 로맨틱하다고 생각한다. 접근 방식만 달라진 거다.

케이트 이번에 캘리포니아 토박이들이 문화와 스타일이 담긴 컬렉션을 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대상이지만, 사실 걱정했다. 사람들이 세련되지 않다고 느낄 것 같았다. 로라에게 솔직하게 “이 쇼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두렵진 않았나?

로라 더 흥분되던데? 우린 1200벌의 검정 팬츠를 니만 마커스에서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 같은 브랜드는 여전히 우리가 흥미롭다고 느끼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실험하 는 직업 아닌가?

데뷔 이후 줄곧 ‘아티스트 디자이너’로 이야기되었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나?

로라 우리 스스로 말한 적은 없지만 시작 점에 그런 평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좋은 기회였다. 그런 평가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의 감각을 믿게 되었고,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했으니까.

하이패션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는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로라 패스트 패션에 열광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하이패션까지 무조건 평범하고 실용적이길 강요할수록,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이트 로라의 이런 사고 방식이, 나로 하여금 그녀와 늘 함께 일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에디터
이경은
포토그래퍼
GETTY IMAGES/MULTIBITS
BRIDGET FO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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