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걸쳐 열릴 15회 행사에 즈음해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이 중요한 변화를 맞는다.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온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브랜드의 흔한 문화 마케팅 수준을 넘어 한국 미술계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이 행사의 연혁 은 충분히 돌아볼 만한 역사다.

 

지난 2003년, 최종 후보 3인의 신작 전시를 통해 수상자를 가리는 경합 체제를 도입한 에르메스 미술상은 이제 또 한 차례의 변화를 시도한다. 내년부터는 한 명의 선정 작가가 파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그 이듬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단독 개인전을 치르는 방식을 취할 예정. 수상자 전시 또한 매해가 아니라 2년 간격으로 열리게 된다. 12월 18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개최될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의 3인전이 중간 결산의 계기가 된 셈이다.

 

슬기와 민의 <테크니컬 드로잉>은 투명하고 명료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그래픽 디자인의 기본 목표를 배반하려는 시도다. 실용적인 용도로 제작된 이미지의 세부를 흐릿하고 거대하게 확대한 프린트는 감상자들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여다함은 플라스틱 소재 포장재의 본을 떠 조각을 만들고 동상들의 포즈를 흐느적거리는 춤 동작으로 응용한다. 사물의 지위를 역전시키고 그 의미를 해체하는 과정에 독특한 유머가 비집고 든다. 사진, 음악,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민승은 애도의 의 미가 담긴 하이쿠를 수화로 번역해 영상으로 기록하고, 바다의 풍경 위에 세월호 사고 201일째의 팽목항에서 녹음한 사운드를 포개어놓는다. 직설적인 발화를 절제함으로써 더욱 깊고 묵직한 이야기를 전하는 화법이다.